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몽당계자 이튿날, 2010. 4.24.흙날. 맑음

조회 수 1165 추천 수 0 2010.05.10 01:06:00

4월 몽당계자 이튿날, 2010. 4.24.흙날. 맑음


전통수련으로 아침을 엽니다.
아이들이 곧잘 자연스레 했지요.
이래서 계자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모이는 몽당계자의 흐름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주로 모이는 아이들이 모여서
관계가 더 깊어지는 것만 같아서도 좋지요.
마치 상설학교과정 같고는 하답니다.

아침밥을 먹고 또 놀이판이 벌어집니다.
설거지야 돌아가면서 당연히 하지요.
뭘 자꾸 하려들까, 저리만 놀고 가도 좋겠다,
그런 맘이 크데요.
시간과 시간 사이를 많이 벌려놓기로 하였답니다.

오전에는 비어있는 학교 울타리를 채우기로 합니다.
거기 개나리를 꺾어다 꺾꽂이를 하기로 했지요.
“진짜 뿌리까지 안 캐도 이게 나요?”
신기해라 하지요.
좀 더 일렀으면 좋았으련만 더딘대로도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겝니다.
경험 많은 이들이
꽃 나기 전에 못하더라도 꽃 나고 잎 나기 전에 해도 살더라 했지요.
된장집 뒤란의 개나리를 꺾어다 열심히 심었답니다.
그리고 또 지치도록 놀았지요.
소나무에도 오르고 희중샘이 운전하는 경운기도 타고 수레도 끌고...
뭘 하려 들지 말자, 저리만 놀다 가도 좋으리,
다시 한 생각이었답니다.

점심이 좀 늦었습니다.
손님 드는 편에 맞추기로 했지요.
그래서 또 놀았지요, 자꾸 놀았지요.
지치지도 않고 잘도 놉니다.
충북도청 블로그기자단에서 박현주님이 취재를 오기로 했더랍니다.
그네의 가족 유부현님과 지민 수민 두 꼬마들도 따라왔습니다.

점심,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반찬 한 가지쯤은 꼭 들어줍니다.
정말 물꼬는 화수분 아닐까 싶어요.
그걸 해낼 것들이 꼭 있지요.
아, 아니다, 아이들이 더 귀신이겠습니다,
뭐가 있는지 마치 본 것처럼 그걸 해달라 하니.
남은 끼니들도 그리 해먹을 참이랍니다.

오후엔 들에서 놀았습니다.
선개불알풀이며 꽃마리, 꽃다지, 봄맞이꽃, 할미꽃, 돌단풍, 금낭화,...
봄꽃들이 좀 많아야지요.
그 꽃들 사이를 누빈 뒤
들나물을 캐러 갔지요.
냉이는 벌써 꽃 핀 놈들이 절반입니다.
원추리는 딱 먹기 좋게 올랐습디다.
머위랑 파드득나물도 따옵니다.
아이들은 진달래화전도 부치겠다고
마을 앞을 갔던 어제와 달리 동쪽 개울을 타고 또 계곡으로 들어섰지요.
그때 소사아저씨와 유부현님은 철판을 잘랐습니다,
떨어진 간판으로 쓰겠다고.
사람들이 가진 갖가지 재주가
물꼬에서 얼마나 요긴해 쓰이는지요,
손 보태주셔서 고마웠지요.

머위무침에 냉이사과무침, 버섯구이, 부추와 파드득나물 겉절이, 돌미역국...
현진이는 가마솥방에 들어 말품으로 맛을 더하지요.
“아, 행복하다.”
먹는 걸로도 행복한 저녁밥상이었습니다.
“물꼬밥은 정말 맛있어요.”
얼마나 맛나게들 먹던지요.

밤, 오늘은 창고동이 찼네요.
청주에서 온 손님들 넷과 달골 행운님까지 같이 명상춤에 들었습니다,
희중샘이 저녁을 먹고 나간 자리로.
앵두꽃이 항아리에 담겨 가운데서 우리를 맞았지요.
사고가 난 천안함에 탔던 젊음을 위해 위로춤도 추었습니다,
어떤 까닭으로든
누구의 아비였고 누구의 아들이었으며 누군가의 오빠이고 동생이고 친구인
떠난 이들을 위해 진혼곡을 부르듯.
좋은 데 가라고 마음 모았답니다.

“원숭이다방이 오늘 밤에도 문을 여나요?”
현진이는 어스름이 내릴 때부터 코 밑에서 자꾸 물었습니다.
성재가 말해서 다방 주인이 어제 문을 열어주었던 그 원숭이다방.
원숭이다방에 가면 정마담할머니가 있습니다,
미리 주문하면 세상의 모든 메뉴가 다 나오고,
세상에서 젤로 맛난 군고구마를 이웃집에 배달도 해주는 정마당할머니.
‘몸에 좀 안 좋은 것도 팔아도 되고...’
우리의 현진선수의 간곡한 부탁은 어찌 되었을까나요?

오늘도 원숭이다방에 간 우리들은
영화와 책이야기들을 쏟았습니다.
인상 깊었던 책이며 영화들은
그를 이해하는 자료가 되기도 하고
좋은 정보가 되기도 하였는데,
서로 영혼의 깊이를 더한다 싶었지요.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더랍니다.
그 사이 정마당할머니가 두부김치에 골뱅이무침에 사과에 레몬쥬스에
갖가지를 준비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째 다 술안주네요.”
원숭이다방에선 뒷구멍으로 아는 사람들한테 술도 내놓는데
술꾼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더랍니다.
아이들이 있다 그랬나 보지요.

원숭이다방이 열시에 문을 닫는 관계로
우리들도 엉덩이를 털어야했지요.
언젠가 아이들이 세우겠다는 물꼬아울렛에 대한 꿈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어제 시작했던 그 꿈,
아울렛 앞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고,
첼로연주회가 열리고 그 옆에 피아노악기점이 있고,
신발가게에다 정말 없는 게 없는.
아, 멋진 일정도 하나 잡혔더랬습니다.
“우리도 며칠 멀리 여행가요.”
현진선수의 제안으로, 성재선수의 동의로,
그리고 모두의 재청으로
머잖아 며칠 같이 떠나는 여행일정을 잡아보기로도 하였습니다.
아, 가을의 몽당계자에서 그리 하면 어떨까요?

난롯가에서 수현이가 그랬습니다.
“아, 좋다.”
누구라고 아니 그랬을까요.
유쾌하고 따뜻한 봄밤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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