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1.쇠날. 마른 비 간간이

조회 수 1023 추천 수 0 2009.12.20 17:58:00

2009.12.11.쇠날. 마른 비 간간이


흐리다 이슬비 내렸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행사를 하려면 늘 밥이 문제이지요.
올 겨울은 누가 또 밥바라지를 하려나,
기대와 동시에 걱정이 있었더랍니다.
울산에서 논두렁이신 부부가 오기로 합니다.
부산에서 집안 어른 한 분이 오시기로도 합니다.
물꼬의 삶은 늘 기적이라지요.

아침, 특수학급 아이들과 공연 하나를 다녀왔습니다.
교육청에서 마련한 해피콘서트라 이름한 마술공연이었지요.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장애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통합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기에는
아쉬움이 남데요.
거개가 장애학생들이었으니까요.
그나마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읍내 돌아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00이라는 친구는 특히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언어감각이 아주 뛰어난 아이인데,
그래요, 시인입니다,
어느 날은 그런 일도 있었지요.
도형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여러 가지 도형이 그려진 영상을 띄워놓고 교사가 물었습니다.
“네, 맞아요, 원이죠. 그러면 원 다음에는 뭘까요?”
세모가 그려져 있었더랬죠.
우리의 00선수, 손 번쩍 들고 외쳤습니다.
“투(two)!”
그로, 아니 그 학급 아이들로 얼마나 즐거웠던 한 학기였던지요.
그 아이들을 잘 지켜주어야겠다는 소망이
간절하던 시간이기도 하였더랍니다.
이제 종업식에 갈 일만 남았네요.

공부 하나를 하던 학기를 마무리 하는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보고서를 정리하여 제출하는 걸로 끝이 났지요.
여러 사람들이 도와준 일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특수학급 한 교사의 도움이 컸던 일이었지요.
자신이 해야 할 일에다
일 하나를 더 얹어야했던 시간들이었는데
기꺼이 그리 해주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도움들로 우리의 나날들이 가는지요.
잘 살아서 잘 갚아야할 테지요.
무엇보다 그를 만나는 일이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만남, 대단한 무엇을 주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도 타인에게 큰 도움이지 않던가요.
‘샘, 고마워요!’

그렇게 학기가 끝났습니다.
함께 곁에서 도움이었던 이들,
예지 가영 은별 경희 원균 연숙 휘령 인경...
한 분 어르신께도 인사를 드립니다.
강의야 썩 훌륭하다 할 수 없었지만
너른 인품으로 어른의 길을 보여주는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삶의 좋은 안내자 한 분이 계셨던
한 학기가 아, 무사히, 그예 마무리 지어졌답니다.

그리고 바로 구미행.
간밤 채 1시간이나 눈을 붙었을까요.
구미 혜당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특수학교라면 첫걸음입니다.
내일부터 이틀의 연수가 있습니다, 대구에서.
그것을 주관한 구미의 샘댁에서 묶기로 한 거지요.
당신이 마침 특수학교에 계십니다.
구미에서 대구로 출퇴근을 할 것입니다.
거기에도 물꼬 계자 아이들이 살지요.
세혁 다빈이 오고, 예현이랑 류옥하다가
아주 밤을 샐 기세로 놀고 있습니다.
방을 비워준 예현이가 들어왔지요.
“선생님, 이거 행운의 종소리예요.”
댕그라앙댕그라앙... 행운의 종소리.
‘행운이 온다...’
오니 받으면 될 테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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