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계자 닷샛날, 2010. 8.12.나무날. 갬 / 산오름

조회 수 1131 추천 수 0 2010.08.26 10:39:00

140 계자 닷샛날, 2010. 8.12.나무날. 갬 / 산오름


수행으로 시작하는 아침 대신
어른들은 가마솥방에 이른 아침 모였습니다.
'... 김밥을 만들었다. 가로로 김밥을 마는 것인지 세로로 마는 것인지 헷갈렸고 김밥옆구리가 터지려고 했다. 정말 못생기게 말았다. 7시 50분쯤 김밥, 휴지, 물통, 오이, 초코파이 등을 든 배낭을 메고 민주지산으로 향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다.'(진홍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어, 그런데 여느 때라면 100줄은 싸는 김밥을
아이들이 좀 적다고 하더라도 80줄을 싸지 했는데,
어거지로 70줄입니다.
밥 양을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마침 영동의 한 어르신이 보내준 파이 큰 상자가 있어
얼른 한 꾸러미를 꾸렸더랬지요.
사는 일이 늘 기적입니다려.

네, 산에 갑니다.
어줍잖게 우리가 가르치려드는 어떤 것보다 깊은 배움이
그곳에 있기에 갑니다.
왜 우리는 산으로 갈까,
언제나처럼 모두에게 준 숙제이기도 하였더랍니다.
이번 여름은 '해를 삼킨 소년, 해를 딴 부자' 라는 옛 이야기를 따라
길을 잡고 오릅니다.
소년은 왜 해를 삼켰던 걸까요,
부자는 또 왜 해를 따야만 했을까요,
그런데 그는 왜 잠자리가 되었던 걸까요...

아, 날씨요,
세상에, 그예 산을 가라 하데요.
큰 비 온 뒤고, 계속 태풍 지나겠다는 하늘인데,
그래서 산 들머리 주차장도 텅 비었는데,
날씨는 아주 말짱합니다.
산길 많이 패였을지도 모르고
물 넘쳐 건너기 수월찮을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내리는 물은 없으니
그리 어려운 산행은 아닐 겝니다.

민주지산에 듭니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물이 뒤집어지고 갈라지는 계곡을 끼고
한발 한발 올라갑니다.
나무는 우거져 긴 터널이지요.
우리는 산이 마련한 선물들을 하나씩 풉니다.
민달팽이 바위 위에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시작점을 지나니
두꺼비 오른쪽 비탈을 오르고도 있었지요.
그에겐 미안했으나 아이들을 불러 모두 들여다보았답니다.

일곱 살 재훈이 선두로 왔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맨 앞에 선 저보다 먼저 갈라치면
제 뒤에서 차 후진할 때 나오는 음과 함께 경고음을 냅니다.
첨엔 저(자기) 좋아하는 노래라도 흥얼거리나 하고 귀 기울였더니
그랬더란 말이지요.
왜냐면 길을 잡고 있는 제 앞으로 먼저 갈라치면
눈앞에서 초코파이가 사라지는 마술이 일어나고
맨 뒤의 희중샘보다 늦으면 점심이 사라지는 마술이 일어난다는,
아이들을 샘들과 샘들 사이의 안정권에 두려는 의도로 나온 말을
우리 재훈이 기억하고 하는 행동이었답니다.
낮은 목소리의 그 아이에게
키를 낮추고 귀를 기울이면
웃을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1지점.
물이 불어있지요.
이틀의 큰 비 다녀간 뒤라 짐작 아니 한 것도 아니지만
돌을 던져도 아이들이 징검다리를 밟고 지나가긴 택도 없었습니다.
신발 끈을 풀었지요.
큰놈들은 발 벗고 건너라하고
작은 놈들은 업어 건네줍니다.
샘들도 그리합니다.
그런데, 이런, 샘 하나가 애를 업어도 가당찮을 판에
다른 샘한테 저를 업어라 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더랍니다.
류옥하다를 비롯해 큰 놈들은 여러 길을 가늠해보고 시도하더니
저만치 위로 돌아가서 발을 적시지 않고 건너기도 합니다.
아이들이랑 있으면 이런 상황이 유달리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그 놀이상황을 통해 안 되던 것을 여러 차례 시도하며
결국 되는, 그러니까 해내는 걸 보지요.
그 배움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엄청난 힘이 될 것입니다.

