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30.달날. 많은 비

조회 수 960 추천 수 0 2010.09.13 15:19:00

2010. 8.30.달날. 많은 비


한 도시의 아동발달연구소에 상담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바우처 사업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한 아이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외면당하고 있으니
물꼬에서 거두어줄 수 없겠냐는 SOS였지요.
그런데 간기증 건이며로 얽혀있던 학기여
이번 학기는 오던 아이들도 머물 계획을 건너뛰었던 터라,
이곳 일정이 여의치가 않겠다 알렸고,
그렇다면 다음 학기부터라도 어찌 아니 되겠냐
다시 부탁을 해왔더랬습니다.
헌데 아이도 보지 않고 어른들도 만난 적 없이
상담소의 전화 두어 통으로 일이 몰려가고 있어
일단 상담부터 있어야겠다고 잡은 일정이었답니다.

아이의 폭력과 도벽, 학교부적응, 그리고 가출이 주 문제였습니다.
친모는 떠난 지 오래이고
양모는 딸아이 하나를 데리고 친부랑 결합한 상황이었지요.
아이는 친엄마한테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했습니다,
친엄마는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아이는 낯선 상담자에게 외면, 혹은 거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반응한다면 친엄마조차 너를 받아들이기가 싶지 않을 거다,
너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누군가 너를 돕겠다고 나선다면
그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너 또한 반응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더랬지요.
다행히 거칠던 아이가 태도를 바꾸었고,
우리는 한 시 여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모 만남까지 더해 세 시간여 상담이 이어졌지요.

같은 마을에서 자랐다던 세 어른(친부, 친모, 양모)은
알고 보니 한 시설에서 어린 날을 보냈더랬습니다.
도벽으로 교도소를 드나들던 친모는
연락을 끊고 절대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 하고,
양모는 도저히 더는 이 아이를 돌볼 수 없다 하며
친부 역시 그러합니다.
부모라면 일반적으로 그 놈이 어떤 놈이건 어떻게든 키워내려 할 텐데
아이를 키울 의지가 부모들에게 더는 없었습니다.
하기야, 저가 부모한테 엥겨도 모자랄 판에
뻗댕기고 가출하고 도둑질하고 폭력을 휘두르니
이제 미움으로 그 아이를 더 이상 대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충분히 헤아려는 집니다.
아이가 가끔 집을 나가 지내는 친구네서도 가련함으로 우선은 받았으나
역시 그 아이를 이제 더는 돌봐줄 수가 없다 합니다.
"이제는 어떻게 할 참이니?"
거리를 떠돌거라 하지요.

아이에게 물꼬가 정말 최선일까요?
물꼬에 오는 대개의 경우는
물꼬를 경험하고, 좋아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선택해서 오게 됩니다.
그래서 이곳의 지독한 불편이 문제가 되지 않고 견뎌낼 수 있지요.
왜 불편한 삶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있단 말이지요.
그런데 이 아이는 상황에 떠밀려오게 됩니다.
오고 싶어와도 살아가는 일이 만만찮은은 이곳인데
더구나 떠밀려오면 얼마나 힘이 들 것인가요.

요즘 '시설'은 아이들에게 많은 걸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문화적 혜택이며 주어지는 물질적 혜택으로
차라리 하위층 가정이기보다 시설을 선택하는 예가 느는 것도
어쩌면 그런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고아원은 없다, 다만 보육 시설이 있을 뿐이다.'
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최근엔 시설에서 연고가 없는 경우는 드뭅니다.
부모가 버젓이 있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물론 대신에 다른 부족함이 있겠지만
(부모의 그늘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어떤 어른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꼬가 오래 함께 한 두 시설은
시설장의 기도와 온화함으로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내고 있는 곳입니다.
결국 그 아이에겐 보통의 아이들이 누리는 것들을 갖춘 환경이
더 낫지 않겠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마음을 연 아이는 떠나오는 제게 깎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밖에 있던 부모가 깜짝 놀랐지요.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아니, 사람은 그렇습니다.
진실로 자기가 받아들여진다 여기면
자세도 그리 변하지 않던가요.

한편, 물꼬는 그 아이에게 무엇을 더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숙제로 가져왔습니다.
아이에겐 혹시 도움이 필요할 때 소용이 될지도 모르니
연락처를 남기고 왔습니다.
늦은 밤, 돌아오는 마음이 아주, 아주 무거웠습니다.
아이도 안됐고,
어른들도 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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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30.달날.비 잠깐. <이러니 4대강이니 개발이니 하지...>

내가 요즘 4대강을 조사하다가 웃긴 사실을 하나 알아냈다. 바로 이명박 본인과 친척,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시가가 약 23조원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한 재밌는 건 4대강과 요즘 뉴타운 개발 지역의 토지 또한 이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부자감세 하는 건, 당 세금 낮추기 위해서이고, 뉴타운, 4대강 등을 하는 이유는 땅값이 오르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민은 저버리고, 친지이익만 생각하다니, 이승만시대로 돌아간 게 아닌지 착각이 든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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