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빈들모임 이튿 날, 2010. 3.27.흙날. 약간 흐림

조회 수 1102 추천 수 0 2010.04.11 11:42:00

3월 빈들모임 이튿 날, 2010. 3.27.흙날. 약간 흐림


새소리 높습니다.
아침 수행을 시작하지요.
전통수련으로 몸을 풉니다.
안으로 침잠해서 걱정이 많은 서른 살 청년도
이곳의 일정에선 함께 움직입니다.
집에선 상상도 못할 아침이라지요.
그래서 홀로 하기 어려운 것들을
때로 이렇게 모여서 풀어가가도 하는 것 아닐는지요.

봄이 걸어오는 길을 따라 걸어내려옵니다.
물오른 봄 나무들의 생기가
우리에게도 물관을 내줍니다.
풀린 계곡의 물소리는 봄내음처럼 달디 단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건너편 큰형님느티나무는 어느 계절이건 감동이지요.

밥을 먹고 다시 달맞이길(달골 오르는 길을 이제 그리 부르려지요) 오릅니다.
산밭 너머 숲에 들어 마른 나무들을 끌어내지요.
난로에 쓸 땔감을 모읍니다.
자주 하는 생각입니다만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정말 몇 푼 안되는 일들입니다.
유기농이 그러하고 산골살이가 그러하지요.
거기 환전할 수 없는 가치들이 있으니 하는 겝니다.
새참을 올려 보냅니다.
후렌치토스트와 토스트와 쨈과 라떼와...
연일 사과쨈을 만드는 솥단지를 젓고 있다는 소식에
오는 이들이 사과쨈 사과쨈 노래를 불러 마련했더랬지요.

마침 건표네가 들어서서 함께 올랐습니다.
유기농제품들을 또 한 상자 실어오셨지요.
“보내온 지 얼마나 된다고...”
“그랬나...”
그래도 오는 걸음에 실어오셨답니다.
누가 우리들의 밥상을 그리 걱정해준단 말인가요.
늘 고맙습니다.
낮 버스를 타고 기락샘도 들어왔지요.

오후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표고장에 이제 더는 버섯을 낼 수 없겠는 나무들을 꺼내놨더랬지요.
그걸 운동장 가 백합나무 아래로 옮깁니다.
희중샘이 멋있게 경운기를 몰자
사람들이 먼저 올라타기도 했더랍니다.
아녀자들은 밭에서 냉이 캐고 쑥을 뜯었지요,
그 사이 부엌에선 먼저 뜯어두었던 쑥으로 쑥버무리를 해내고.
사내 녀석들은 현관이며 운동장 패인 곳들에
자갈을 채우거나 흙으로 메꾸었습니다.
집을 떠나 있던 아이는 그 사이 별 일은 없나 학교를 둘러보더니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제 일을 찾아 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마당에서 축구 한 판 벌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운동장이 그렇게 들썩이고 있었답니다.

밤, 다시 달골입니다.
춤명상.
오늘 소품은 버들강아지입니다.
봄이 안으로 성큼 들어선 거지요.
우리 안으로도 그리 봄이 들어왔답니다.
오늘 춤의 마지막은 ‘노니는 춤’이었습니다,
사느라 애쓰는 우리들에게 준 선물 같은.
난로에 고구마를 넣고 이야기마당을 이어갑니다.
곡주도 꺼내고 다과상도 차려지지요.
굳이 준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마음에 있는 것들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이 땅에서 고교생으로 살아가는 일은,
그리고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일은 만만찮습니다,
하기야 생의 어느 지점이 그렇지 않을까만.
그런 속에 자신에게 오르는 감정들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그런 걸 배워본 적 없는 서툼에 대해서도 동의들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자해를 하기도 하는.
어떻게(건강하게) 자기 감정을 표현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
방으로 들어간 젊은 친구들과 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하였지요.
젊은이들 속에 상담전문가 이정애님이
아주 좋은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때로는 엄마처럼.
난로의 고구마가 익어가고,
달골의 밤이 말랑말랑 먹음직스럽게 익어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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