다리쉼을 하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와서 일러줍니다,
재훈샘이 MP3 듣고 있다고.
아니, 이 좋은 산에 와서
산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는 경험을 갖자는데 웬?
그것도 이미 어른들 미리모임에서 안내를 했더랬건만
귀담아 아니 들은 거지요.
그래서 재훈이란 이름은 '천지를 모르는 것들'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한참을 쉬고 사탕을 나눠먹고 물로 세수도 하고
이제 모두 모여 다음 안내를 듣고 오를 참인데,
저만치 먼저 재훈(애도 어른도 이름이 정재훈이지요)이 올라가 있습니다.
"천지도 모르는 것의 이름이 뭐라고?"
"재훈이요."
(아, 우리의 재훈샘, 어거지로 산까지 딸려 올라왔는데,
얼마나 마음을 내고 또 냈을라나요.
산에 가는 것만 넘겨주면 다음 계자도 내리 하겠다며
지난 계자에 이어 남아준 거였거든요.
애들 다 가는데 애들 지켜주러 가야지 남아서 쓰겠냐 하니
그래도 신발 맞는 거 찾아 신고 산오름에 나서주었더랍니다.)
"그래, 이름 그거 잘 지어야 합니다."
시집 장가가서 앞으로 아이를 낳더라도 절대 짓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아차 싶었지요.
"그런데, 혹시 우리 부모님 이름에 '재자 훈자'가 있는 거 아냐?"
그때 슬찬이가 손 번쩍 듭니다.
"얘네 아빠 재훈이에요."
"승호야, 재자가 아이(재)니 어이(제)니?"
"아이요."
윽, 에그머니나, 이를 어째요,
큰일날 뻔했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같은 이름도 사람 나름이지요."
아주 아주 큰일날 뻔했습니다요.
모두 한바탕 잘 웃었지요.
우리들은 그런 일들로도 아주 즐거웠더랍니다.
그래요, 산오름은 그 숱한 이야기들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2지점까지는 좀 길지요.
'산 밑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중간 중간에 계곡물을 건너는 길이 많았다. 계곡에 물이 많아서 그런지 덥지 않고 시원했다. 2지점에서는 나무도 우거져서 컴컴했고, 시원하고 피서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진홍샘)
내를 세 차례 건너야 했습니다.
어른의 등을 기다리거나 신발을 벗기가 귀찮았던 아이들
그만 물을 첨벙첨벙 건넜지요.
이를 어쩌나요.
물에 젖은 발이 신발 안에서 불면 발가락이 얼마나 아플라나요.
발이 불편하면 걷는 길이 얼마나 고달프던가요.
발을 적시지 말란 주의를 더 세게 크게 주어야 했는데,
늦었지요.
2지점에서 한숨 돌리며
양말을 벗어 짜고 신발을 엎어놓고 발을 말립니다.
갈아 신기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일을 누가 살펴봐주어야 하나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걸 누가 하겠는지요,
'나'여야 합니다.
넘의 일 보듯 했던 새끼일꾼들이 잠시 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아샘과 진혁샘, 진홍샘, 희중샘이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다른 이들도 함께 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더 가까이 만나기도 하는 산오름은
그렇게 우리 어른들을 스스로 들여다보게 하는 순간과
끊임없이 만나기도 하였답니다.

장훈이가 그랬던가요.
"시냇물 가까이에서는 몸이 가볍고 멀어지면 힘들어요."
여름이니까요.
2지점을 떠나면 이제 마실 물을 얻기 어렵습니다.
통마다 계곡물을 채우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코스에는
꼭 홀로 걸어야하는 호젓한 길이 한참 있습니다.
"샘, 앞에 사람 있어요!"
우리를 스쳐 지나갔던 한패의 무리가 어딘가에서 쉬었다가
다시 우리랑 겹쳐지고 있었습니다.
"음, (내 앞에 가니까)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물꼬 김밥을 못 먹는 거지."
그때 뒤에 한 녀석 외쳤습니다.
"그러면 우리 뒤에 할아버지가 오면요?"
"그래도 못 먹지.
왜냐면 먼저 가십사 하고 비켜줄 거니까요."
재밌습니다.
아이들이랑 걷는 길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딘가부터 목청껏 부르던 노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길이 가팔라진 게지요.

