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불날. 흐리다 맑음

조회 수 1215 추천 수 0 2009.12.28 08:07:00

2009.12.15.불날. 흐리다 맑음


구미에서 가져온 배추로 연일 그리고 종일 배추전입니다,
식구들이 다들 워낙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니.
생으로 된장에도 찍어먹고.

한동안 비운 간장집을 치워냅니다.
일을 하려면 책상정리부터이지요.
다시 금새 늘어놓게 되더라도 다시 막 쌓아두게 되더라도
내용을 알고 그리 해두는 것과 모르고 그리 하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서서히 계자 준비인 게지요.
그런 정리도 없이 계자가 닥쳐버리고는 하던
지난 두 해였습니다.
한 주 늦어진 올해의 계자이기도 하여 그렇지만
차근차근 하리라 단단히 마음먹은 이 겨울이랍니다.
논의 볏짚을 목공실 옆으로 좀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계자에서도 쓰고 거름에도 쓰고 지붕에도 쓰일 것입니다.
오후에는 쌀창고 곁을 정리하였지요.
공간이 많으니 할 일도 그만큼 또 있는 게지요.

산골 긴긴 겨울밤은
구들장에 배를 붙이고 책을 읽을 짬도 줍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고
그 사람들과 얽힌 타래들을 풀어야하던 날들에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짬들이었습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으며 생이 가는 게지요.
<엄마가 사라졌다>(수 코벳/생각과느낌).
도서관에서 제목 때문에 손에 쥔 책이었더랬습니다.
최근 한 국내 작가의 베스트셀러가
이 제목이 모티브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그전에 그리스 작품인가의 표절 문제로도 시달렸는데...
마지막장을 덮은 뒤
다시 한 구절을 찾아 읽었습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선택 가운데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낳을 때 우리는 인생을 계속 이어나가기를 선택한 거지. (생략)”(p.340)
그래요, 아이를 낳고는 더 이상 자살을 꿈꾸지 않았던 듯합니다.

뜻밖의 문자 네 통이 날아들었습니다.
내내 연락을 하고팠던 분인데, 연락을 주셨습니다.
2006학년도에 여기서 함께 아이를 키우셨더랬지요.
생의 많은 일들이 상황에 밀려가기도 하지요.
사실 우리의 의지라는 것도 있지만
상황과 함께 굴러가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그걸 운명이라고도 할 테지요.
아, 언젠가 한 선배가 물었습니다, 운명과 숙명의 차이를.
“건널목에서 널 만났어, 그러면 숙명이구나,
피해갈 수도 있었는데, 하면 운명인 거지.”
의지가 얼마나 개입되었느냐의 차이로 설명했을 겝니다.
2006년 그 해는 그랬습니다.
돌아보면 그저 미안하고...
제 삶으로 몰아쳤던 폭풍이 채 가시지 않아
분노가 온 몸을 뒤덮고 있던 시절,
거기 매여
정작 바로 앞에 있는 시간과 공간에 애정을 지니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떠나실 때까지 지지를 잃지 않아주셨던 분이었더랬지요.
고마웠고, 여러 차례 소식 먼저 드려야지 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연락 닿았네요.
섣달이 가기 전 한 번 오시마 합니다.
그러시라 했지요.
정녕 고마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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