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계자 이튿날, 2010. 1.11.달날. 흐림

조회 수 1329 추천 수 0 2010.01.17 21:30:00

136 계자 이튿날, 2010. 1.11.달날. 흐림


눈 내리는 산마을 아침,
아이들과 마을길을 걷습니다.
“제보해요.”
홀로 흙집을 지어올린 할머니댁까지 갔습니다.
학교 뒤란 미루나무 가지 위 까치집을 보고
걷기 시작한 길이었더랬지요.
사람은 그런 일을 남의 손에 맡긴 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은 황토집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전화 넣자 수런거렸지요.
산골 아침 기운 아래 둥글게 서서
하늘과 땅으로 내 몸을 잇고 짧은 명상에 들기도 했더랍니다.

아침을 먹고 ‘손풀기’를 합니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에
노닐기 바쁜 때와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휘령샘처럼,
밋밋한 그릇을 가지고 하나 하나가 그려놓은 게 다 달랐다며
아이들이 너무나 다른데 그 아이들을 다르게 봐야겠더라는 선영샘처럼
그 수다스런 아이들이 명상하듯이 앉은 아이들 그림 그리는 모습에
감탄감탄이었지요.

오전 오후 열린교실이 두 차례 있었고
보글보글 요리를 하였으며
한데모임(더하여 손말, 우리가락)과 춤명상과 대동놀이를 했습니다.
바쁜 날이었지요.
옷감물들이기와 새해달력이 폐강된 속에
한땀두땀, 단추랑, 뚝딱뚝딱, 한코두코,물꼬대장정, 다좋다가 열렸습니다.
훈정이와 승미는 한땀두땀에 들어
MP3주머니를 만들고 예현이는 휴대폰집을,
유현이는 곰인형을 하나 장만했고,
예원 민아 효정 지인이는
단추를 가지고 물꼬간판에다 인형과 꽃을 만들더니
가수 빅뱅의 팬답게 상징물도 만들어 내놨답니다.
홀로 옷감을 물들이고 있던 선영샘 앞에
부엌일을 도우러 와서 양파를 까던 다좋다의 성재 경이 인영 건표 현진,
그걸로 옷감을 같이 물들였네요.
홀치기 염을 하여 한 두건과 목도리들이
당장 머리에 목에 두르고 다닙디다.
뚝딱뚝딱은 여건이 좋아졌지요.
순전히 지난 계자의 석현이의 적극적인 조언 덕이었는데,
목공실에 난로를 들여놓아
재호 재찬 현수 순진 화원이 작업하기 더욱 좋았더랍니다.
재호 재창 형제는 책상과 의자를 짝으로 같이 만들고
현수는 이따따만한 비행기를,
순진이는 롤러브레이드를 만드는 중,
화원이는 뭘 했더라...한코두코에는 주미 부선 윤정이가 들어가 목도리를 뜬다 시도하고,
물꼬대장정에 들어간 재우 태형 현준 하다와 유현이는
대해리마을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오전에는 띠와 깃발을 만들고 길을 정하고
오후에는 유환이가 빠진 자리를 인영이랑 성재가 채우며
마을이 건너다보이는 곳까지 가서
얼어붙은 계곡과 눈밭에 뒹굴기도 하였고 눈썰매도 타고.
살얼음 아래 흐르는 물은 오래 눈을 붙잡기도 했다지요.
새해달력은 진주형님이 홀로 열심히 만들었더니
오후에 들어가겠다는 아이들이 줄을 섰댔답니다.

그런데, 열린교실 하나에서 잘 섞이지 못하는 아이를
다른 아이들이 밀어낸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거부하는 아이들을 어쩌면 좋을까. 심지어 다수결 민주주의의 명목아래 솔직히 야속하고 야박했다. 모든 것이 성장의 한 과정이지만, 한 아이를 앞에 두고 그렇게 잔인하게 굴다니.
요즘 아이, 옛날 아이 할 것 없이, 어느 시대나 이러한 것이 존재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도 그랬으니, 그런 슬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슬픔이 거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계속 남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른 아이 심지어 성인군자라도, 나도 그러하다.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이 모자람을 느꼈다.’(예지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아주 없는 일은 아니지요.
더구나 초반에는 으레 일어나기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날이 흐를수록 마음이 순해지는 과정을 늘 보아왔습니다.
피 철철 흘리거나 폭력이 난무하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바로 끼어들지 않아도
어느 순간에는 흔들리며 자리를 잡아가지요.
특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만한 말기를 알아들을만한 아이들이 그러면
실망이 더욱 크지요.
오늘이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그 아이들 자신을 다시 흔들어주고
그리고는 제자리로 찾아가게 할 것을 믿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어떤 믿음을 지니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고
기다릴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 아니겠는지요.

