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쇠날. 밤사이 또 눈

조회 수 996 추천 수 0 2010.01.04 19:24:00

2010. 1. 1.쇠날. 밤사이 또 눈


눈 내리고, 그리고 쓸었지요.
새해입니다.
엊저녁부터 종일 새해인사가 이어졌습니다,
그것도 유행인갑다 싶을 만치.
잊히지 않아 고마웠습니다.

그제는 종대샘이 들어왔고
어제는 기락샘이 들어왔으며
오늘은 품앗이 소정샘과 호성샘이 들어왔습니다,
맛난 와인과 먹을거리들도 딸려서.
계자 앞, 손발 보태고 간다 한참 전부터 벼르던 걸음들이지요.
‘짬 내서 연락 드려요.
벼르고 벼르다 연락드리는 거라서 그런지
마음이 얼마나 부풀고 생각은 또 어찌나 멀리 앞서 나가는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샘, 저 물꼬가 너무 그립고 보고파요.’
작은 새해맞이 밥상이 차려졌더랬답니다.

광주의 아이 하나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집이 없고 부모가 없는 아이이지요.
그나마 피붙이 하나 있는데,
요새는 그마저도 연락이 없다 합니다.
그들에게 물꼬는 외가인지 오래이지요.
그는 지금 그토록 기다리던 일터에 가 있습니다.
“밥은 잘 먹냐, 방은 따숩냐?”
그보다 중한 물음이 어딨을라구요.
다른 일 저치고 그의 졸업식엔 가려고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쳐두었답니다.
졸업사진을 찍고 같이 밥을 먹고 옷 한 벌 사주는
여느 졸업생식구들처럼 하루를 보내다 오려지요.

밥바라지로 젊은이 하나 연락이 왔습니다.
재미나게도 물꼬의 메일이라면 거의 일반편지 수준인데
인연이 될라고 같은 시간대에 메일을 서로 열어두고
바로 바로 주고받으며 낼 오겠습니다 하게 되었더라지요.
첫 일정 밥바라지는 한 사람이어
품앗이일꾼 하나를 도움꾼으로 붙일 참이었는데,
마침 그가 자기 자리를 잘 찾아들게 되었답니다.

새해 아침,
물꼬의 그늘을 드리우는 분들께
홈피를 통해 새해인사도 드렸답니다.
새해, 기쁨이시길.

------------------------

2010년 정월 초하루 아침입니다.

새해 달력이 들어오고 또 들어온 섣달,
떠난 해가 2010년인 줄 알았더랍니다.
하마터면 2011년이라고 쓸 뻔하였다지요.

새날 새아침이 밝는 일이 어제는 아니었고 내일은 아니겠습니까만
한 해를 가늠해보며 몸과 마음을 곧추세우는 지점으로서의 의미는
바래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물꼬에 살림을 보태 ‘논두렁’에 콩 심어주시는 분들,
손발로 물꼬 살림을 살아주는 ‘품앗이일꾼’들,
영광의 이름이라 불리는 물꼬의 청소년들 ‘새끼일꾼’,
가까이서 언제나 다사롭게 안아주시는 대해리 마을 어르신들,
그리고 멀리서 온기를 더해주는 많은 선하신 분들,
그 그늘에서 지난해도 무사하였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겨울의 길고 긴 어둔 밤은
거친 산골살이에도 비로소 책을 손에 쥘 수 있게 합니다.
도서관 서가를 걷다가 별 기대 없이 잡았던,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이 기록한 그들 이야기가 퍽 인상적이었지요.
‘......엄마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가지려 하지 않았다. 옮겨 다닐 때 끌고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이야기와 가축들이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원천이며 기쁨의 샘이다. 엄마가 가족과 친구와 가축을 돌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거울에 비춰볼 수 있는 것도, 잡지 표지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 나온다....’(<사막의 새벽;Desert Dawn>Waris Dirie)
삶을 살아가는 태도...

새해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 될 테지요.
계셔서 고마웠고,
물꼬 또한 있어서 고맙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정녕 평화로우소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3774 2010. 4.17.흙날. 맑음 옥영경 2010-05-08 1006
3773 2009.11.17.불날. 겨우 맑은 옥영경 2009-11-27 1006
3772 2014.12. 9.불날. 맑음 옥영경 2014-12-27 1005
3771 2012. 5.20.해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005
3770 2010. 8.31.불날. 창대비와 해가 번갈다 옥영경 2010-09-14 1005
3769 3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10. 3.28.해날. 맑음 옥영경 2010-04-11 1005
3768 2009. 6.22.달날. 비 내리더니 점심깨나 갰네요. 옥영경 2009-07-03 1005
3767 2016. 1.18~22.달~쇠날. 눈과 바람과 가끔 다사로운 햇살 / 소리 공부 옥영경 2016-01-27 1004
3766 2012. 6.28.나무날. 맑으나 멀리 구름 옥영경 2012-07-08 1004
3765 2010. 2.19-21.쇠-해날. 맑음 / 빈들모임 옥영경 2010-02-28 1004
3764 2010. 2.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02-28 1004
3763 2009. 5.25.달날. 맑음 옥영경 2009-06-06 1004
3762 2011.12.30.쇠날. 맑음 옥영경 2012-01-03 1003
3761 136 계자 나흗날, 2010. 1.13.물날. 맑음 옥영경 2010-01-20 1003
3760 2017. 6.30.쇠날. 소나기 / 인사동 시낭송, 그리고 청계천의 밤 옥영경 2017-07-31 1002
3759 2012. 6.27.물날. 비 지나고 옥영경 2012-07-08 1002
3758 2010. 1.9.흙날. 맑음 / 13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0-01-14 1002
3757 2009. 3.18.물날. 뿌옇더니 맑아졌네 옥영경 2009-03-29 1002
3756 160 계자 나흗날, 2015. 8. 5.물날. 맑음 옥영경 2015-08-18 1001
3755 10월 빈들 여는 날, 2014.10.25.흙날. 가을하늘! 옥영경 2014-10-31 100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