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6.쇠날. 맑음

조회 수 977 추천 수 0 2009.10.28 17:45:00

2009.10.16.쇠날. 맑음


특수학급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어디나 사람 관계가 어렵지요.
한 교실 안 세 사람, 그것도 여자들(특수교사, 보조원, 방과후교사),
쉽지 않을 거라 짐작했습니다.
어느 교실에선 심하게는 말도 안 한다 들었습니다.
보조원은 내내 그 반에 남는데,
교사들은 임기가 끝나면 갈립니다.
그러니 정작 그 반의 중심은 교사이나
실질적으로 아이랑의 관계에서부터
보조원이 더 힘(?)이 셀 때가 흔하지요.
신참들에겐 특히나 어려운 문제일 수 있겠습니다.
긍정적 관계 형성!
죽는 날까지 숙제 아니겠나 싶습니다.

추수를 합니다.
오전에 달골 식구들도 내려와 돕고
소사아저씨랑 목수샘이랑 아이도
벼를 베었습니다.
읍내를 나갔다 서둘러 돌아오지요.
밥상에 가까운 참을 냅니다.
곡주를 내고 고기를 볶아내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내고...
입이 무섭지요.
특히 일하는 입은 더 무섭습니다.
어찌나 잘 먹던지요.
고마울 일들입니다.
일을 다 끝낸 터라 둘러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주고받다보니
동갑내기가 넷이나 거기 있었습니다.
그건 동시대를 살아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도시랑 시골의 차이는 있었겠으나
고만고만한 시절을 함께 넘어온 공유언어가 있을 텝니다.
그러저러 나이를 먹고
어딘가에서부터 갈라진 세계가
이러저러 또 그리 적당한 거리들을 만들며
세상의 각 켠들을 채우고 그리고 나아가고 있었을 테지요.

날 흐려 일단 가마니를 실어들입니다.
내일 오전 비 내린다 하였지요.
포장도로 위라면 볕 좋을 때 하루만 바짝 말려도 될 것이나
비는 피해야지요.
오전, 가벼운 비를 보내고 나면
나락은 다시 광을 나와 길에 깔릴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지리산 아래 남원 쪽, 함양 인월면 용산리.
낼 이른 새벽,
우리는 지리산 서북릉 20여 킬로미터를 걸을 참이랍니다.
가을학기 산오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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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6.쇠날. 약간 쌀쌀함

<추수>

오늘은 하루종일 봄부터 가을까지 공들인 쌀(벼)를 추수했다. 한 사람은 행운님네, 종대샘, 젊은 할아버지, 나, 이렇게다.
오전에는 가쪽의 벼를 벴는데 맨 아랫논의 일부는 질퍽해서 콤바인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다 베어냈다. 너무 질퍽해서 장화안에 진흙이 들어갈 뻔했다. 달골큰엄마는 넘어질 뻔도 하셨을 정도다. 발을 빼고 하느라 진흙도 잔뜩 묻고, 다리나 골반도 너무너무 아팠다.
오후에는 콤바인이 수확할 때 쓰러진 벼도 세우고, 나락도 줍고, 콤바인에 벤 벼를 넣기도 했다. 손목과 얼굴에 짚이 대여서 베였기 때문에 일하는 내~내 따끔, 따끔했다. 그리고 내가 큰 포대도 나르자 콤바인 아저씨가 “너 잘하는데?”라고도 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45포대나 수확했는데 쌓아논 걸 보니까 참 놀라우면서, 좋았다.
약간 재밌으면서 다리가 너무 아픈 일이었다. 내일 산행을 가는데 잘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방금 전에는 내일 산행을 하려고 지리산 일성콘도에 왔다. 곤하다.)

(열두 살/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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