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몽당계자 닫는 날, 2009.10.25.해날. 맑음

조회 수 1094 추천 수 0 2009.11.07 09:22:00

10월 몽당계자 닫는 날, 2009.10.25.해날. 맑음


아침이 와버렸습니다.
사흘은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몽당계자는 계자를 경험한 아이들만 올 수 있습니다.
그래야 충분히 잘 누리다 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아니면 적응하다 날이 다 가버릴 것이니.
애도 어른도 한 목소리로 아쉽다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내 보는 이들입니다.
또 볼 것입니다.

절명상으로 아침을 깨웁니다.
간절한 바램을 담고
오직 기도하듯 안내에 따라 다만 절을 합니다.
마을로 내려오며 샘들은 준비했던 상자를 꺼냈습니다.
거기 기쁨 슬픔 같은 감정의 낱말들이 들어있었고
한 사람씩 뽑아 그 말에 얽힌 자기 이야기들을 풀어냈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예지샘이 성재 마누라가 되었다나 어쨌다나요?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만 알 일이겄습니다요.

여유로이 아침을 먹고, ‘나무에서’입니다.
두 패로 나눠 한 패는 감나무에 오르고
다른 패는 평상에 걸터앉아 감을 깎았지요.
어른 가운데도 과일을 깎아보지 않은 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물꼬의 시간들은 자주
일상에 대한 사람들의 훈련의 시간이기도 하지요.
곶감을 처음 만들어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원래 납딱감은 홍시감입니다.
둥시감이라고 하는 혹은 오리감이라고도 하는 품종이
곶감에는 적격이지요.
그런데 학교 둘레에 있는 것들은 다 납딱감입니다.
달골에서 따내리면 비로소 곶감다운 꼴새를 갖춘 곶감이 될 테지요.
아쉬운 대로 납딱감을 깎아
그것으로라도 몇 해를 곶감으로 잘 만들어 먹었습니다.
“니들이 겨울에 와서 먹었던 그게 바로 이렇게 만들어졌던 거다.”
그리고 이 겨울 저들이 와서 바로 이 곶감을 먹을 것입니다,
따고 깎고 건.
“신기해요.”

사람들이 들어와 갈무리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돌아갈 때에 이르렀지요.
애도 쓰고 어른도 씁니다.
그 사이 차를 달여 내고
고구마를 삶고 계란을 삶았습니다.
더디게 먹었던 아침이어서 점심을 먹기는 너무 일러
도시락(이라고 부르기까지는 뭣하고)을 싸서 보낼 참이지요.
기차를 탈 때면 할머니는 꼭 계란을 삶아주셨더랬습니다.
그렇게 이제 할미가 되어 계란과 고구마를 삶았답니다.
점심 버스에 모두 올랐지요.

기차가 아직 시간이 넉넉해서
용두공원에들 올랐다는 늦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왼갓 올라탈 것들은 다 탔다고도 하고
하도 뛰어 공원 마당이 얼마쯤 내려앉았을 거라고도 하고...
샘들이 아이들과 얼마나 잘 놀아주던지요.
좋은 교사들이 될 것입니다.

희중샘, 늘 고맙습니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왔지요.
인경샘 예지샘, 연숙샘, 원균샘, 휘령샘, 고맙습니다.
집에 가 쉬거나 해내야할 숙제가 산더미 같은
사대생들입니다.
그런데 귀한 시간 내와서 기꺼이 손발 보탰고
맑음을 주고들 갔지요.
우리 아이들도 고맙습니다, 늘 그러하듯이.
더 가깝고 깊어진 관계들이 된 듯합니다.
부모들이며 가까운 이들과 일어난 내밀한 갈등들도
스스럼없이 내놓고 그게 흉이 아닌 줄을 압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관계가 깊어가고 있었지요.
저 아이들의 성장사의 어느 시간을
우리가 같이 보내고 있음이 느껍습니다.
그런 기회가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있으면, 그들이 아프지 않으면 더욱 고맙지요.
부었던 성재의 볼도 좀 가라앉았고
태형이도 좋아졌고
현준이도 좀 더 말짱해졌으며
스스로들 그렇게 이겨냈습니다.
(우리 현진이의 아토피는 늘 숙제이지요.)
물꼬의 그런 방식을 믿고 의젓하게 견뎌내 준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해지는 마당에서
하다랑 감을 깎고 매달았습니다.
새들이 어찌나 아름답게 지저귀던지요.
정토가 여기입니다.
국화꽃도 설탕에 버무려 항아리에 담고
밀린 교무실일들을 좀 챙기고
밤에는 집에 도착한 아이들과 연락을 하고
몽당계자 일정을 그렇게 마쳤습니다,
아직 사진이 올라야하지만.

아, 얼마나 고마운 인연들인지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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