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2.불날. 맑음

조회 수 998 추천 수 0 2010.01.02 01:16:00

2009.12.22.불날. 맑음


엊저녁 가마솥방에서 식구들과 저녁을 먹다
벌떡 일어섰습니다.
“아, 동지다, 내일!”
아, 이제 겨울 끝입니다.
아직 소한 대한도 남고
우수경칩도 멀었고 꽃샘추위도 있지만
조금씩 해는 길어질 것이고
봄이 올 것입니다.
오늘 그 동지입니다.
대해리에서는 하늘도 귀하고 그렇게 계절도 귀하다지요.

“팥죽은요?”
다 저녁에, 저녁 밥상 막 물렸는데,
아이가 팥죽을 찾았습니다.
팥을 불려둔단 걸 잊고 슬쩍 넘어가려는데
애들이 또 그런 건 잘 잊지 않지요.
마침 단팥죽용으로 끓여둔 팥 있어
그것으로 대신하자며 밤참으로 냈더랍니다,
새알심 대신 인절미를 썰어넣어.

동짓날이 내일이면 할머니는 전날 밤 새알심을 빚으셨습니다.
가마솥에 휘휘 저어가며 끓이던 팥죽,
아침이면 식은 팥죽을 얼마나 만나게 먹었던지요.
조그맣게 빚어야 끓인 뒤 먹기 좋은 크기가 되거늘
자라나 처음 혼자 팥죽을 쑤었을 땐
새알심이 너무 커서 반씩 잘라 먹어야 했더랬습니다.
팥죽은 귀신을 쫓는다지요.
유교문화권에서는 가장 짧았던 낮이 조금씩 길어지는 동지로부터
새해가 시작된다 여겼습니다.
절기상 새해가 시작되는 셈인 동짓날,
장독대, 안방, 건너방, 사랑채, 그렇게 집안 곳곳에 팥죽 한 그릇씩 떠다놓고,
외양간, 돼지우리, 대문간, 사랑채 안채 기둥 벽들에는
솔가지로 시뻘건 팥죽물을 뿌려 모든 잡귀를 물리쳤다 합니다.
그런 다음 식구들이 한 사발씩 먹고
몸에 붙은 악귀를 몰아냈더라지요.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자잘한 학교 보수에 필요한 재료들도 사고
두툼한 이불도 열 채 들였습니다.
계자의 겨울이 더 따쉈으면 싶은 게지요.
한번에 많은 걸 들이지 못해도
그리 하나 하나 조금씩 살림을 불리려지요.
베갯속도 주문하였습니다.
옷을 입지 않은 베개가 많아 베갯잇을 들여놓으니
이제 속이 또 모자랐더랍니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의 겨울 잠자리가 나아지길 바라지요.

부산에서 집안 식구 하나가
계자 첫 일정 밥바라지를 오기로 하였더랬습니다.
따뜻한 남도에서 산 이에게 대해리는 얼마나 혹독할 것인지요.
그런데 가까운 데서 물꼬에 익숙한 이가
첫 일정 밥바라지를 할 수 있겠단 연락이 왔습니다.
하여 부산으로 다음에 와 달라 전화 넣었지요.
여기 올 준비 다 해두고 계셨는데,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인사를 하였습니다.
우렁이쌀과 유기농무청시래기와 물꼬표 꼬순 김장, 고춧가루,
그리고 우리 살림에 조금 넉넉한 것들 꾸려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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