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계자 이튿날, 2010. 8. 2.달날. 무지 더운

조회 수 1252 추천 수 0 2010.08.11 22:15:00

139 계자 이튿날, 2010. 8. 2.달날. 무지 더운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모든 것이 하기 싫고 짜증부터 났는데, 해건지기를 하고 나니 뭉쳤던 근육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좋은 시작이 되었다.’
새끼일꾼 경철의 하루 정리글에서 옮겼습니다.
어른들부터 수행을 하며 ‘해건지기’를 하지요.
가뿐해들 합니다.
가벼워진 몸은 기분도 좋게 하지요.
세상이 다 달라 보인다 너스레들까지 떨었더랍니다.
그런데 다들 뭐하고 사느라 아침 운동이 안된다나요.
참 좋은 자연 안에서 이른 아침 그렇게 수행하는 시간,
그것으로 벌써 마음 풍성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준비로도 훌륭합니다.

새끼일꾼 진주가 한 ‘밥상머리 공연’을 듣고
또 다른 명상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손풀기’를 하고
그리고 ‘열린교실’에들 모였습니다.
‘한땀두땀’에서는 부선 가야 상원이가 바느질을 합니다.
쿠션이며 인형이며 옷이며 꿈은 꾸는데,
그게 뜻대로 되기는 할는지요.
상원이는 바지를 만들겠다 도전했는데,
허리부분이 줄줄 내려가고 말았지요.
“모자로 바꾸면 돼요!”
그러고는 꾹 눌러썼는데, 아주 개성 있는 멋진 모자 탄생입니다.
그래요, 의도한 대로 되지 않으면 생각을 바꾸면 될 겝니다.
처음대로 하려는 고집이
때로 우리 삶을 어렵고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비록 바지는 망쳤지만 기념으로 가지고 가겠다
자랑스러워하는 상원이었답니다.

‘돌이랑’에선 채환 채현 채영 태풍 성재가 계곡으로 나갔습니다.
가기 전 간단한 엽서를 만든다데요.
‘내가 물고기라면 어디에 살고 있을까?’
역지사지가 여기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살피고 나서 족대 메고 나가
돌 아래를 쑤시며 고기 몰아보았답니다.
성재의 도움이 아주 컸다지요.
“돌이랑인데 왜 (니네들끼리만)계곡 가?”
다른 교실에서들 퍽 부러워했겠지요.
“거기 ‘돌’ 있거든.”

‘가위랑’교실엔 선영과 선화가 들어갔습니다.
종이도 자르고 천도 자르고
그것으로 이어붙이고 꾸미고
책도 만들어 보았더랍니다.

영우 승범 윤은 ‘단추랑’에 들어갔습니다.
친하지 않던 아이들이라서 어색할 줄 알았다던 샘을 무색하게
아이들은 단추목걸이에 에펠탑도 쌓았고,
샘은 그런 그들이 고마워 부직포 위에 아이들 이름자를 단추로 붙여주었답니다.
직접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들이 대단도 하였지요.

‘뚝딱뚝딱’은 교실이 미어터지네요;
신명 건표 건 소은 강인 도균 은렬 준우 서영 고겸 용균.
처음엔 서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물건을 만들고야 말겠다 떼를 쓰다
차츰 의견을 조율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톱질도 하고 망치질도 하고, 땡볕에서 집중이 대단했지요.
자기 좋아하는 일은 그런 겁니다.
다같이 ‘물꼬’라는 나무표지판을 만들고,
버려진 목재를 모아 장순이집을 만들기도 하였으며,
재훈샘과 서영이는 함께 책상을 만들었지요.
모든 교실이 그 결과물들을 자랑하는 ‘펼쳐보이기’에서
다른 아이들이 대단히 열광한 뚝딱뚝닥이었더랬지요.
다음 열린교실에는 뚝딱뚝딱에만 다 몰리겄습니다요.

