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7.나무날. 눈발 날리는 아침
강도가 세지는 바람이더니
아침부터 눈발 날렸습니다.
얼마쯤 뒤에 잠잠하더니만
오후 다시 날리기 시작했지요.
밤, 서울입니다.
꽁꽁 언 대해리에서 피신입니다요.
하하, 그건 아니구요,
기락샘이 한국에 돌아와 홀로 서울에서 지낸지도 한참인데
물꼬 일에 묻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겨우 두어 차례 다녀갔던가요.
대신 기락샘이 부지런히 영동과 서울을 오갔지요.
한 이틀 지내며 살림을 살펴주려 합니다.
계자가 한 주 밀리면서 이런 여유가 다 생겼네요.
길 떠난다면 더욱 바빠지는 대해리입니다.
눈 아니어도 이제 연료 채우기 마지막 절차를 챙길 때였지요.
겨울 살림은 연탄들이고 땔감 챙기고
김장하고 된장 고추장 담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맨 마지막이 기름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달골 창고동의 기름통을 배불리고,
학교의 기름통을 채웠지요.
창고동을 쓸 때를 대비해두어야도 하고
(눈이라도 엄청 내린다면 접근이 어려운 곳이니까요)
학교에 고래방 온풍기며 모둠방의 석유난로용도
쓸 준비를 해두어야 하고...
더하여 달골을 비울 준비를 했지요.
계자 때도 계자 때이지만
긴긴 겨울, 학교를 중심으로 집약적으로 지내려지요,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할 테고 따숩기도 할 겝니다.
보일러며 수도며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달골에 올라가 있던 이불들도 내렸지요.
언제 그렇게 죄 올라가 있었더랍니까.
아이들 이부자리도 꼼꼼히 살폈습니다.
그렇게 가릴 수 있는 추위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
제대로 챙겨보지도 못한 채 덜컥 계자 아침을 맞아
해왔던 관례에 업혀 가고 있던 지난 두 해였지요.
그건 손발을 보태러오는 자원봉사자들이 챙길 일이 아니라
미리 중앙에서 준비해두어야 하는 일인데...
올해쯤 되니 일의 가락이 난 게지요.
영동을 벗어날 적
악보집가방이며 악기며 이것저것 달린 짐이 많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잠깐 들린 지역도서관에다 맡겨둘 수가 있었지요.
그곳은 우리들의 자료실이고 우리들의 작업실이며
우리들의 쉼터이고 모임터,
그리고 가끔 아이보호실도 되어준답니다.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