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7.불날. 겨우 맑은

조회 수 1005 추천 수 0 2009.11.27 11:01:00

2009.11.17.불날. 겨우 맑은


볼링장을 갔습니다.
우리 식구들도 가고 두루 같은 공부를 하는 이들도 갔지요.
영동 읍내에도 그런 게 있습디다.
세상 속에서 잠시 즐거운 오후 한 때였네요.

집으로 오는 길,
너무 곤해서 길가 차를 세웠지요.
날은 어둑한데 잠시 차를 세우고 의자를 젖힌 얼마쯤의 시간,
아이는 모든 운동기구를 다 다뤄보고 돌아왔데요.
오랫동안 산골에서 산 생활은
어디서나 무엇으로나 아이를 찾지 않아도 될 만치
재미나게 지냅니다,
어디에 살 건 장단점이 있겠습니다만.

일본영화 <하치 이야기>를 봤습니다.
책으로도 나와서 감명을 주었던 이야기이지요.
우리에게 진돗개가 있듯 일본엔 아키타견이 있습니다.
“인간에겐 인격이 있듯 개에게는 견격이 있다.”
이처럼 말하는,
17개월 동안 자신을 길러준 반려인 우에노교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지요.
출근길이면 교수를 역까지 바래다주고
교수가 돌아올 시간에도 역시 역에 가서 기다렸다 함께 돌아오던 하치는
교수가 죽고도 역에서 10년을 여전히 기다립니다.
알 길은 없으나 그의 죽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하는 게 옳겠습니다.
오수에 가면 오수의 개 동상이 있듯
시부야 역에 가면 역시 하치의 동상이 있다지요.
“엄마는 나 두고 가지마.”
같이 영화를 보던 아이가 눈물 글썽이며 그랬지요.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줘야지,
자식을 향한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겝니다.
특히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은 더할 테지요.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아사카와 다쿠미의 삶이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 영화를 만들 이가 바로 이 감독이라나요.
백자를 비롯한 조선의 문화들이 어찌 담길지
그 화면에 어찌 담길지 사뭇 기대됩니다.

요즘 소사아저씨는 연일 꽃밭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가 가장 잘하고, 애정을 가진 일이지요.
어느 분이 그러셨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 그 일이 얼마의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지만
그러지 않는 이들이 있다셨지요.
이곳의 소사아저씨도 그런 이가 아닐지.
임금제도가 없는 이곳에 오래 남아계실 수 있는 여러 까닭 가운데 하나도
바로 그거 아닐까 싶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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