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17.물날. 흐리다 야삼경 눈 시작

조회 수 1013 추천 수 0 2010.03.30 01:21:00

2010. 3.17.물날. 흐리다 야삼경 눈 시작


요즘 여긴 세 젊은이가 수행중입니다.
그들은 정말 청년들답습니다.
푸르럽니다.
잠깐 나왔던 볕을 바래러
가마솥방 지붕에 올라가는 그들.

표고장 뒤 나무 베고 정리하고
밭가 도랑 치던 일을 끝냈습니다.
선아샘은 오늘 기분이 좀 나아졌지요.
‘열심히 해도 남들이 더 잘하고 힘든 것 꾹꾹 참아야 해서 힘든데
오늘 한 밭일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확 긁으면 확 치워지니 속도 시원하고
덕분에 되게 잘 하는 것 같아 우월해지기까지’ 하더랍니다,
‘풀치우기가 너무 재밌고 밭일이 다 풀치우기 같음 좋겠다’고.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해준 약 없이
그가 나날을 잘 넘어가고 있습니다.
희중샘은 허리가 안 좋고,
세아샘은 무릎이 그러합니다.
모두 건강도 회복하는 시간들이 되길.

세 젊은이들은 훈련 중입니다.
독립적으로 살아내는 법 익히기!
오늘은 선아샘한테
다싯물 내서 시래기국 끓여보라 했습니다.
이미 시래기를 불려 데쳐내고 된장에 무쳐놓은 걸
그저 물 붓고 끓여내기만 하는 과정인데도
가슴이 다 두근두근하더라지요.
“삼촌(소사아저씨)이 곁에서 도와주셨어요.”
그냥 끓이면 될 것이라도 안 해보면 모르고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조금씩 해보기’,
해보기 전에 먼저 ‘눈여겨보기’를 공부하고 있지요.

저녁 8시의 식구 한데모임.
마음 나눔들이 있었습니다.
“...인생에 뭔 짓을 해도 안 되는 그런 때가 있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이제는 힘을 내야지...
책도 지금, 노래도 딱 지금, 이 순간 이 시기 들으면 좋은 것들이네요,
날씨도 사람도...”
당장 어떻게 될 것 같고 아등바등했는데
선아샘은 왔던 초기보다 안정적이 됐다 합니다.
조금이지만 앞을 볼 수 있게도 됐다지요.
희중샘, 아무리 힘들고 우울해도 항상 웃으면서 지내보자 합니다.
세아샘은, 계속 영동 생각이 나서
일 그만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다 고백했지요.
소사아저씨는, 살면 살수록 물꼬가 참 좋은 곳이란 생각드신다데요.

여자들은 달골에, 남자들은 학교 사택에서 자고 있습니다.
오늘은 달골 햇발동 먼지풀풀.
주에 한 차례는 하는 일인데
지난주에 못하고 건넜더랬습니다,
남도를 오가느라, 거기서 또 다른 도시를 몇 차례나 오가느라 몸 지쳐.
같이 모여 후다닥 해치웠지요.

“저 봐!”
야삼경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펑펑.
금새 쌓이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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