‘실이랑’은 예원이 홀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좀은 심심도 하였을 듯합니다.
다른 교실 곁에다 자리를 잡았어도 좋았으련만
진행샘과 오붓하게 앉았대요.
그건 그것대로 도란거림의 즐거움이 있었겠습니다.
정말 멋진 아이인 것 같다,
같이 보낸 세아샘이 예원이를 두고 그리 말했더랍니다.
팔지와 발찌를 만들어 감각 있게 하고 다니데요.

‘풍선이랑’; 하다 지인 승훈 지은 형찬
희중샘은 어느 틈에 새끼일꾼 경철을 훈련시켜
훌륭한 도움꾼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게 하고,
희중샘은 사람이나 꽃 같은 고난이도의 작업을 하고 있었지요.
이곳이 우리 어른들한테도 참 좋은 배움터란 생각
참 자주도 하며 삽니다.

‘다 좋다’; 은렬 상한 예현 은희 유현 그리고 두 지원
열려있는 교실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것저것 다른 걸 더 하고 싶거나
갖가지 까닭으로 ‘다 좋다’에 모입니다.
진행샘은 이왕이면 의미 있는 일을 하자 했지요.
하여 가마솥방을 가서 손을 보태기로 합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마늘을 깠지요.
그런데, 상한이가 조금 거칠게 굴어 우릴 안타깝게 했습니다.
화가 났을 때 잘 말하는 법을 알면 좋겠다,
지내는 동안 그럴 수 있도록 도우려지요.
잘은 모르겠지만 입은 상처가 많아 그런 건 아닐는지요.
그렇다면, 조금이나마 치유의 시간이 이곳에서 주어진다면 좋겠다
바램도 가져봅니다.

날은 덥고, 멀지 않은 물은 우리들을 꼬드깁니다.
마침 낮밥을 먹은 뒤 ‘한껏맘껏’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요.
방에서 마당에서 줄 땀 흐르도록 뛰다 물꼬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정말 온 몸을 물에 던지데요.
‘막 공격하다가도 다치면 “쌤, 괜찮아요?” 이러는데 모든 게 용서 된다’
새끼일꾼 진주샘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던진 신발이 채현이 코 근처를 때려
그만 코피 흘렸네요.
새끼일꾼 진주가 물꼬까지 업고 왔지요.
“우리 이쁜 채현이가 왜케 울까, 안 울면 세상에서 제일 이쁜데?”
노래 부르며 대문에 이르렀습니다.
“샘!”
채현이가 진주형님을 불렀다네요.
‘저 내려주세요.’ 그리 말할 줄 알았답니다.
헌데 채현 왈,
“앞으로 절대 안 울게요.”

‘계곡에서는 아이들과 정말 재밌게 놀았다. 울퉁불퉁한 바위 내려올 때 내 손 꼭 잡고 내려오는 아이들 모습 보며, ‘날 선생님을 생각하고 의지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책임감을 더 갖게 된 것 같다.‘(찬별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사범대를 다니는 찬별샘과 수지샘한테는 좋은 공부가 될 겝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학 첫 학기를 보낸 신입내가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하기야 그런 이들이니 물꼬 같이 몸깨나 써야 하는 곳에 자원봉사를 나섰겠지요.
정말 잘 움직이고 있답니다,
그만큼 고스란히 도움이 되구요.

