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물날. 바람 서서히 일어 퍼지더니 비 내리 꽂기 시작


늦은 밤입니다.
어디선가 시작된 바람이 거칠게 점점 거칠게 불었고,
어둠 속으로 비가 꽂히기 시작하더니
밤새 거세게 내리고 있습니다.
무겁게 무겁게 내리고 있습니다.

가마솥방을 조금 고치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 현 교육장님과 전 교육장님이 오셨던 날,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올려다본 천장은 참 딱했을 것입니다.
결국 교육청에서 지원을 하기로 했지요.
오늘 공사할 사람들이 와서 사진도 찍고
견적을 뽑기로 하였습니다.
다, 다 고마울 일입니다.

지난 주 창환샘이 이천에 연탄 800장이 있다 소식 주었습니다.
마음도 마음이고,
값으로 따져서도 큰돈입니다,
실어오는 교통비를 빼더라도.
그런데, 그쪽에서 실어줄 수도 있고 여기서 내릴 사람도 있건만
그놈의 트럭이 없습니다.
서로 안타까워만 했지요.
아이가 나서서 이곳저곳 화물회사에 전화도 해보지만
연탄은 특히 기피대상이랍니다.
머리들을 맞대보자 하지요.

지난 달 초 세성샘이 크게 다쳤습니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열었다’ 했습니다.
며칠을 깨어나지 못하던 그였는데,
눈을 떴고, 퇴원도 머잖았다 합니다.
오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살아있어서, 살아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영유아관련 뉴스들을 모니터링할 일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아이들 이야기였습니다.
해마다 영아유기 사건이 50건,
집계된 것만 해도 한해에 전국적으로 수십 건에 이릅니다,
심지어 살해되는 경우도 한해 10여건.
며칠 전 한 지역 아동발달연구소에서 의뢰가 들어온
한 가정의 부모와 아이를 만났습니다.
양모와 친부의 결론은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아니고 심정이 그러하다 했습니다.
도둑질, 폭력을 일삼는 아이가
엄마에게 엥겨와도 모자랄 판에 허구헌날 공격하고 가출을 일삼으니
새엄마 마음이 어쩌려나 고개가 주억거려지면서도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도 내 새끼라면 어떤 놈이고 키우는,
아니 키울 수 있다 없다로 가르는 게 아니라
그냥 당연히 키워야 하는 존재일 것인데,
하며 마음 쓸쓸도 하였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삶이 이리 되었는지요.
최소한의 사람의 도리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지 않겠는지요.
물꼬에서 교류하고 있는 한 시설에서는 지나간 여름방학,
영유아기 꼼지락거리던 걸 본 아이들이 자라 청년이 되어
자원봉사를 왔더랬습니다.
가슴 벅찼지요.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그곳은 고아원이 아니라 보육원입니다.
이 시대 고아원은 거의 없습니다.
이 말은 연고가 있는 아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이혼으로, 재혼으로, 가난으로 아이들을 맡기고 있습니다.
사회도 그들을 맡길 수밖에 없도록 거들고 있을 겝니다.
옛적, 마을에 하나쯤은 있던 미친 여자나 부모 잃은 아이,
그래서 온 마을이 돌봐주던 그런 사람들이
이제 갈 데가 없는 세상을 우리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마을공동체의 붕괴에서 그 범주를 대신하는 사회가
역시 그 역할도 감당해주어야 하지 않을지요.
영유아유기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가장 중요한 시기(하기야 건강이 어느 시기라고 그렇지 않을까만)에 그들이
치명적으로 건강을 위협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 아이들이 온전하게 그들을 돌볼 이들에게 넘겨지도록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시급합니다.
그들이 왜 나왔는가, 그것을 묻기 전에 말입니다.
그들을 왜 버렸는가도 묻기 전에 말이지요.
입양기관, 그리고 그것과 연계된 미혼모시설이 절실한 까닭입니다.

간을 기증하기로 했고, 한참 그 절차를 밟고 있었으나
서류상 여의치 않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안간 힘을 쓰고 있었는데,
오늘 그 수혜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충분했다, 하십니다.
그렇게 간기증 건은 단락을 짓게 되었더랍니다.
너무 간단한 결말이 퍽도 길었습니다...
“나는 보통 사람보다 간이 네 개나 되니...”
당신에게 간을 기증하려 했던 친족 둘과 저를 포함하고 계신 말씀이지요.
중국으로 건너가서 간이식을 하시려던 최종안도
국내에서 새로운 치유법들을 찾기로 하면서 일단락된 것일까요.
미완에 그치고 말았지만
기증자 검사를 하면서 든 큰돈을 당신이 내셨습니다.
그 댁 자녀의 대학등록금으로 갚아야겠다 마음먹습니다.
그렇게라도 힘을 보태드리고 한편 마음 빚도 갚아야지 합니다.
그저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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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1.물날.소나기. <빗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두둑, 우두둑
7호 태풍 곤파스가 북상 중이라고
비바람

구름에서 결정체로 있다가
얼음덩어리가 되어서
녹아 빗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한없이 짧은 빗방울의 인생,
그러나 인간의 인생도
어찌 보면 한없이 짧을 것이다.

빗방울은 무슨 생각을 하며 떨어질까?
슬프다? 허무하다? 기쁘다? 신기하다?
그건 빗방울만이 알 일이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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