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8.물날. 맑음

조회 수 921 추천 수 0 2009.11.13 21:29:00

2009.10.28.물날. 맑음


교육청에서 관내 폐교된 학교들에
내부 시설점검을 하고 있는 때입니다.
물꼬에도 오랜만에 사람들이 들어왔네요.
새로 부임해 온 담당자는
아직 이곳이 어찌 쓰이는지 모르는 듯했습니다.
아이가 나가서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안내를 하였지요.
몇 년째 오가며 일을 했던 이가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들린 인사이기도 하였습니다.
낯이 익다는 건 때로 일을 하기 얼마나 편한지요.
좋은 관리자를 만나 편리함이 많았던 몇 해였답니다.

읍내를 나갔다 돌아오던 저녁이었는데,
고개를 넘어와 물한계곡 길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사고가 날 뻔하였습니다.
정신을 놓고 있었던 거지요.
가을이어 그런 갑네,
했지만 사실은 한동안을 허허롭게 보내고 있었더랍니다.
가까운 이로부터 받았던 말의 상처가 깊었지요.
말이 모질었지 사람에게 모질게야 하지 않았단 걸 알면서도
상처가 패입디다.
그러나 아무렴 어떻습니까,
말은 날아가지요, 시간에 담겨.
문제는 그 말이 내게 사실이냐 아니냐 일 테고
만약 형편없는 나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면
나를 갈고 닦을 일이겠습니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기도 하지만
또한 일정 정도 변하기도 하지 않던가요.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상대차를 보며
정신이 확 들어버렸네요.

여전히 달골 물은 해결을 못했습니다.
내일은 사람이 다녀가기로 합니다.
전기라든지, 기계라든지,
그런 걸 쓰는 한은 바깥의 도움을
이렇게 요청해야 합니다.
보다 독립적이기 위한 꿈은,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려는 꿈은
언제쯤 가능하려는지요.

식구들이 둘러앉아 모과를 썹니다.
모과꽃도 모과나무도 화제였지요.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된 흥부를 찾아가 ‘부자가 된 내력’을 다그치던 놀부의 눈에 아주 탐나는 세간이 있었지. 바로 화초장. 그 화초장을 놀부가 뺏잖아.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이름을 까먹지 않으려고 ‘화초장 화초장…’ 끝도 없이 화초장 타령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네.”
그 화초장이 바로 모과나무로 만든 거 아입디까.
단단하고 반들반들하며 아름답고 다루기도 쉬워
그리 가구로 만들었다지요.

현존하는 인물에 대해 쓴 책을 다룬
서평 하나 설핏 읽었습니다.
“겸손함과 신중함.”
그 인물을 그리 평하고 있었는데,
"정치력, 정책, 정치공학에 앞서 품성이 중요." 하다 쓰고 있었습니다.
흔히 열심히 살면 되는 줄 알지만,
아니란 말이지요.
그것에 앞서 품성이 중요하더란 말이지요.
‘있는 그대로의 세상(the world as it is)과
그래야만 하는 세상(the world as it should be)’
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 타협하지 않으려 했다 합니다.
흔히 ‘도덕적 오만함’으로 적을 만드는 게
진보의 특성이 되기 쉬운데
그는 이 오류 또한 늘 경계 했다지요.
도덕적 오만함으로 적을 만든다,
남의 얘기가 아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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