‘보글보글’이 이어졌지요.
미리 김치를 우려내지 못해 좀 짜고 질기긴 하였으나
부선 호정 상한이는 맛난 ‘김치쌈’을 내놓았습니다.
야물게 싸서 보기도 좋았지요.
‘김치떡볶이’는 승범 용균 준근 영우 지은 도균 승훈이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분배가 문제이지요.
도균이가 나중에 못 먹은 일이 있어
하루재기 글집에 ‘섭섭했다’ 썼더랬습니다.
미안합니다.
아, 물론 다른 집 음식이 오고, 가마솥방에서 밥도 나오므로
다른 걸로 끼니는 당연히 채웠지요.
종건 건표 유현 지원 예현 은희는 ‘김치스파게티’를 만들었습니다.
건표와 예현이가 나름 물꼬에 대해 많이 안다고
계속 움직여주고 많이 도와주었다 합니다.
‘김치볶음밥’은 지인 선영 소은 선화 상한이가 볶았고,
‘김치핏자’는 형찬 강인 서영 가야 신명 고겸이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형찬이 볶음밥 때문에 좀 삐질 일이 있었지요.
그래도 또 금새 터는 아이들입니다.
‘김치수제비’ 방엔 예원 성재 채영 채환 채현이가 들어갔습니다.
수제비가 덜 익어 리콜에 들어가기도 했더라나요.
‘김치부침개’는 두 준우와 태풍 건이 부쳤네요.
“샘, 시집 어떻게 가려고 해요?”
아직 요리가 익지 않은 샘한테 건은 따끔히 한 소리 하기도 했더랍니다.
준우도 삐진 일 있었지만 어느 순간 맛있게 먹고 있었고,
그런 뒤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지막까지 뒷정리를 도와주었네요.
그런데 그건 유준우였을까요, 이준우였을까요?
그리고 색다른 음식 하나 등장, ‘필리핀만두’였습니다.
세아샘이 이번 여름 일정을 위해 재료를 준비해왔더랬지요.
승훈, 지원, 윤 하다 은렬이 같이 했습니다.
한편 신기했고, 한편 또 익숙한 듯도 한 음식이었답니다.

“먹을 수 있는 보글보글 좀 해봐라.”
자주 그런 농담을 던지지요.
어른들조차도 음식을 해본 경험들이 전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여기서 애고 어른이고 서로 익혀가는 거지요.
그래서 또 아이들의 학교이면서 어른의 학교인 겁니다.
보글보글방도 부엌을 따라간다는 설이 있습니다.
맞는 갑습니다.
부엌이 얼마나 애쓰는지, 온 정성으로,
그만큼 맛난데, 보글보글에서 나온 음식들도 그러했습니다.
음식 같은 음식들이었단 말이지요.

‘한데모임’.
‘오늘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과의 소통, 생각나누기였다.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하나의 인격체로 다루며 생각 나눔을 통해 서로의 잘못된 점을 고쳐주는 그런 점이 인상깊었다.’(새끼일꾼 경철의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고 대동놀이.
‘아이들이 장난감 없이 깔깔대고 웃는 게 정말 신기’하다,
수지샘과 찬별샘이 그랬습니다.
두 샘의 달리기는 소문난 결전이었더랍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한껏 뛰던지요.
저렇게 잘 노는 아이들에게
이 시대, 지금, 우리,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 하나 하나 그 마음과 몸을 헤아리는 시간이고
우리 어른들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제가 절망할 때 희중샘이람 아람이 언니가 처음부터 잘하는 게 어디 있어, 하다보면 느는 거지, 그렇게 말해줘서 진짜 고마웠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새끼일꾼 진주입니다.
이 가난한 살림의 모든 불편함을
아이들이 참아주고 어른들이 메꿔 서로 힘을 내며 생활해나갑니다.
‘제가 원래 계자 중간에 올라가려고 했잖아요.
근데 그 고작 하루 차로 마무리를 못 짓고 간다는 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끝마무리가 중요한데(특히, 물꼬에서는) 그걸 뻔히 알고 있는 내가 마무리를 짓지 못한다는 게 속상해서 그냥 담임쌤께 한번 혼나는 게 낫지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주 오늘 다시 한번 일꾼들에게 감사해요. 특히 희중샘! 잘 몰랐는데 쉬지 않고 움직이더라구요. 진짜 수고했고, 감사하고 잘 배웠습니다.’
아람샘의 하루정리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다 고맙습니다...

아, 새벽이면 기운 툭 떨어지는 산골이어
잘 때 덥더라도 창문을 닫자 하는데,
간밤엔 이 골짝도 더웠더랍니다.
오늘은 열어두고 자고 있지요.
산 아래는 얼마나 더울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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