쪽새골을 따라 금새 능선에 이르고
백미터나 되려나요, 금방 꼭대기입니다.
날 좋아 아래도 훤하게 보였지요.
멀리 덕유산에서 이어져온 첩첩 산이 보이고
저 멀리 황악산으로 백두대간 이어갑니다.
까마득히 마을도 보였지요.
정상에 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재훈이도 어려서 처음 올라갈 때 힘들어하다가 나중에 옥쌤이랑 같이 가고 싶다고 1등하고 싶다고 막 빨리 올라가더니 정상에 저보다 먼저 올라갔어요. 힘들어도 잘 참고 올라가는데 너무 예뻤어요.'(새끼일꾼 계원)
'이제 정상 전에 올라갈 때 태은이가 배고프고 힘들다 해서 내 다리가 아파도 내가 힘들어도 업어주고 올라오는데 태은이는 뒤에서 힘들면 내리라는데 빨리 내리면 자존심상해서 정상까지 업어줘서 올라갔고 역시 아무리 전 계자 때 올라간 정상이라 해도 진짜 기분 좋고 힘들었던 것이 전부 사라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재훈샘)

볕이 따갑지 않으니 굳이 그늘을 찾아 낮밥을 먹을 건 없겠다 합니다.
잠자리 높이도 날고 있었고요,
바람 참 달기도 하였지요.
김밥을 꺼냅니다, 터지고 구겨진.
그런데, 그리 맛있는 김밥이 또 있을까 싶지요.
'왜 산에 가냐고 물으면 김밥 먹으러 간다...'(진혁샘)
"이야, 그 김밥 좀 먹어보자."
가는 날이 장날입니다.
다른 날엔 권해도 잘 안 드시던 산사람들,
오늘따라 맛 보겠다 먼저 달라시는데,
마침 우리 김밥이 모자라는 때란 말을 어찌 한단 말인가요.
"진짜 맛있네."
어르신들 추임새에 하나씩 더 꺼내먹는 아이들이었답니다.
오이도 먹고 파이도 먹으며
우리들은 산꼭대기에 한참을 머물렀습니,
먼 곳을 오래도록 건너다 보았지요.
'산에 들어가니 세상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해서 좋았다. 딱 여기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진홍샘)
앞에 앉았는 진홍샘한테 외쳤습니다.
"샘, 삶에 뭘 기대해요?"
"기대하는 것 없는데..."
그래요, 그냥 순간순간 애쓰다 가는 거지요, 뭐.
생에 무에 그리 기대한단 말인가요.
애써서 잘 사는 하루가 쌓여 삶이 될 것입니다.

내려섭니다.
더 이상 오를 길이 없으니까요.
'올라갈 때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는 편인데, 내려올 때는 이 아이, 저 아이의 손을 잡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요... 그 아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둘이 있다 보면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저를 믿고 의지하니까 해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하니 참 좋습니다.'(아람샘)
누구는 이 계자에서 힘을 얻어
짝사랑 하는 여자 아이에게 고백해서 '돌아가면 솔로를 탈출하겠다' 하고
(그게 말이지요,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닌지라, 하하),
내일이면 집 간다고 가기 싫다고도 합니다.
누구냐구요? 못 밝힙니다요.
'내려올 때는 주로 나영이랑 내려왔는데 누구랑 같이 내려오는 것도 좋았다. 마지막 쉰 후에는 준하와 윤구 신방을 봐 주느라고 제일 늦게 출발했고 윤구랑 같이 내려오게 되었다. 같이든 혼자든 산에 가는 것은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안하게 해주는 듯해서 아주 좋았다.'(진홍샘)
'힘들긴 해도 한번 갔던 곳이라 전보다는 굉장히 수월했는데 쭉 올라가고 평소에 절 싫어하거나 그런 얘들도 산오르면서 힘들거나 위험하면 손잡아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그렇게 선생님한테 의지한다는 게 뿌듯했다.'(재훈샘)

더러는 숲이 마련한 화장실로 뛰어가 똥도 잘 누고
혹 그렇지 못하고는 똥을 지리기도 했지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똥바지야 빨면 되지요.
계곡을 건너며 앞에서는 하다가 여자 아이들을 잡아주고 있었고,
뒤에선 세훈이가 먼저 뛰어 내려가
무섭다는 저학년 애들을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세훈이 동생 세영이는 재욱이를 잡아주었지요.
그렇게 아이들이 아이들을 건사하며 다녀오는 산행이랍니다.
1지점은 마지막 내를 건너는 곳이니,
버스 시간도 여유롭구요,
한참을 놉니다.
물에도 들어가지요.
아이들 발도 닦아줍니다.
정연이가 다가옵니다.
에구, 저 부은 눈으로 산을 올랐다왔습니다,
울지도 않고 툴툴대지도 않고.
물로 마사지를 하자 하고 세수를 하게 하고,
발목이며 발이며 묻은 진흙을 닦아주었지요.
애썼습니다, 훌륭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저 가는 발목으로, 저 작은 발로 저 큰 산을 다녀왔더랍니다.

