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계자 여는 날, 2010. 8. 1.해날. 폭염

조회 수 1099 추천 수 0 2010.08.10 17:59:00

139 계자 여는 날, 2010. 8. 1.해날. 폭염


덥습니다, 많이 덥습니다.
이 산속이 그러면 아래는 얼마나 찌고 있을려나요.
멀리서 전화 두 통 들어왔습니다, 너무 더운데, 어쩌고 있냐고.
더위로 사람도 죽어나간다는데,
아이들 데리고 어쩌냐 물었습니다.
산 아래 마을 한 농사꾼이 들러
도저히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던 하루였다 했습니다.
그래도 산속 여기가 아무렴 낫다마다요.

아이들을 맞으러 가고, 못다 본 장을 보러도 가고,
그리고 남은 이들은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 마지막 맞이 준비가 한참입니다.
‘많은 일을 같이 했다는 점에 느껴지는 뿌듯함’
수지샘은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왔던 아이들은 그들대로, 처음인 아이들은 처음인대로.
수년 전 시카고에 살았을 적 맺은 인연으로 온 승훈이도 있고,
2003년이던가 전국교사풍물모임에서 만나 같이 방을 썼던
엄마를 따라 왔던 어린 아이들이 성큼 자라서도 왔습니다.
강인이와 다음 일정에 오는 채원이가 그러합니다.
용균이는 이름을 큼직큼직하게 앞면에 잘 써주어
모두가 금새 이름을 익힐 수 있었더랍니다.
이번 일정엔
아이 마흔에 어른 열여섯(새끼일꾼 다섯 포함)이 함께 합니다.
서울 경기에서, 대전 충북에서, 대구 경북에서, 울산 경남에서,
그리고 광주에서 모인 초등 1년부터 중 1년까지의 아이들입니다.
(이번 일정엔 일곱 살이 없네요.)
참, 세쌍둥이도 있습니다.
"니네 엄만 니들을 어떻게 키워내셨다니..."
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불쑥 이곳까지 들어온 일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처음 보내는 거라 그랬을 겝니다.
그저 둘러보고 가시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아이들을 맞고 준비하는 측에서는 마음이 쓰이기도 하지요.
미리 말씀을 주신 것도 아니었고.
아이마저 시큰둥거렸다면 적잖이 불편도 했겠지요.
다행히 아이가 아주 아주 잘 지내주어 맘 놓였더랍니다.

승범이 기차에 가방을 두고 내렸습니다.
그걸 또 비 오듯 땀이 흐르는 속에
관광버스회사 이성덕님이 챙겨오셨지요.
그렇게 손을 덜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 오를 때도 나와서 꼭 짐을 같이 실어주시는 당신은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합니다.
십년을 넘어 되는 시간을 물꼬 아이들을 실어오는데,
제가 얼굴 뵙기는 처음이었지요.
거듭 고맙습니다.

버스가 마을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샘들이 나가 버스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는 아이들을 맞으러 뛰어갑니다.
누구랄 것 없이 상기되어 있지요.
‘맞이할 때 아는 얼굴이 꽤 돼서 신나게 껴안구 인사하고, 좋았어요. 물꼬에 경력이 있어야 되는 거니까... 저보다 먼저 ‘진주쌤’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것 또한 물꼬의 매력인 것 같아요, 거리낌이 없는.’(새끼일꾼 진주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모두 앉아 이곳에서 지내는데 필요한 안내가 있었고,
낮밥을 먹었고,
그리고 놀았습니다, 그냥 놀았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웠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서현샘의 하루 정리글에서)
이 날씨에도 마당으로 쏟아지는 아이들
점심 먹고 축구를 하던 도중 승훈이 그랬습니다.
“자유학교 물꼬’가 참 좋은 거 같아요.”
‘일 년 동안 흘릴 땀을 다 흘렸다.’는 새끼일꾼 진주,
샘들도 그리 뛰어다녔지요.
그래요, 놀고 땀 흘리고 뛰고,
아이들은, 사람은, 그런 게 필요합니다.
‘같이 축구도 하고 계곡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하면서 아이들하고 더욱 가까워졌다. “나도 옛날에 물꼬에 왔을 때 저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진혁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이번에도 올 여름 일정 특징대로 속틀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아이들은 심심할 것이고 그러다 놀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을 짜고 움직일 테지요.
그래도 일단 누가 여기 같이 있느냐는 알아야지요.
그래서 ‘큰모임’을 합니다,
비어있는 글집도 완성하고.
‘옛날에는 친해지기 위해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빨리 친해져서 좋다.’
한 시설 아동은 그랬습니다.
거리낌 없이 끼리끼리 크레파스를 중심으로 잘도 모였습니다.
여기 우리들은 그렇게 벽이 없이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계곡으로 몽땅 달려갔습니다.
놀기 딱 좋을 만치 물이 흐르고
아이들은 죽으라고(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란지요) 첨벙거렸습니다.
그런데, 샘들이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못 논 한들입니다.
‘너무 심취해서
계곡에서 거인폭포를 거슬러 바위를 오르고 있는 아이들을 뒤늦게 보았다.’
(새끼일꾼 아람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저녁밥을 먹고 또 뛴 뒤, ‘한데모임’.
그렇게 땀이 줄줄 물처럼 흐르는 날,
아이들은 에어컨도 없이 심지어 선풍기도 없이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많은 노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음반 속으로?
139계자에서 만난 느낌을 나누고
하루 지내보면서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고
손말도 익히고 그리고 속틀을 짰지요.

