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12.흙날. 아침녘 비 다녀가다

조회 수 1019 추천 수 0 2010.06.21 15:25:00

2010. 6.12.흙날. 아침녘 비 다녀가다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식구들이 걷기명상을 하였습니다.
그냥 해도 좋을 테지만
특히 분노라든지 휘몰아치는 어떤 감정이 우리를 휩쓸 때
걷기명상은 참 좋은 명상법입니다.
천천히 걷는다, 왼쪽 다리를 든다, 왼쪽 다리를 내린다,
오른쪽 다리를 든다, 오른쪽 다리를 내린다,...
평화가 어느새 우리를 적시지요.

앵두 익었습니다, 어느 틈에.
앞마당의 두 그루 가운데 하나는 봄날 갑자기 눈을 안고 왔던 추위에
그만 잎 다 떨구고 죽은 듯 섰고,
뒤란 한 그루는 잎만 그득 달았지요.
그리하여 한 그루만 온전하답니다.
올해는 온 마을이 앵두가 귀하네요.

월드컵의 열기가 이 산골도 들썩이게 하지요.
물꼬의 넓은 공간들 가운데 소사아저씨 방에만 있는 텔레비전이
한껏 빛을 발하는 때입니다.
식구들이 옹기종기 앉아 그리스전을 구경합니다.
달골에서 오징어며 참외며 과자류들이 보내져왔지요.
이겼답디다.

여름 계자 일정을 올렸습니다.
여름이군요.
그런데 간 기증 일정은 또 어찌 되려는지,
두고 볼 일이랍니다.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서고 나니
끊임없이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정녕 잘 살았는가, 하구요.
다른 이와 나누기 위해서도 몸을 잘 챙길 일이겠습니다.)
방문자들이며 상담 메일들에 답장을 보내고,
새로 만들 해우소를 위해 오신다던 무운샘께도 소식 넣습니다.
오는 참에 당장 올 여름 쓸 수 있도록 해우소 일을 마무리 하신다고
예정했던 쇠날보다 사나흘 일찍 오시겠다는 연락입니다.
그 마음을 어찌 다 갚으려는지...

책 하나 들여다보았습니다.
낡은 이야기도 새롭게 읽힐 때가 있지요.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보조국사어록>(김달진 옮김/동화출판사) 가운데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편입니다.
‘... 처음으로 공부에 마음을 낸 사람은 나쁜 벗은 멀리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할 것이며, 오계와 십계를 받아, 옳게 여길 줄 알고 범함을 트고 막을 줄을 알아야 한다. 오직 부처의 말을 의지하고 용렬한 사람들의 허망한 말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이미 출가하여 청정한 대중 가운데 참여하였으니, 유순하고 화목하기를 항상 생각하고 내가 잘난 체 뽐내지 말아야 한다...
공부하는 처소에 있을 때에는 ‘사미’와 함께 다니지 말고 인사를 차리느라고 오가지 말며, 잠을 너무 자지 말고 온갖 일에 어지러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 모름지기 빈 마음으로 들으면 반드시 깨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른바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듯이, 지혜롭게 배우면 보리를 이루고 어리석게 배우면 생사를 이룬다는 것이 이것을 말한 것이다...
옛 글에 이르기를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다가, 죄인이 횃불을 들고 길을 인도할 때에, 그 사람이 나쁘다고 하여 불빛마저 받지 않으면 구렁에 빠지리라’ 하였다.
... 법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늘 일으키면 도를 닦는 일이 항상 새로울 것이요, 다행하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면 마침내 타락하지 않을 것이니, 이렇게 오래 계속하면 선정과 지혜가 저절로 원만해져 제 성품을 보고 다시 환술과 같은 자비와 지혜로 중생을 제도하여 인간과 천상의 큰 복밭이 될 것이니 부디 부지런히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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