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8. 나무날. 갬
경주에서 대해리로 들어오니 자정입니다.
간밤 함께 연수 중인 몇 사람들과 어울려
밤새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우리 삶을 둘러싼 문제들이 먼저 제기되지요.
그런데 툴툴거림이나 좌절이 아니라
우리가,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나누는 건강한 자리여서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가끔 노래도 불렀지요.
다시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결국 연수란 것도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구나 싶었지요.
지난 밤 한 순배의 곡주가 돈 뒤
밝아오는 새벽을 맞으러 길을 나섰더랬습니다.
가끔 잠이 깬 개가 짖었지요.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러 사람들이 들어가고,
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같이 걸어주었습니다.
치기어린 젊은 날도 떠오르데요.
대학로 거리에서 앞구르기를 하고,
비 내리는 신림동거리에서 바닥에 벌러덩 눕기도 했던,
누구는 보내고 누구는 맞는 ‘청춘’이었던.
천년 전 고도를 그냥 건너오기 섭섭하여
마애불이라도 하나 보고오자 싶습디다.
그런데, 감은사가 망가졌다 해도 거기 또 가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멀었지요.
“사람 발길 많지 않은 곳.”
연수원장님이 통일전 너머로 가보면 어떨까셨지요.
한 절집에서 스님 한 분 뵈었습니다.
길을 안내해주셨지요.
인왕동 산 56번지의 남산 불곡석불좌상.
바위 안에 할매부처 앉았습디다.
부처골짜기라 한다지요.
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 듯하더이다.
배방동 산 66-1번지 경주 남산 미륵곡 석불좌상.
석불이 웃었습니다.
저도 웃었습니다.
세상이 모다 좋아졌습니다.
스님이 석굴암도 안내해주시고
절 아래서 맛난 음식도 대접해주셨지요.
침도 놔주셨습니다.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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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8.나무날. 더움. <설거지>
화요일 저녁부터 엄마가 경주에 무슨 연수를 가셔서 그때부터 공부하러 온 종대샘과 젊은 할아버지랑 같이 있다.
나는 평소 월, 화, 목 3일을 빼고는 거의 매일 점심마다 설거지를 해왔다. 그래도 일주일에 3~4번 정도밖에 안한다.
이번에는 화요일 저녁부터 오늘 저녁까지 1번도 빠짐없이 7번의 설거지를 했다. 남이 하란 게 아니라 내가 “제가 할게요!”하고 한 것이다.
설거지는 약간, 아주 조금 귀찮긴 하지만 하고나면 기분이 좋다. 할 때도 비눗방울을 가지고 놀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즐겁게 한다.
할 말이 없어 설거지에 관한 걸 써본다.
(열세 살, 류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