‘춤명상’이 이어집니다.
노오란 삼잎국화 강물에 띄우고 춤을 추었습니다.
마음을 강건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명상들을
아이들과 갖가지로 해보는 이곳이지요.
훨훨 자기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봅니다.
아이라고 삶이 무겁지 않을까요.
아이 삶에도 고된 찌꺼기들이 있다마다요.
특히 이 시대를 건너가느라 말입니다.

첫날이라고 대동놀이는 없이 갑니다.
도균이가 체해서 손가락을 딴 것 말고는,
몇몇이 살짝 긁힌 것 말고는 무사한 하루입니다.
아이들이 시골 가면 그냥 아무 일없이 멀쩡히 걷다 픽픽 쓰러진다지요.
안 걸어봐서, 균형감이 없어서 그렇다던가요.
그런 거 다 놀면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모인 어른들이, 자잘한 상처를 얻을지는 몰라도
건강하게 엿새를 제대로 놀고 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어른들은 가마솥방에 모여 그 아이들 이야기로 하루를 정리합니다.
“밥이 정말 맛있었어요.”
움직임이 큰 이곳에서 그냥도 맛있는 밥이지만
이정석아빠 박지희엄마 해주는 밥이 참말 맛이 있었습니다.
‘또 새삼 느끼는 건데 물꼬에선 뒤돌아보는 것, 한번 할 때 꼼꼼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람샘은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고,
‘물꼬에는 사람들이 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밖으로서는 성실하고 안으로는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새끼일꾼 경철은 또 그리 쓰고 있었네요.
여기서는 이야기 나눔이 참 따뜻하다고
자기 사는 세상에선 그렇지 않다고, 들어주지도 하지도 않는다고,
앞으로도 계속 손 보태겠단 다짐을 내놓았습니다.
‘왔던 아이가 14명인데 씻고나온 제가 그중 봤던 가야, 예현이, 하다, 건표, 유현이, 성재, 부선이, 지인이... 8명이나 알고 있어서 전 정말 기뻤습니다! 하다를 제외하고라도 반 이상 알고 있다니... 아이들을 잘 기억 못하는 저로선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슬슬 아이들에게 한 명 한 명 더 섬세하게 신경 쓸 수 있게 된 것 같은 자부심이 들어서이지요.’
새끼일꾼 태우입니다.
‘좀 시간이 흘러가서 여기 사람들이 어떻게 보일까...
즐겁게 물꼬를 같이 만들어갔으면...’ 하는
찬일샘의 그 말 참 좋았습니다, ‘우리’여서.
그 ‘우리’ 어른들은 이곳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합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지요.
이 엿새는 또 어떤 날들이려나요...

아, 이번엔 밤마다 오줌을 뉠 아이가 하나,
같은 까닭으로 신경 써서 챙겨볼 아이가 또 하나입니다.
오줌을 싸더라도 그게 별일이 아니란 걸
적어도 그것이 손가락질을 받을 일은 아니란 걸
이곳에 모인 우리 아이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것이 사는 일에 방해는 아니라는 거지요.
오줌, 그거 싸면 빨면 될 테니까요.

아이들이 첫 밤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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