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3.불날. 꾸물거리는가 싶더니 한 밤 번개동반 쏟아지는 비


소사아저씨가 고래방 앞의 마른 풀들을 걷어냅니다.
푸른 물 뚝뚝 떨어지던 여름이 훑고 간 자리에
가을이 그리 덮치고 있었습니다.
건물 안에서는 목수샘이
흙벽을 조금씩 조금씩 덮어가고 있구요.

'요는,
내 대갈통 속의 러시아혁명과
내 대갈통 밖의 제정 러시아 말기가
만나는 접점이 안 보인다는 점이렷다'
황지우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세상이 변했던, 이데올로기 지형이 달라졌다고 표현하던가요,
90년대의 어느 거리에서 읽었던 듯합니다.
그런데 이 2000년대가 들어서고도 시절깨나 흐른 지금
여전히 이 구절을 되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허허로이 웃을 일이겠습니다.

산다는 것이 참으로 시릴 때가 있다,
한 소설가가 말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신간서적 칸에서 얇은 책한 권을 쥐었는데,
그럭저럭 서서 읽고 있었는데,
눈물이 일렁였습니다.
아이 셋을 거느린 버거움이,
사는 게 너무 고단했다는 한숨이,
언젠가 살기가 너무 어려워
아이를 일시보호소에 맡긴 적이 있었다는 고백이,
장화도 없이 맨몸으로 허리까지 오는 갯벌을 통과하는 것 같은
삶을 살아낸 기록이 거기 있었지요.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살았을 것인지요.
그러면서도 그는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가 흙을 툭툭 털고 일어섰고,
그리고 엎드려 울고 있는 제 등을 따사로이 쓰다듬어
그 곁으로 절 일으켜 세워주데요.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작가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감기는 아직도 몸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둥지를 틀려합니다.
오늘 잠시 다리쉼을 하러 벗의 집에 들렀더랬습니다.
잠깐 고단함을 푸려는데
아주 죽은 듯이 잠이 들었지요, 멀건 대낮에.
도라지와 감초를 사들고 들어옵니다.
푹푹 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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