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흙날. 비 / 135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013 추천 수 0 2010.01.05 10:04:00

2010. 1. 2.흙날. 비 / 135 계자 미리모임


비 내립니다.
날 추웠으면 눈이었겠지요.
미리모임 준비 잘 하라고
날이 이리 수월한갑습니다.

한동안 아예 비워둘 달골을
소정샘과 호성샘이 청소를 해두고 내려왔네요.
국밥들을 먹은 뒤
소정샘은 선반이며 부엌먼지들을 닦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겨울도 그가 다녀가며 했던 일입니다.
호성샘은 곳간정리를 하고
기락샘은 재정정리를 맡아서 해주었습니다.
들고나는 살림규모를 놓치더라도
논두렁에 콩 심는 후원회원분들의 이름자는 잊지 말아야지요.
20년도 더 전에 가르쳤던 제자의 이름이 새로이 있고,
십수년 전의 제자가 새 논두렁이 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물꼬에 아이를 보내오던 분이 있고,
달골 공사를 맡아주셨던 분도 있고,
한참을 소식 없던 품앗이일꾼도 있고,
그리고 변함없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당신들이신지요.
그 그늘로 새해를 또 살아낼 것입니다.

종대샘은 몇 가지 목수가 필요한 일들을 하고
소사아저씨는 곳곳의 아궁이들을 점검하고
아이는 청소를 합니다.
장보러 나가는 차편에
소정샘과 호성샘은 서울과 홍천으로 돌아갔지요.
이번은 읍내 길에 틈틈이 몇 곳 들릴 곳들을 미리 챙겼더니
시간도 덜 걸리고,
갈무리 해둔 산에 난 것들 덕에 사들이는 것 또한 덜했지요.

135계자 미리모임.
점심부터 이미 열의 품앗이와 새끼일꾼들이 들어와
공간을 익히고 청소를 구석구석 시작했습니다.
저녁 7시, 열일곱(새끼일꾼 여섯 포함)의 사람들이 앉았지요,
내일 아이들을 광주에서 데리고 올 한 사람을 빼고.

특수교육을 같이 공부하는 인연으로 온 이들,
연수에서 만난 이들,
자신이 다녀가고 이제 친구들을 불러들여 오게 된 이,
이런 학교를 꿈꾸고 준비하고 있다는 이,
사회복지사가 꿈이어서 초등교사와 특수학교교사가 꿈이어서
현장경험을 위해 온 이들,
새로운 얼굴들이지요.
이 열악한 곳에서 집의 소중함을 자신부터 느낀다는
희경샘과 진주샘의 말은 모두의 생각이기도 하였더랍니다.
친구 따라 왔다 이제는 친구보다 더 물꼬를 챙기고 있는 아람형님,
초등 2학년 때 처음 연을 맺고 새끼일꾼이 된 연규형님,
계자철만 되면 물꼬 생각이 난다는 희중샘,
‘물꼬에 올 때마다 힘이 안든 적이 없는데’도 친구까지 끌고 오는 서현샘,
재밌어서 오고 얻을라 안 해도 느껴지는 게 많다는 수현형님,
교류하는 고아원에서 오는 새끼일꾼형님,...
보고 또 보는 얼굴들입니다.
아이들이 쓸 스케치북이며 신발장이며 사물함에 이름을 쓰고
이름표와 게시물을 만들고 글집을 엮고...
자정도 훌쩍 넘겨서야 잠자리로 갔지요.
희중샘은 지금 새벽 다섯 시가 넘어 이 시간에도
복사기 앞을 지키고 있고.

‘아이는 가고 싶은 대로 아무데나 돌아다녔고
그처럼 혼자 다닌다고 해도 전혀 위험할 것이 없었다.’
읽고 있던 한 책에서 옮긴 문장입니다.
꿈꾸는 마을이었고,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이지요.
물꼬가 하나의 그런 마을이기도 하답니다.
계자에서도 다르지 않다마다요.

아, 내일이면 아이들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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