열린교실2.
한코두코에서 훈정이는 보람있고 재밌었다 하고
유현이는 대바늘로 하다가 손가락뜨개를 배우니 쉽더라네요.
유환 예현이도 제법 떠올렸고,
재호는 하나 더 했으면 싶더라나요.
새해달력을 만든 재창 희정 주미가 펼쳐보이기에서
아직 다 붙이지 못한 걸 들고 나왔더랬는데,
주미가 그만 조각들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재창이와 희정이가 얼른 앉아 주웠지요,
쳐다보고만 있을 수도 있을 것인데,
우리는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는데.
훌륭한 아이들입니다.
뚝딱뚝딱에서는 원균샘이 종일 바깥에서 고생하였습니다.
순진 화원 현수는
답답하다고 난로가 켜진 목공실을 나와
눈밭 위에서 뚝딱거리고 있더라 공동작품 의자를 내놓았지요.
다좋다에선 경이 현진 효정 지인이가
눈덮인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뒤란 화목보일러 앞으로 나무를 옮긴 뒤
곤하다면 황토방에 누워 뒹굴거리기도 하였고,
한땀두땀에서 건표는 원숭이를, 민아와 예원이는 토끼와 곰을 만들어
예쁘다는 곳곳의 감탄을 들었더랍니다.
부선 윤정 승미는 옷감에 물을 들였지요.
염료가 연해져 좀 아쉬움이 남았으나
갖가지 홀치기가 잘 되었습디다.
부선이는 정말이지 꼼꼼하게도 홀치기를 했고
윤정이는 하나 하나 알려줘야 한 대신 한 번 가르쳐주면 곧잘 따라왔으며
승미는 차분하게 잘 따라오고 꼼꼼하게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하더라는
선영샘의 자랑이 있었습니다.
주현샘은 아이들 사이를 누비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요.
‘열린교실을 하면서 물꼬에서의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에 너무나 감사함을 느꼈다. 다른 곳에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의지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할 수 있어요.”라며 먼저 말해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어른들이 일상생활에서 너무 도와주기만 하는 건 아니었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우리 아이들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믿고 맡겨줘야겠음을 느꼈다.’(아람형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보글보글.
물꼬 밭에서 나온 배추로 담았던 김치에다
같이 유기농하는 이웃에서 나눠준 것까지 더해졌던 지난 김장이었지요.
계자에 와서 아이들이 잘 누고 간 똥오줌을 발효시켜 만든 거름도
그것들을 쑥쑥 키웠더랬습니다.
파묻은 독에서 계절을 나고
이제 냉동실에서 아이들을 맞을 채비를 하던 김치가 죄 나왔지요.
김치동그랑땡: 재우 현수 인영 주미 건표
김치핏자: 재창 부선 화원 유환 예현
김치수제비: 경이 성재 민아 현진 태형 현준
김치호떡: 예원 승미
김치부침개: 유현 훈정
김치떡볶이: 희정 윤정 지인 효정 재호
김치스파게티: 하다 순진
적극적인 참여,
하나라도 더 스스로 해보려는 모습,
자신보다 샘들의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배려,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집중, ...
요리는 아이들의 긍정성을
얼마나 크게 부각시켜주는 장인지 모릅니다.
화원이 손뜨개질감을 들고 와 핏자 만드는 걸 건너다보기만 했는데,
그래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
나이든 할머니마냥 앉았다고 우리들의 장난스런 흘김을 받기도 하고
재창이는 신청하고픈 게 다 차서 언잖아 있다가
문제를 안고 왔으나 탈탈 털고 반죽을 밀었으며
유환이는 책임감 있고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강하게 가진 아이란 중평을 들었지요.
그 아이 일곱 살 때부터도 그러하였지만
예현이는 얼마나 밝고 따뜻하던지요.
음식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니
부모된 심정이 이런 것인가 싶게 뿌듯했다는 주현샘의
후일담도 있었더랍니다.

한데모임.
‘샘이 먼저 열심히 해야 아이들이 보고 배우’더라며
목청껏 노래 아이들보다 더 큰소리로 초록샘은 노래를 부르고...
손말과 우리가락을 익히고
성재와 현진이가 진행자가 되어 함께 살기 위한 의논들을 했지요.
성재의 따뜻한 유머는
모두의 큰 환대를 받았답니다.
오래 볼 일입니다, 사람 말입니다,
얼마나 갖가지 모습을 지녔는지,
그간에는 몰랐던 그의 모습이랍니다.
춤명상을 하러 황토방으로 건너갔다가
대동놀이를 하러 고래방으로 좇아가고
하루가 어찌 그리 바삐도 흐르던지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 뒤 가마솥방에 모인 샘들의 하루재기.
눈이 닿지 않았던 아이들 이야기도
모두가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처음 온 현수가
우선은 태우형님한테 마음을 붙이고 좇아다니고 있습니다.
날이 가면 아이들 속으로 금새 갈 테지요.
해가 막 바뀐 때이니
나잇살이 화제이기도 합니다.
“이제 12세 관람가 볼 수 있어.”
아하, 그렇기도 하겠네요.
현진이는 어느 자리에서 그랬더랬네요,
새끼일꾼도 하고 품앗이로도 오고
자식 낳으면 자식도 물꼬 보내겠다고.
그리고 젊은할아버지한테 너무 감사하다고도 했습니다.
별게 다 재미가 있는 이곳이지요.
아이들이 샘들 별명을 붙이고 까르르 넘어가며 불러대기도 합니다.
물꼬에는 ‘보석’이라 붙여주었습니다.
귀하다는 의미이지 않을지요.
고마운 일입니다.
아, 원균샘은 아이들이 뜬 목도리를
일곱 개나 선물 받았다 자랑이었답니다.
“푸훗, 우리도 다 받았거든...”
그래도 신이 난 원균샘입니다.
아이들이 전한 마음은 샘들을 그리 신명나게 하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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