1지점에서 원준이가 그만 울었습니다.
'오늘 원준이의 세 번째 눈물을 보면서 스치듯 '아... 원래 약한 아이구나' 생각했다. 그 생각에 꼬리를 물어 내 자녀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겠다는 교육철학까지 해서 난 오로지 어른의 시간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청소를 하다가 문득 내가 원준이 나이였을 때가 생각이 났다. 바보! 라는 소리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렸던 나의 모습, 엄마와 처음 떨어져 이모네 집에서 울었던 일... 같은 나이 때의 나로서 원준이를 생각해보니 그 아이는 특별나게 여리지도 약한 것도 아니었다. 원준이는 단지 그 나이 또래의 여느 아이들처럼 사랑과 챙김을 받고자 하고 따뜻한 부모님의 품에서 재롱을 피우고 싶어하는 한 인간이었을 뿐인 것이다. 왜 조금 더 일찍 아이들의 시선과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 꿇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진주샘)
그리고 그 곁에는 샘들이, 혹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러하였지요.

1지점에서 시작점으로 오는 길에서
새로 만들어진 계곡의 하늘다리를 건넜습니다.
가보지 않았으나, 길은 아래로 흐르는 물을 따르기 마련이지요.
삼도봉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잣나무 숲으로 이어진 길을 가로질렀지요.
자주 그런 생각합니다,
이 숲을 지나노라면
타이가 숲의 아나스타샤가 바로 여기 살고 있는 것만 같지요,
우리 자신이 자연인임을 일깨워주는.
그래서 이 숲을 걷는 것만도 큰 공부다 합니다.

물한 주차장.
그렇게 서른 넷 아이들 무사히 산을 빠져나왔습니다.
(준우가 빠졌지요.
지난 계자에서 산을 다녀와 오늘은 학교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다리가 젤리 같애요."
보빈입니다.
세아샘 등에 업혀 세영이도 오고,
재훈샘 등에 딸려 태은이도 왔습니다.
태은이는 아빠가 자기를 강하게 키웠답니다.
하지만 아빠는 세 살부터 산을 탔는데,
자기는 여자라고 네 살 때부터 산을 타게 했다나요.
"옥샘, 맨날 가는 산이어도 힘든 건 힘드네요."
털퍼덕 앉으며 세훈이는 그랬지요.
'어제 현준이가 가방을 들어주기로 손을 들었는데 선택이 안돼서 쌤들 힘들면 도와주기로 했는데 현준이가 내 가방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줄 서는데 어제 그 말 취소하고 가방 들기 싫다고 하더니 잠시 뒤에 와서 '제가 먼저 들게요'라고 했다. 그래서 가방을 주고 나중에 힘들고 무거우면 달라고 했는데, 산에 올라갈 때 안 힘들다고 계속 가방을 메고 다녔다. 진짜 첫날이랑 둘쨋날 까불거리고 말도 잘 안 듣고 그랬는데 열심히 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새끼일꾼 계원)
우리들은 얼마나 여러 가지 면을 지니고 있던가요.
큰 아이들이 그렇게 가방을 울러메고 저 산을 다녀왔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파이를 하나씩 꺼내 먹습니다.
그런데, 윤구가 초코파이 봉지를 가져가
쓰레기를 모으던 검은 봉투에 넣었습니다.
그 아이 어제도 그렇게 쓰던 물건을 잘 정리하는 걸 보았습니다.
예—Ÿ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동선이에게 물어보았다. "학원은 다니냐"고 물어보자마자 월, 화, 수, 목, 금, 토 다 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동선이는 3학년인데 얼마나 많은 것을 바라고 계신 걸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다빙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난 그 나이 때 매일 놀았는데 그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동선이도 학원 일정에 시달리지 말고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 요번 계자에는 고학년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저번 계자 때보다 훨씬 빨리 산에 오른 것 같다. 말도 잘 듣고 많이 힘들어하긴 했지만 투정도 잘 안부리고 그리고 그렇게 무사히 산을 타고 와서...'(진혁샘)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자연스럽게 뻗어오는 그 감촉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내가 살던 사회·세상은 이러한 손잡음이 너무도 어려운 이해타산과 이념싸움으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같이 술 마시고 한 때는 웃고 떠들면서도 항상 그 속에서 외로웠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뻗어오는 아이들의 손에 의해 나의 외로움이 치유되고 가는 것 같아서 자유학교 물꼬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깨달음과 배움을 준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진주샘)
'산에 가서 힘들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을 사귀고 어색(*편집자가 낱말 바꾸었습니다)했던' 사이를 더 연결시켜주는 계기인 민주지산이었다.'(새끼일꾼 현곤)

