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5.쇠날. 부슬비에서 저녁 싸락눈으로

조회 수 991 추천 수 0 2010.01.03 18:57:00

2009.12.25.쇠날. 부슬비에서 저녁 싸락눈으로


마을동회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스무닷새에 어김없이 하지요.
“학교에서는 하실 말씀이 없으세요?”
이야기가 마무리 될 즈음 이장님이 물으셨습니다.
이장님이 바뀌고 한 해가 흘렀고
새 이장님은 이러저러 물꼬를 살펴주고 계시지요.
어느 때의 이장님 임기에는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러한지 다른 분으로 바뀌셔서 그러한진 모를 일이나
마을 안으로 스며들도록 여러 가지로 도와주고 계신다지요.
고마운 그늘입니다.
1996년 가을부터 들어왔던 마을이니
(서울 살림을 접고 완전히 들어온 거야 2001년 겨울입니다만)
적은 세월은 아니지요...

‘시간 참 빠르다.
좋은 세월이 간 건지, 좋은 세월이 오는 건지...’
아이가 일기장에 그리 적고 있었습니다.
한해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요.
해가 가면 으레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보게 됩니다.
그런데 대개는 아쉬움이지요, 해마다 습관처럼.
한 노장이 말했습니다.
“성공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 어떤 지위를 차지하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진짜 성공은 밤에 어떻게 자는가,
면도할 때 여유롭게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는 사람인가,
가족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혼자 있거나 기도할 때면 어떤 기분인가 하는 것들로 가늠된다.
이런 것들이 죽음조차 가져갈 수 없는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이지.”
중요한 것은 실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
아쉬움은 우리를 따라 다니는 자연스러움,
분명 후회는 아니지요.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냈는가로
한해를 돌아보면 될 일이겠습니다.

허영자님이 방문하셨습니다.
예순도 훌쩍 넘기신 분이 대학생활을 이제 마쳤고
지역 안에서 예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지요.
그를 인터뷰한 글을
얼마 전 한 대학 학보에 실었던 일이 있었더랬습니다.
언제 적부터 다녀가고프다는 이곳을
몇 해 지나 오게 되셨네요.
산골서 귀한 김을 가득 실어오셨고,
우린 산골에서 거둔 것들을 나눠드렸답니다.
국밥 한 그릇 같이 먹고 난롯가에서 차 마시다 돌아가셨지요.

내일이면 청소년(새끼일꾼)계자입니다.
황도교실바닥 기름을 먹이고 목수샘은
낼 다시 볼 일을 보러 대해리를 나갑니다.
아고, 이러다 또 계자 닥쳐서야 허둥대진 않을지...
그것 아니어도 일이야 늘 널렸습니다.
이것을 하고 나면 저것이 보이고
저걸 하면 또 다른 것이 보이는 먼지 많은 낡은 살림이지요.
밤이 늦어지자 아이도 소사아저씨도 달려와
이불장을 정리하고 베개 속에 베갯잇도 입혔더랍니다.

계자 앞 교무실 2차 정리.
갈 길 멀지만 훤해집니다.
구석 먼지는 한결같고
오래된 교과서는 여전하며
서류장 서류들은 엉킨 채 있고
공문은 분류되지 않은 상태로 책상에 쌓여있지요.
그래도 빼야할 물건들은 있고 그것들을 조금 내다놓습니다.

달골에는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 모터가 있지요.
거기에 타이머와 함께 전등도 달았습니다.
쇠도 얼지 않던가요.
그리고 터지기도 합니다.
여기는 대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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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5.쇠날. 눈 잠깐. <시간 참 빠르다>

(생략)
아~” 시간은 참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엊그제 외국을 돌았고, 어제 지인이를 썰매 끌어주고, 오늘 아침에 여름 계자를 한 것 같다.

이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일들이지만 이것만 보아도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볼 수 있다. 좋은 세월이 간 건지, 좋은 세월이 오는 건지...

(열두 살/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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