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4.흙날. 가을 폭염

조회 수 1084 추천 수 0 2010.09.14 04:57:00

2010. 9. 4.흙날. 가을 폭염


비 멎으니 폭염입니다.
가을이 막 문지방을 넘어왔는데도 말이지요.

대해리에선 도정기 안 대청소를 했다 합니다.
낱낱이 해부를 했다지요.
목수샘이 있으니 가능했습니다.
뉘가 많기는 하였으나 현미로도 찧어보았다지요.
서울에선 계획했던 김치 담그기를 못했습니다.
비로 농산물 가격이 많이도 올랐다더니,
실감했더랍니다.

충무아트홀에서 뮤지컬 <미스사이공>을 보았습니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공연이지요.
아, 4대 뮤지컬이 궁금할 수도 있겠군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캣츠가 들어있습니다.
어른의 지도가 있으면 된다고 안내는 되어있었으나
첫 막은 아무래도 조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는 무리라는 생각 들었습니다.
1975년 4월의 사이공,
미군들이 드나드는 클럽 Dreamland의 바걸들이 공연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잠시 생각 없는 부모가 돼버렸더랬지요.

볼만한 뮤지컬이다, 그랬습니다.
공연규모에 대해 헬리콥터 얘기를 하도 들어서
(일본 공연에서는 헬기가 떴다던가요)
그 장면이 규모로 어떤가가 중요할까 싶더니
웬걸, 정작 압권은 헬기가 뜨기 전
이별을 앞둔 이들이 철망으로 친 담장을 사이에 두고
그 감정을 표현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담장은 안팎으로 수시로 위치가 바뀌면서
그 상황을 잘 그려주고 있었습니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런 실감을 나타낼 수 있다니...
어쨌든 헬기는 그래픽으로도 충분히 사실감 나더만요.

한편, 약간의 불편을 일으킨다는 대목에 대해선
저는 다른 생각이 좀 들었지요.
동양인은 비열하고, 서양인은 사려 깊습니다(이 작품에서 말이지요),
마치 인간적인 역은 서울말을 쓰고
비루한 역은 경상도나 전라도사투리를 구사하는 것과 같은.
그런데 우리의 세계지도엔 우리나라가 중심에 있듯
(이 작은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이라니)
미국인들의 세계지도엔 거대한 미국이 그만큼 거대하게 차지하고,
미국 일상에서 만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다른 세계를 알지 못합디다.
그냥 그들에게 동양은 그런 곳일 뿐입니다.
그러니 많은 이들에게 논란을 일으키던 이 부분은 그러려니 하면 될 일이었지요.
또, 흔히 동양여인을 그저 순종적으로 그렸느니 어쩌니 하던 평가도
역시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런 쪽으로보다
아들을 지켜내려는 어미로 더 크게 보였기 때문이지요.
덧붙여,
이것은 공연을 같이 보던 류옥하다 선수 때문에 더욱 그러했는데,
반전뮤지컬로도 훌륭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좀 큰 아이들(어린 아이들이 아니라)이랑 보면 좋겠데요.
그리고, 대사가 조금 삐그덕거린 듯하였는데, 그마저도 괜찮았습니다.
번안이니까,
나름 애쓴 흔적이 배 있었거든요.
뮤지컬은 몇몇 알려진 배우들에 의지하지 않고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캐릭터들이 붕 뜨지 않고 잘 안착했데요.
엔지니어 역이 특히 걸출했습니다.
충분히 괜찮은 뮤지컬이었지요.

아, 어쨌건 전쟁은 가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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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4.흙날. 더움. <미스 사이공>


오늘, 아빠 덕분에 1인당 8~10만원 가까이하는 뮤지컬을 보았다. 이렇게 비싸고 좋은 뮤지컬을 보여주신 아빠가 너무 고맙다.
미스사이공의 줄거리는 킴이 베트남 전쟁 때 몸을 팔러나가고 유흥업소에서 처음으로 만난 크리스와 결혼하게 되고, 크리스가 떠나자 킴은 아이를 낳는다. 킴을 사랑하던 다른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라 그러는데 킴은 그 자를 실수로 권총으로 죽인다. 유흥업소 사장과 방콕에서 합세하고, 여기서 어린아이 탐이 아저씨가 뽀뽀를 해달라고 하자, 뽀뽀를 해주는 연기가 재밌었다.(이때 사람들도 다 웃었다.) 결국 킴은 다시 결혼한 크리스를 만나고 아이를 맡기고 자살한다. 비극적이면서 아름다운 새드스토리다.
나는 여기서 전쟁이 끝나고 유흥업소 여자들이 미군을 도왔다고 처벌받는 걸 보며 여자들은 잘못이 없는데,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나쁜자들이고, 그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군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군인들도 유흥업소 여자들과 자고, 아이가 생겼는데, 한국은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미국은 그 자들을 찾으려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다시 보게 됐다.
재밌는 뮤지컬이었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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