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3.쇠날. 윽, 늦더위

조회 수 967 추천 수 0 2010.09.14 04:56:00

2010. 9. 3.쇠날. 윽, 늦더위


소사아저씨가 도정기를 청소합니다.
쌀을 좀 찧으려지요.
헌데 그만 벨트가 끊어져버렸습니다.
아무래도 기계엔 더 익숙한 손이 필요합니다.
이곳저곳 풀을 베던 목수샘이
내일은 같이 뜯어본다 합니다.
그리고, 닭장 뒤란 밭도 팼습니다.

기차에서 책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 ...
나는 늘 행복한 중이었다. 오래 전 내가 사미승이었을 때도 지금처럼 행복했다. 그때 나는 비구승이 되면 행복하리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사미승으로도 행복했으니까 말이다. 또한 파리 근교의 작은 농장에 몸담고 수행할 때도 행복했다. 사람은 많고 방은 비좁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플럼빌리지 같은 곳이 없어서 불행한 적은 없었다. 이미 그곳에는 행복의 조건이 다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걷기 명상과 숨쉬기 명상을 할 수 있었고 주변엔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들꽃,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형제자매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 작은 농장에서 평화와 기쁨이 나날이 커지고 내면이 충실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풍요로운 마음은 우리가 수행을 잘하면서 보리심을 돌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욕망에 결코 붙들리지 않았다. 중으로서의 나의 소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자가 된다거나, 유명한 불교학 교수가 된다거나, 큰절의 주지가 되는 것은 내 소망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중으로서 나의 일은 무엇인가? 나는 보리심에 충실했다. 고통을 바꾸어 깊은 이해와 대자유,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의 소망은 나에게도 행복을 가져올 수 있고, 남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었다.
당신이 큰절의 주지라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신이 서너 개의 학위를 가지고 있다면 역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다 잠시다. 그것으로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수행을 통해 마음속에 깊은 이해와 자유와 사랑을 일궈놓았다면 사람들은 앞다퉈 당신을 찾을 것이다. 수행이 없다면 당신 안에 있는 보리심은 꽃피지 않는다. 당신 안에 보리심을 찾아라. 보리심은 당신의 삶이 욕망과 소망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알려준다.’
; Thich Nhat Hanh의 글 가운데서

밤, 여기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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