아이들은 여전히 뛰어다닙니다.
불러다 씻기지요.
저녁을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팥빙수를 갈았지요.
앞의 두 계자에는 그만 놓쳐버렸던 일이었습니다.
"넷씩 짝을 지어서 와야 해."
커다란 대접에다 얼음을 갑니다.
묵은 팥을 삶아두었더랬지요.
올리고당을 너무 일찍 넣어 좀 딱딱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지은 농사로 먹인다 즐거웠습니다.
떡도 담뿍 젤리도 듬뿍
마침 연유도 있고 딸기 시럽도 있고...
콩가루도 있고 미숫가루도 있었건만
꺼내놓고 챙겨줄 정신은 놓쳤네요.
그래도 아이들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이곳이 그렇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불편이 우리를 더 풍성하게들 만들지요.

한데모임.
산을 다녀온 후일담,
그것은 영웅담이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쏟아냅니다.
1242m 높은 산을 다녀온 그들 할 말 많지요.
삶의 아주 커다란 경험을 한 소회(所懷)에 다름 아닙니다.
물었습니다, 우리는 산을 왜 갔는가고.
"끝이 있으니까 가는 것..."
서정이가 그랬지요.
우리는 산을 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을 담아왔습니다.
건강을 위해,
앞으로 살아가며 어려운 길을 만날 때도 그리 훌쩍 넘으라고,
산의 정기를 받으라고,
서로 협동하라고,
아이들은 그 답을 잘도 찾아냈지요.
무엇보다 우리들에게 있는 삶의 찌꺼기 훌훌 털고 왔습니다.
아이들이라고 삶의 찌꺼기가 없을 라나요.
산은 위로와 위안, 그리고 격려였을 겝니다.

다음은 고래방으로 건너가 강강술래로 걸게 놀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른 때라면 한데모임에서도 여러 차례 부르고
우리가락에서도 부르고 건너오기 전에 또 부르고 그랬을 것을,
이번엔 그러지 못했더랬습니다.
또 왔던 아이들이 으레 많으니 그냥도 진행되거니 한데다,
새끼일꾼들을 포함한 왔던 샘들 축을 이루니
때로 잘 챙기지 않고도 그냥 돌아가는 시간이었더란 말이지요.
헌데 오늘은 뭐가 툭툭 끊겼습니다.
목은 다 잠기고,
돌아보니 샘들은 본관에서 다른 일들로 여럿 빠졌고
왔던 아이들은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아이들인데다
몇 아이들은 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섞어있고...
그래요, 그럴 땐 처음처럼 차근차근 가르쳐주면서 하면 되지요.
그렇게 놀았습니다.
그래도 영 흡족치 않았는데,
아이들이 그들의 하루재기 시간에
강강술래가 아주 아주 즐거웠다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평가의 기준은 아이들이어야 합니다!
좋은 약이 된 시간이었지요.

비가 쏟아졌습니다.
여름 모든 일정의 끝 밤이라고
차분하게 갈무리하라는 하늘의 배려인 모양입니다.
장작놀이를 거두고 촛불잔치를 하였습니다.
모두 지난 닷새를 돌아보았지요.
참말 재밌었다고, 날이 정말 잘 갔다고,
다치지 않아 고맙다고,
다른 곳에 가서는 집에 갈 날을 기다렸는데 여기선 더 있고 싶다고,
전기기기들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배웠다고,
정말 가족 같앴다고...
아이들이 하나둘 울기 시작합니다.
장작놀이를 못하고 그래서 감자도 못 굽고
그래서 숯감자로 인디언놀이도 못했지만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거의 7~8년 만에 물꼬에 와서 지내봤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물꼬는 초심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물꼬가 좋은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지만 이 마지막 밤이 평생 내가 기억할 수 있다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진혁샘)
아이들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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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5 2006.12.19.불날. 흐림 옥영경 2006-12-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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