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8.해날. 맑음

조회 수 1009 추천 수 0 2009.11.04 19:40:00

2009.10.18.해날. 맑음


20대의 젊은 혈기의 시대가 누군에겐들 없었겠는지요.
하지만 시절은 변했고 더 이상 혁명을 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좋은 삶 좋은 사회를 위한 걸음은 유효하고
그 길을 향해 여전히 걷는 이들이 있지요
좋은 사회란 무엇일까요?
Lee Hoinacki의 말을 빌면
‘우정과 환대’의 가치가 존중되는 삶과 사회라던가요.
그렇게 시작했던 아이랑의 대화 때문에
녹평에 오랫동안 번역되다 작년엔가 나왔던 그의 책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를 생각했습니다.
특히 제목이 중후하고 인상적이라던,
책도 책이지만 그 책을 권하던 이의 말이 인상 깊었던.
직선으로 곧장 걷는 게 아니라,
비실비실 우회로만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당대의 일상과 동떨어진 채 제 멋대로 아무 길로 가는 게 아니라,
'비틀거리며' 어떤 길을 모색한다는.
뤼시엥 골드만이 <숨은 신>을 기록한
'신 없는 시대의 비극적 세계관' 과 닮아 있다면서.
거기서 '중용' 혹은 '중도'란 기계적이거나 평균적인 중립이 아니라
대립하는 양측의 조건과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되
행위에서는 과감하게 스스로 믿는 바를 실천하는 것을 뜻하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는 말이라며.
Lee Hoinacki는 말했습니다.
"아나키스트 윤리를 통해서, 우리는 국가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고, 갈수록 더 모든 사람의 삶을 통제하는 복잡한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맞설 수 있다. 내가 이들 무수한 시스템을 변경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시스템이 제공하는 외관상의 안락과 안전과 특권과 명예를 지금 당장 포기하는 것을 시작할 수는 있다... 나는, 만약 내게 용기가 있다면,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오늘 당장 살기를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사회가 바뀔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나름 살려했고 앞으로도 그리 살려 합니다.
그래서 더 깊은 오지를 꿈꾼다지요!

상주 관음법문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채식주의자들이 드나들고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이들이 둘러싸고도 있는 곳이지요.
물꼬의 무를 뽑으려면 아직 시간이 걸려
무청을 좀 사기로 하였더랍니다.
그런데 말이란 게 한 다리만 건너도 달라지기 쉽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청이었는데,
그것만 사기 어려우면 무도 몇 단을 살 수 있기는 하겠다 했는데,
파는 이는 무청이 달린 무를 내밀었습니다,
그것도 30단이나.
말을 넣은 이가 혹 곤란하기라도 할까 하여
결국 싣기로 합니다.
(우리 살림살이가 제 손으로 키우니 유기농을 먹지
돈으로 사서 먹을 순 없는지라...)
무가 맛있고 좋아 다행이었지요.
믿을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도
불편함을 좀 덜어주었습니다.
그 무를 다듬었습니다.
달골 식구들도 내려와 도왔지요.
무는 썰어 전부 무말랭이를 할까 합니다.
특히 무청은 병마와 싸우는 이곳의 두 이웃에게
좋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두워지는 마당에서 그 마음으로 무청을 자르고
무를 들여놓고 씻었더라지요.

말린 벼를 거둬들였습니다.
곳간에 쌓았지요.
우리를 한 해 동안 멕여줄 볏섬입니다.
곧 연탄을 들이고 그리고 김장을 하면
이곳의 긴긴 겨울을 날 큰 채비를 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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