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22.달날. 우박 떨어지는 저녁

조회 수 994 추천 수 0 2010.04.06 23:24:00

2010. 3.22.달날. 우박 떨어지는 저녁


“너거 아들이 왜 그리 말을 안 듣노?”
이른 아침부터 아이 이모할머니의 전화,
아이가 몇 날을 목감기를 앓는데
약도 안 먹고 병원도 안 간다고 버틴다 합니다.
그러면서 집에서 좀 쉬어라 해도
반나절 무예수련을 꼬박꼬박 간다네요.
“엄마가 약도 안 먹이고 그리 키운다네. 정말 니는 그리 키우나?”
집을 떠나 사니 이런 게 또 문제가 됩니다.
“병원에 가라.”
엄마 손을 떠나 있는데, 엄마가 돌봐줄 수도 없는데,
거기선 거기 방식대로 살아라 합니다.

온 식구들이 아침부터 표고장 비닐을 씌웠습니다.
낡아 찢긴 것을 걷어내고도 두어 달을 그냥 보냈지요.
손이 많으니 이런 일도 수월습니다.
어제 온 종대샘이 본가로 돌아가기 전
한동안 이곳에서 지낼 희중샘은 경운기 운전을 배웠습니다.
(미뤄 쓰고 있는 기록에 오류가 있어 지난번에 이리 썼더라구요, 쯧쯧)
운전하던 사람이야 수월타지요.
마침 퇴비 서른 가마가 들어왔습니다.
희중샘 멋있게 실어왔지요.
엔진톱 사용법도 익혔더랍니다.

“나는 물꼬에서 먹는 밥이 젤 맛나다!”
읍내를 나가서 끼니를 지나기라고 할라치면
그럭저럭 사 먹기도 하지만
다녀와 집에서 저녁을 먹을 녘 막 행복해집니다.
특히 ‘내 손’으로 해먹는 밥이 젤 맛있습니다.
한 때 이곳에서 밥을 먹는 일이,
해주는 밥을 먹는 일이 힘이 들었습니다.
제 손으로 밥을 해먹는 게 젤입니다.
‘독립’이고 ‘자유’의 맛이랍니다.

참, 오늘 정장을 입고 나갔더랬습니다.
다른 것 다 제 하고 싶은 대로 사는데
까짓 옷 쯤 남편이 좋아하는 걸 입어주지 못할까요.
“치마 입은 거 처음 봐요.”
학생들의 반응이었답니다.
“아니, 그럼, 그간 내가 허구헌 날 입고 다니던 게
치마가 아니었더란 말야?”
늘 입고 다니는 긴 치마가
너무나 몸에 붙어 치마처럼 느껴지지 않았던가 봅니다.
올해는 정작을 자주 입을 계획입니다.
작은 변화만으로 삶이 더욱 재밌어지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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