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계자 나흗날, 2010. 1.13.물날. 맑음

조회 수 1003 추천 수 0 2010.01.20 00:13:00

136 계자 나흗날, 2010. 1.13.물날. 맑음


기온 내려갑니다.
아이들이 들고나는 때는 가벼워지더니
여기 익을만할 때 그럽니다, 앞서의 계자도 그러하더니.
늘 지치지도 않고 되내게 되는 말,
산골 살면 하늘 고마운 줄 알지요.

토스트를 먹는 아침입니다.
하루쯤은 그리 먹지요.
부엌으로 손을 거들러 갔던 아람형님,
다리도 아프고 춥더라며, 새삼 부엌샘들께 고마웠다 합니다.
“물꼬를 돕고 움직여주고 그런 사람이 참 많은데, 고마웠어요.”
한편 샘들은 틈틈이 장작을 패러 뒤란으로 가지요.
태우형님은 언제 저리 힘이 세졌답니까.
희중샘은 덩치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지요.
곁에 있던 진주형님과 초록샘은 곁에서 응원가라도 불렀으려나요.
선영샘과 예지샘과 아이들은
마당을 가로지르며 빨래를 빨고 넙니다.
낮엔 햇살에 반짝거리는 눈으로, 밤엔 쏟아져 내리는 별로
추위도 가셔지더라지요.
그리고, 재창이의 칼이 부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예지샘이 정성껏 붙여주었지요.
그저 그렇게 아이들 곁에 있는 것도 이곳에서의 샘들이랍니다.

136계자이니 135까지의 계자가 있었지요.
그것 아니어도 자잘한 규모까지 더하면
정말 숱한 계절학교가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계자들이 잘 잊히지 않는 것은
딱히 기억력이 좋기로보다
그 계자를 대표하는 장면들이 꼭 있었기 때문일 듯합니다.
이번 계자는 아마도 오늘 오전이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음악놀이와 미술놀이가 같이 적힌 속틀이었습니다.
“어떻게, 한 가지로 몰까요, 아니면 나뉘어서 할까요?”
머리를 맞대는 즐거움, 이곳 아니라도 가슴 따순 이야기이지요.
음악놀이랑 미술놀이를 다 하기로 먼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나중에 연극을 하잖아요...”
미술과 음악을 그 연극놀이랑 이어보자 현진이가 제안을 했지요.
“그러면 연극놀이 주제를 먼저 잡아야겠네요.”
백설공주로 정하고 장면을 나누고
그런 다음 배경을 설정하고...
음악놀이에선 거기 쓸 음향을,
미술놀이에선 거기 쓸 배경과 소품을 맡기로 하였더랍니다.
유현 승미 현수 유환가 미술놀이로,
나머지는 음악놀이로 몰렸습니다.
샘들도 적절히 자기 관심대로, 혹은 머릿수대로 나뉘었구요.
미술놀이에선 일곱난장이 모자를 맨 먼저 접었다는데,
너무 오래 돼서 잊었다는 샘들 대신
승미가 선생님이 되었다네요.
“첨엔 의견도 잘 안 모아지고, 시끄럽기만 하고...”
음악놀이에 들어간 아람형님, 먼저 애가 타서 결국 소리도 질렀다는데,
애들에게 은근히 미안하여 작업하는 중에 슬쩍 사과를 했다나요.
“아까 놀랬지?”
“괜찮아요, 제가 샘이었어도 그랬을 거예요.”
경이였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위로 하며 날이 간다지요.
음악놀이에선 오프닝무대, 그리고 마감무대를 위해,
또 장면 사이 효과음을 만들었다 합니다.

오늘 점심은 ‘보글보글 2’로 대신합니다.
전통적으로 김치만두를 빚어 먹지요.
‘먹고 싶은 만두’, ‘또 먹고 싶은 만두’, ‘자꾸 먹고 싶은 만두’, ‘군침 도는 만두’,
거기에 만두피를 만들어 공급하는 ‘빛나는 보자기’가 더해졌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대로 방을 찾아가서
먼저 한 판 잘 구워 배를 채운 뒤
만두피방과 가마솥방을 위해 배달에 나섰지요.
부엌으로 가져오면 쪄서 내주기도 하였지요.
양을 지난 계자 규모에 맞추었으니
이번에는 일찌감치 배가 불렀습니다.
먹고 싶은 만두 유현 현진 지인 재우 예원이는 정말로 먹고 싶도록 만들고 있었고
예현 경이 주미 민아 현수는 또 먹고 싶도록 만들었습니다.
자꾸 먹고 싶은 만두는 승미 훈정 윤정이가 빚고 있었고
만두피는 순진 인영 부선이가 열심히 밀었고
부엌엄마 이정애님도 나와서 거들었답니다.
그러면 군침 도는 만두에는 없는 이름자들이 다 들어갔겠지요.
미처 신청을 못했던 희정이와 화원이,
들어가고픈 만두피에 못 들어가고 배회하던 재창이도
어느새 만두 빚는 방으로 가서 잘 챙겨먹고 있었더랍니다.
‘이렇게 도란도란 둘러앉아 만두를 빚었던 기억이 왜 없을까 새삼 놀랐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값진(?) 일이란 것이 좋은 경험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공간 안에서 그야말로 즐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훗날 교사가 되었을 때 어떤 환경을 만들어줄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했다.’(주현샘의 하루정리 글 가운데서)
보자기에선 남은 반죽으로 칼국수를 밀었고,
배불러도 또 먹겠다 아이들이 찾아 왔지요.
“제가 이거 맛을 알거든요!”
지인이었답니다.
그리고 끝도 없이 나오는 설거지를 샘들이 돌아가며 해대고 있었습니다.
‘설거지 때 옥샘과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힘이 한껏 나 따라 불렀던 그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평화가 느껴졌습니다.’(선영샘의 같은 글 가운데서)

