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30.물날. 빗방울 잠깐

조회 수 994 추천 수 0 2010.07.14 00:48:00

2010. 6.30.물날. 빗방울 잠깐


서울입니다.
지하철 안은 지난 밤 삶을 버린
유명 연예인 하나의 이야기가 더러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빗방울 떨어지고 있는 강남성모병원을 들어섭니다.
몇 대의 카메라가 길을 가로막고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묻는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었고,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삶을 위해 병원을 들어서고 있었지요.
간밤 자정을 넘어 서울역에 닿았고,
간 기증자 검사를 위해 이른 아침 상계동에서 간 길이었습니다.

사정을 아는 몇 사람의 문자와 메일이 있었습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에 건강을 염려하는 소리들이지요.
고마운 이들입니다.
고마운 생입니다.
그런데, 엊저녁부터 마음이 퍽이나 무거운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물꼬에 얼마간 머물러 사정을 듣고 돌아가신 한 사부님의
간 기증에 대한 격렬한 반대가 메일로 닿았지요.
너무 강한 낱말들을 쓰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울렁였습니다.
아끼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겠다 싶으면서도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건만
그 뜻대로만 세상일이 되는 게 아니다, 우울이 스몄지요.
내 것 내가 떼 주겠다는데,
이것 툭 떼서 저기 툭 갖다 붙이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참 쉬운 게 또 아니랍니다요.

복지사 면담이 먼저 있었습니다.
왜 하려느냐, 주 질문이 그런 거지요.
제3자 기증이 흔한 일이 아니니 그렇다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국립의료원의 승인절차와
그것을 위해 필요한 서류 준비 안내를 받습니다.
서구의학체계의 방식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남을 위해 개복수술을 하려는 까닭은 무엇인가까지 물어왔지요.
암이라든지 하는 병에 대해 수술 같은 방식을 택하지 않겠다지만
사실 아직 내게 닥친 일이 아니고,
그런 일이 정작 내 일이 되었을 때
사실 우리의 신념이란 건 또 얼마나 하찮을 수 있겠는가,
뭐 그런 대답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수혜자 처지에서 생각하는 게 이런 일에서 먼저인 듯...
그리고, 결국 제 생이 잘 쓰이길 바란다는 삶의 방향으로 본다면...”
그러니 소명대로 하는 거란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장황한 얘기까지 끄집어내야 하다니...

CT촬영을 위해 조영제사용 검사에 대한 동의서에 싸인부터 하고,
1층 입원 전 검사실에서 채혈과 채뇨, 심전도 검사를 하고,
2층 영상의학과로 가서 흉부 복부 엑스레이를 찍습니다.
7월 2일 다시 와서는 초음파실에서 간초음파 검사를 할 테고,
7월 5일엔 담당의 면담이 이어질 겝니다.
그런데, 의사 면담이 4분마다 예약이 되어있다지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인삿말만 해도 5분이 넘을 텐데...”
그래도 여기는 인간적이랍니다.
유명 모병원은 2분마다라지요.
도대체 ‘사람’은 어디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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