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계자 여는 날, 2010. 1. 3.해날. 맑음

조회 수 1158 추천 수 0 2010.01.05 22:12:00

135 계자 여는 날, 2010. 1. 3.해날. 맑음


2009 겨울, 백서른다섯 번째 계절자유학교
- 끄응 뒤척이는 겨울산⦁1 -

하하하, 계자를 시작합니다.
몇몇의 샘들은 아이들을 맞으러 가고
나머지는 어제 해둔 청소를 또 합니다,
아이들이 올 거니까.
‘......옥샘께서 왜 ’영광의 새끼일꾼‘이라고 하시는지 느꼈던 게 새끼일꾼들이 완벽하게 하지는 못해도 진심으로 마음을 내서 해주고 부탁하는 일마다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열심히 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시키는 일만 하다가 스스로 먼저 알아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또래지만 배워가는 게 참 많아요......’(새끼일꾼 아람형님의 하루재기 글에서)

영동역, 먼저 닿은 경산의 아이들로부터
안 오시냐 전화 빗발쳤다지요.
1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샘들은 11시까지 갈 건데 말입니다.
중 1 경준이는 영등포에서 깜빡 졸아 기차를 놓쳤습니다.
역에서 물한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흘목에서 내려
걸어 올라오고 있었지요.
마침 직접 예까지 오고 있던 규민이네를 만나 같이 들어오면서
오기로 한 모두가 다 닿았답니다.
아, 준표가 지난 여름에도, 올 겨울도
마지막에 와서 또 못 올 일이 생겨버렸네요.
내년 여름에는 꼭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흔의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어른들 열여덟(새끼일꾼 여섯 포함)이 그들을 에둘렀지요.
“꼭 하고 싶은 거 없어?”
“장작놀이요.”
자누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언니 해온이에게 물었지요.
“꼭 했으면 싶은 거 없어?”
“자누는 뭐래요?”
“장작놀이.”
“그럼, 저는, 장작놀이 안하는 거요.”
“집안싸움은 집에서!”
그렇게 호통(?)치며 두 자매를 본지도 여러 해가 되었네요.
이 예쁜 딸들을 이렇게 계속 만날 수 있음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제가 좀 많이 컸어요.”
일환이는 머리 하나는 더 자라서 왔습니다.
때린 놈은 잊어도 맞은 놈은 잊지 않는다고,
다니가 온다면 아니 오겠다던 준우도 들어왔지요.
준우에게 한 일을 잊어버린 다니는
기억에도 없는 얘기를 하니 어리둥절해하였답니다.
요정나라에서 온 것 같은 승규와 나연이가 들어오고
장난기가 더글더글한 규한이도 오고
나중에 동생도 올 거라던 수아가 저는 아니 오고
동생 준아와 사촌 정원이를 보냈고
자기한테는 자유시간 대신 시간을 정해달라는 준호가 왔습니다.
예비 새끼일꾼으로 경준 동휘 인영이가 왔고
이번에는 캐나다 간 세훈이와 세영이 대신 인영이는
애수현(새끼일꾼 수현이와 구별하기 위해)이를 데리고 왔네요.
잘 섞이지 않는 듯했던 민재가 이제 분위기를 알아서인지 녹아서 오고
봄이와 소영이가 손 붙잡고 오고
경산에서 우르르 관용 건웅 재혁 재훈 현곤 현우가 나타났습니다.
현우는 금새 제 친구들 속으로 가고
큰 다섯은 경산페밀리로 불리며 몰려다니고 있다지요.
임수가 이번엔 동생 희수 없이 왔으며
광주에서 민지 선영 현주 세인이 올해도 같이 왔습니다.
중 1 큰동휘와 경준이가 새끼일꾼 못잖은 형님으로 오고
형찬이가 이제는 저도 4학년이 됐다고
표정은 여전히 저학년이고 말은 고학년이 되어왔네요.
십여 년 전 품앗이였던 이모가 지난 여름 이곳을 보내준 석현이는
이곳의 겨울을 보러 또 왔고
맑음을 몰고 규민이도 왔습니다.
“네가 아빠가 김도형씨지?”
“어, 어떻게 아세요?”
아주 놀래버린 우석이가 오고
재래식화장실이라면 끔찍해한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해우소를 나오는 민상이가
동생 도우와 함께 왔습니다.
무엇에나 적극적이어 틀림없이 한 집안이지 싶은 기환이와 지호,
야문 세정이,
거기 이곳에 살고 있는 류옥하다가 더해졌지요.

