2009.10.10.흙날. 맑음

조회 수 997 추천 수 0 2009.10.23 22:33:00

2009.10.10.흙날. 맑음


3주를 채우는 감기로,
또 어느 밤 산에 들어 목을 한껏 썼던 탓에
목이 그릉그릉 말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필요하겠다 싶은데,
그예 이비인후과를 가면서까지 목을 다스리려했던 건
오늘 일정 때문이었지요.
달에 한 차례 있는 춤명상(명상춤) 모임에서
강강술래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선소리가 짱짱해야 사람들도 더욱 신명이 나는 법이지요.
그제부터는 감초와 도라지까지 끓여 마시며 수선 피웠더랍니다.
함께 하는 아이가 뒷소리를 잘 받쳐줄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고 대전으로 넘어갔지요.

의미 큰 날이었지요.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종묘제례 및 제례악이 있었고 판소리와 강릉단오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며칠 전 다섯 가지가 더해졌다지요.
남사당놀이와 영산제, 제주칠머리당영등굿과 처용무,
그리고 강강술래라 합니다.
아주 한참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노는 강강술래판을
보급이라면 보급해오던 터이지요.
아이들과 하는 행사에서 쓰이는 판을
물꼬에서 배워간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여 물꼬에 각별한 강강술래 등재 소식은
마치 내가 얻어낸 성과이기라도 한 양 기쁘더이다.

오래된 놀이는 그만큼 그 유래도 분분하지요.
강강수월래는 강강술래를 느리게 하다보면 그리 들린다 하는데
그것만은 아니지요.
‘강’이 전라 방언으로 ‘주위’ ‘원’이란 뜻이 있고
‘술래’는 ‘순라’라는 말, 그러니까 경계하다는 뜻이라 하니
강강술래는 주위를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뭐 그리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전쟁에서 무리가 많음을 보이기 위해
바다 건너 달 아래서 그리 춤을 추었다는 것도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닌 게지요.
어쨌든 강강술래는 원무입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가 시작이고 끝이기도 한.
달 아래 달을 따라 돌며
영원을 노래한 건 아니었을까요.
그 원무를 오늘 추었더랬지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연변에서 온 두 여성이 아주 기뻐라 하였습니다.
멀리서 보기만 하다 알고 나니 재밌다 하였습니다,
고맙다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농담을 이해하면,
그들의 세계만큼 재미난 게 없습니다.
별 게 다 놀이이지요.
유쾌한 그들처럼 우리 어른들도 그럴 수 있을진대...
오늘 아이의 날적이를 넘겨다보니
덩달아 유쾌해졌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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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흙날. 추움

<껌>

오늘은 치과에서 진료도 받고, 엄마랑 춤명상에 가서 춤도 추고, 강강술래도 가르쳤다. 정말 재밌으면서 힘들었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입냄새도 나고, 배도 출출하고 해서 껌을 씹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껌을 씹다가 늘여도 보고, 장난도 치고 하면서 길~게 늘였다가 막 다시 입에 넣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거미줄이 생각이 나서 얼굴에 붙이면서 놀고 있었는데 차가 흔들리, 아니 쏠려서 얼굴에 달라붙었다. 그래서 당장은 물로 씻어야겠다 해서 물통에서 물을 RJ내서 세수를 했다. 그런데 그 바람에 바지에 물이 쏟아졌고 진짜, 정말 당황스러웠다.
와서 세수를 비누로 왕창 했는데도 안지워져서 엄마가 무슨 크림을 바르고 겨우 떼냈었다. 눈썹과 속눈썹에도 껌이 붙어서 눈을 뜨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걸 교훈으로 삼아서 절대로 껌을 가지고 놀지 않아야겠다.

(류옥하다 / 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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