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14.물날. 맑다가 눈 날리다

조회 수 1102 추천 수 0 2010.05.05 10:17:00

2010. 4.14.물날. 맑다가 눈 날리다


음력 3월 초하루,
눈이 내렸습니다...

겨우내 띄웠던 메주를 음력 정월 그믐께 소금물에 담갔다가
40여 일 지나 된장과 간장으로 가르게 되지요.
여기는 좀 추운 곳이라 그만큼 늦추기도 하는데,
예년대로라면 지난 4월 23일께는 메주를 건져내야 하지만
웬걸요, 볕이 많지 않았던 올해는 어림도 없겠습니다.
참말 날 차고 볕 드물었지요.
몽당계자에 온 아이들과 함께 메주를 으깰랬는데...
아침 저녁 항아리 뚜껑을 열어두면
숙성되어가며 까맣게 변해야건만,
5월은 돼야지 싶어요.

이른 아침 성길이 아저씨네서 폐표고목이 실려 왔습니다.
하우스 한 동을 통째 샀지요.
그런데 나무를 실어내고 싣고 부리려니
그게 또 쉽잖습니다.
정작 나무값은 아주 쌌으나
트럭 두 대에 기름값과 인부를 부리는 값을 내니
어휴, 큰 살림이었네요.
그래도 식구들 고생 안 시키고
나무 나온 김에 들였다 싶으니 싸다 합니다.

아이와 소사아저씨는 나무보일러실이 있는 본관 뒤란에
종일 연탄재를 깔았습니다.
많이도 나오는 연탄재여서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습이 덜 올라와야 땔감이 잘 있지 않겠냐 하고.

재미난 얘기 하나 들었습니다.
실화입니다.
수년 전의 초등학교 1학년 시험지였지요.
그 댁 아이가 한 문제를 틀려왔더랍니다.
“다음 그림을 보고 적당한 말을 쓰세요.”
그림은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서는 장면이었지요.
“무엇이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먼저, 정답은 무엇이었던 걸까요?
‘아버지,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정도로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그 아이, 뭐라고 썼던 걸까요?
“와, 아빠 왔다!”

그 얘기를 들었던 시간, 사회 교과목의 역사를 다루다가
어릴 적 반공도서를 읽고 썼던 독후감에 대한 기억들도 나왔지요.
저 또한 반공도서를 읽었고, 독후감이란 걸 썼던 세대입니다.
아, 요새도 그런 것 하나요?
반공글짓기, 반공표어포스터, 반공웅변대회, 반공독후감...
참 많이도 있던 반공대회들이었습니다.
고교 때는 글짓기로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타서
당시 30만원이란 큰 돈을 받았던 적 있는데,
그게 또 반공독후감이었더란 말입니다.
당시 교장선생님과 지역 군수님이랑 그 기념으로
밥을 같이 먹기도 하였더랬지요.
그런데 참 재미나지요.
그 학생이 대학을 가서 화염병 뒹구는 거리를 달린단 말입니다,
반공을 국시로 내건 정부를 향해.
사람이 그렇게 생각이 변하기도 하는 게지요.
사족으로 다는 더 웃긴 이야기;
붙잡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끌려간 곳에서
그를 꺼내준 것도 바로 그 독후감시상내역이었더란 사실!

혹여 눈이 얼기라도 할까,
아이랑 달골을 걸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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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14.물날. 눈 / <꽃샘추위(?)>

봄, 3월도 아닌 4월 중순에 때 아닌 눈이 내렸다. 미세하게 싸리눈처럼 1cm 정도 온 게 아니라 완전 함박눈으로 3cm 이상 내렸다.
내가 영동에 산 8년 중에서 4월 중순에 눈이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아니, 눈이 겨울에 안 오고 늦봄에 내리다니, 개가 들어도 웃을 것 같다.
어제 강풍으로 하우스가 많이 무너졌다고 하는데 하우스가 무너지고 그 위에 바로 눈이 내렸으니 하우스 과일값이 많이 올랐을 것 같다.
그뿐 아니라 풀이나 꽃들도 많이 죽을 테고, 개구리나 새 등도 다 얼어줄을 것 같다.
거기에 농사는 이제 막 싹이 나왔는데, 다 얼어서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을 것 같다.
4월에 눈이 오다니... 별일이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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