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3.나무날. 가끔 뿌연 하늘 / 숨 쉬는 것을 ‘보라’


비 온다더니...

며칠 단식을 하는 젊은 친구 둘에게 수행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잠시 앉아 눈을 감고 그 상황에 있는 그들의 감정 안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하고픈 말이 떠오르면 그걸 글로 보내고 있지요.
그건 제 수행을 안내해주었던 여러 스승들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자유는 우리가 매일 수행하는 어떤 것이다.’
감옥 안에서도 수행하는 방법을 통해
감옥 밖의 어떤 이들보다 자유로웠던 이들을 몇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기간 동안 그들이 더욱 영적으로 성장했더랬지요.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어디에 있든 자유로울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겝니다.
고통과 분노와 절망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안에 분노가 있다면 우린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 분노를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 안에 절망이 있다면 그 에너지를 자각하고 그것이 우리를 누르지 않게 해야 한다.
수행을 통해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나날의 모든 순간에 우린 자유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상의 행위로 자유로울 수가 있지요.
일찍이 틱낫한이 한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겝니다.
그러면 수행을 어찌 하면 되려나요.
밥을 먹을 때도 걸음을 걸을 때도 숨을 쉴 때도
자유로운 사람처럼 먹고 걷고 숨 쉬면 됩니다.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다 기적입니다.
내가 숨 쉬는 것, 내가 먹는 것, 내가 걷는 것.
그리고 이것이 우리를 더 큰 자유로 끌어줍니다.
임제선사가 그랬지요,
기적이란 물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거라고.
먹고 걷고 숨 쉬는 것을 바라보고 자각하며 우리는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숨 쉬는 것을 보라, 먹는 것을 보라, 걷는 것을 보라.’
그들의 수행은 동시에 제 수행이 되어주고 있지요.
최근 어처구니없는 한 교수의 행위에 분노가 컸다가
치유하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하였더랍니다.
분노가 나를 뒤덮도록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지요.

아이가 자라니 참 좋습니다.
지난 학기까지는 점심 때
읍내 나갈 일 보는 가운데 도서관에 있는 아이에게 달려가
점심을 같이 챙겨먹었습니다.
도시락을 싸가기에 쉽잖은 한여름과 한겨울이고 보면
혼자 식당을 보내기도 뭣해서 무리하며 좇아가곤 하였지요.
그러나 이제 저 알아서 어른들과 어울려 혹은 아는 장소에 가
밥을 챙겨먹습니다.
달려가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그러니 일 볼 때 한결 여유가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품앗이 하나가 교수로 올 3월 국립대에 임용되었습니다.
“연구비가 좀 나왔는데요...”
전문가를 찾아가는 그런 연구가 있는 갑습디다.
“물꼬에 인사도 가려고 했는데...”
그 일 아니어도 인사를 가려던 것인데
마침 연구를 겸해 올 일이 만들어졌다지요.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요.”
그 연구비를 이곳으로 보낸다 합니다.
얼마 되지 않다니, 꽤 큰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설혹 얼마 안 되더라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참 고마운 이들입니다,
물꼬에 그늘을 드리워주는 이들!

물꼬가 지닌 것들이 있습니다,
둘러친 자연이며 묵어갈 곳이며, 늘 누구든 먹을 수 있는 밥상이며...
그런데 가만 보면 물꼬의 것들을 누리는 이는
외려 물꼬가 살아가는데 밥한 술, 벽돌 한 장이
되어준 적도 없는 이들일 때가 많습니다.
정작 물꼬에 살림을 보태는 논두렁들은
이미 아이들이 커버렸거나,
결혼도 안했으며 역시 아직 아이도 없는 이들이거나,
너무 먼 곳에 살고 있거나 그런 분들이시지요.
그런데 번번이 아쉬운 소리는
물꼬에 힘 하나 되어주지 않았던 이들이란 말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갑니다.
정작 물꼬에 손발 보탰던 이들이게 더욱 잘 쓰이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받으려고 한 후원이 아니라
물꼬가 선한 일을 하는데 보탠 것이겠지만
물꼬도 물꼬를 살린 분들을 위해 뭐라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고마운 분들...

마당 가장자리 주차공간의 감나무 아래
잘라놓은 땔감 쌓여 있었더랬고
조금씩 자르고 옮기고 몇 날을 그리하였습니다.
오늘 드디어 남은 것 다 옮겼네요.
사람 손 몇 없으니 일 하나가 이리 깁니다.
그래도 끝이 있지요, 지독한 삶도 그러할 것입니다,
하고 쓰자니 너무 무거운 얘기로 들릴 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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