연극놀이.
먼저 반가운 소식, 음향이 살아났습니다.
아마도 너무 추워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오디오까지 준비를 하였는데,
고래방 기기가 움직이기 시작했지요.
이런 것도 이곳의 기적이라 부르겠습니다.
준비하는 아이들,
원균샘이 첫 경험이면 해본 그들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경이는 예원이와 민아의 의상을 챙겨 입히고,
저들끼리 모여서 연습도 하고...
모둠들끼리 미리 장면을 나눴던 대로 극이 만들어졌고
바쁜 분장실이 돌아갔으며
음향실과 조명실 역시 무던하게 움직였네요.
네 명의 백설공주와 떼거지 난쟁이들,
난쟁이 소품을 이어서 잘 썼지요,
거기 무수히 오고간 사람들과 자연물들,
그걸 이 작은 수들로 어찌 다 표현을 했을까나요.
짧은 시간 놀랍더라, 신선하더라, 재밌더라, 자유롭더라, 나도 참여하여 재밌었다,
샘들의 평이었습니다.
분장을 맡아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아람형님,
‘정말 물꼬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할 일을 잘 해내고 너무나 이뻐서 너무 좋다.’
라고 하루정리 글에서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내는 모습이 대견했다. 거슬러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란 것이 놀이를 통해서가 많은데 지금 이렇게 물꼬를 경험하는 아이들은 훗날 얼마나 큰 자산이 될까 싶어서 부럽단 생각이 생뚱맞게 들었다.’(주현샘의 하루정리 글 가운데서)
‘연극이 끝난 후 성급한 마음에 빨리 뒷정리를 같이 하고자 몇 번을 소리쳤지만 다들 청소할 생각이 없는 모습에 혼자서 울컥 화, 이 상황도 내가 못 참아서 내지른 화 아니었나 스스로 반성. 몸도 녹이고 연극으로 달궈진 즐거운 수다가 끝나고 조금씩 정리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선영샘의 같은 글 가운데서)
그런데 아뿔싸, 공연에 너무 심취하느라
미술놀이에서 그려두었던 무대배경 붙이는 걸 깜빡하고 말았더라나요.
그나마 음악놀이에서 한 준비라도 다 써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 하였습니다.
사실, 성과는 좀 미흡했지요,
그러나 역시 연극은 총체적 '과정' 속에 배움이 깃든 최대의 장!
오늘도 다르지 않았더이다.

한데모임.
샘들이고 애들이고
노랫소리는 어찌 그리 크고 손말은 또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노랫소리가 너무 좋다. 흥이 절로 나는 노래시간.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털고 함께 즐기며 노래하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고. 노래방을 가서도 이렇게 흥이 나고 신이 난 적이 없던 것 같다. 아니 없었다. 지금도 노래하던 생각만 하면 너무 설렌다. 좋은 긍정적인 기운이 우리를 휩쓸고 가는 기분이 계속해서 든다.’(예지샘의 하루정리 글 가운데서)
오늘은 짧은 판소리공연도 있었고,
우리가락도 익혔습니다.
방에서 하는 대동놀이가 이어졌지요.
판소리에 이어진 이야기를 가지고
손놀이를 하며 놀았답니다.

샘들 하루재기.
점점 체력에 한계를 느껴가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척척 해내는 걸 보면
이것이 물꼬의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선영샘이 그랬지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예지샘이 아이들과 밖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아이들과 잘 놀아준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여기 온 모든 선생님들이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잘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시설아동들에 대해서는 늘 얘기가 깁니다.
예외가 없진 않지만
대체로 그곳 아이들의 관계맺기를 보면
정 많은 교사를 중심에 놓고 집약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들에게 곁,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 큰 의미일 테지요.
한편, 그들이 늘 같은 방식으로 관계 맺는 것을 뛰어넘을 수도 있길
기대해 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너무 가까운 ‘교사와 아이들의 거리’가
다른 아이들이 들어설 자리를 막을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지요.
지난 계자 한 장애아의 경우가 좋은 예일 겝니다.
샘들이 조금 벗어나니 아이들이 그 아이를 돌봐주었더랬지요.
연민은 소중한 감정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독한 적이기도 하다지요.
감쌈과 애정 어린 밀침, 그 균형 있는 줄타기가 때로 필요하기도 하답니다.
그렇더라도 또 드는 생각,
‘한없는 품’만한 치유가 어딨을지요...
“밖에 나가보니 별들이 많이 떠있더라구요.
물꼬에 오는 모든 아이들 역시 별들처럼 아름답고 고운 마음으로 잘 성장했으면...”
희중샘이 자리를 마무리하며 그랬습니다.
그래요, 저 아이들 정녕 그리 자라길.

내일은 늑대발자국을 좇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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