자신의 이야기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글집들을 엮은 ‘큰모임’ 뒤
‘두멧길’을 떠났습니다.
우리가 어디메 와 있나, 이곳은 어떤 것들로 둘러싸여 있나,
대해리 산마을을 둘러둘러 다녔지요.
왜 큰 바다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300년도 더 넘도록 마을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에 이릅니다.
거기라고 이야기가 지나가는 법이 없지요.
골이 깊은 만큼 이야기도 많고,
지내는 내내 우리는 그 이야기들로
별 걸 하지 않아도 이미 자연이 주고 있는 것들 속에서 풍성할 것입니다.
얼어붙은 계곡은 아슬아슬도 하였지요.
아구구 어쩌려고, 어어어, 이런 이런,
아이들은 바위 위를 뛰어다니고 언 절벽의 가장자리를 뛰어다닙니다.
샘들은 어디서 그만 하라고 할지, 어디만큼 허용이 가능한가,
끊임없이 물어야했지요.
“바로 그 지점이 물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에게 미리 그어진 수위가 있는 게 아니라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아이들을 대할 수위를 잡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물꼬에서의 교사가 어렵고
그런 만큼 성큼 성장해서 돌아들 간다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학교이면서 어른들의 학교이기도 한 겝니다.

저녁을 먹고 노래와 의논이 있는 ‘한데모임’을 지나
‘춤명상’을 건너
노래와 놀이가 있는 고래방 ‘대동놀이’를 떠났습니다.
마구 겨울들판을 달리고 산에 올라 토끼도 잡고,
그런데 우왕좌왕하던 토끼들이 서로 밟고 밟히더니
그만 다 죽어버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더랍니다, 믿거나 말거나.

수미샘이 준우 머리가 아프다고 데려왔더랬습니다.
열도 없고, 아무래도 환자는 아닌 듯했지요.
“솔직히 말해라, 무슨 일이고?”
아이들의 많은 아픔은 불편한 마음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목소리가 높아지데요.
“어떤 애가요...”
“어짜꼬? 내가 불러다 혼을 내킬까,
아니면 불러서 너랑 같이 앉혀서 물어볼까?”
불러온답니다.
규한이었지요.
“앉아라. 지금부터 한 사람씩 하고픈 말 다해라.”
사건경위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만, 이제 너.”
그도 말하기 시작하지요.
“그만. 이제부터 둘이서 얘기를 충분히 해라, 나는 일 좀 보고.”
돌아서서 책상일을 봅니다.
준우가 먼저 포문을 열었지요.
- 네가 때렸잖아.
- 아니, 반대론데...
- 네가 때린 거잖아.
- 근데 내 옷을 왜 잡어?
- 그건 얼음땡에서...
- 근데 왜 업혀?
- 네가 먼저 업혔잖아.
- 네가 입 친 거잖아.
- 입이 아니라 볼이야, 입 이쪽으로...
- ......
그러다 침묵이 흐릅니다.
“얘기 더 해라.”
“이제 없는데요.”
“그럼 다 된 거야?”
“네.”
“그럼, 가라. 또 문제가 생기면 와!”
그리고 갔습니다.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혹은 문제를 해결하며
남은 엿새도 우리 아이들은 잘 지낼 테지요.

아이들이 동화책을 들으며 잠자리도 가고 ‘샘들 하루재기’.
책방에서 책 읽는 아이들이 적다,
이것만으로 이번 계자를 짐작케 하지요.
샘들 몸이 전부 놀잇감이고 있습니다.
다 다른 놀잇감이 열여덟이나 있으나 얼마나 신날지요.
고달프다는 샘들의 하소연이 먼저 있었더랬습니다.
장애정도가 심한 아이 하나를 돌보는 샘들을 보며
새끼일꾼들과 동료들이 많이 배우기도 한다 하고,
새끼일꾼노릇하며
그 옛날 새끼일꾼들이 아이들에게 질러대던 소리가 이해가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거지요, 처지가 되면 일정정도 이해가 되는 법이지요.
역지사지가 어디 달래 있겠는지요.
새벽까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을 들고 다닐 글집을 복사한 희중샘,
곤하기도 했으련만 글집을 엮을 이들을 위해
한 권씩 모아 다 정리해준 것에
다른 샘들이 모두 감동하였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내 몸을 더 쓰는 것이 다른 이들의 몸과 마음씀도 끌어내지요.
샘들이 더 열심히 움직이게 되더라나요.
‘얼음판에서 마냥 신나서 노는 아이들을 보니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졌다.’
하루정리글에서 수미샘이 그리 쓰고 있었네요.
예, 아이들로
덩달아 이곳의 모든 어른들 또한 그러하답니다.
남은 날들이라고 어디 다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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