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5.해날. 늦은 밤비

조회 수 1026 추천 수 0 2010.09.18 02:52:00

2010. 9. 5.해날. 늦은 밤비


정미기를 낱낱이 뜯어 청소를 한 어제였습니다.
오늘 방아를 찧어보았지요.
현미를 얻겠다고 해보니 이건 숫제 껍질째가 태반입니다.
좀 더 깎아봅니다.
깎이지 않은 쌀이 절반은 됩니다.
더 깎아보고 또 해보고...
한 자루로 여러 차례의 실험 후
당장 밥 한 끼 해먹어보지요.
구수합니다.
돈 사왔던 지난해 거둔 쌀을
얼마 전 마지막으로 울산에 보냈더랬는데,
건조도도 도정도도 나빠 거의 백미에 가까웠습니다.
게다 쌀이 깨지기 일쑤였지요.
나중에 좋은 쌀을 다시 좀 보내야지 했는데,
이번 걸 보내자니 그것도 마뜩찮네요.
아무래도 햅쌀로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영동은 난계축제와 포도축제가 한창입니다.
어제 문을 연 축제는 날씨도 좋아 엄청 걸음들을 하였다는데,
오늘은 흐려 아쉬움 크겠습니다.
서울서 내려가는 걸음과 대해리에서 나온 걸음들이 만났습니다.
식구들 영동나들이!
공연 하나쯤 보고, 한 바퀴 휘휘 돌며 구경도 하고,
이 골짝 저 골짝에서들 사람들이 나왔을 것이니
오랜만에 인사들도 하였겠지요.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자 했더랍니다.
오며가며 포도가 풍성했고 눈요기도 많았지요.
그런데 하나 꼭 집은 공연이 ‘퓨전국악콘서트’였는데,
알고 보니 한 트롯 작곡가겸 가수의 개인콘서트였습니다.
잠시 앉았다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판이하게 달라
포도농사 관련한 공간과 사람들만 만나고 걸음을 접었지요.
저녁도 좀 형편이 없었군요.
많은 이들을 빠르게 상대하기 위해 미리 해놓은 음식들이 많아
후회가 컸네요.
아쉬운 나들이었더랍니다.

"뭐해?"
"빨아서 드리게."
서울역에서 기락샘의 속옷을 몇 장 샀는데,
아이가 그 비닐 포장을 벗기고 있었습니다.
그걸 빨래바구니에 넣고 있었지요.
부족한 게 많아 자주 혼도 나고 욕도 먹는 아이인데,
저렇게 멀쩡합니다.
어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사는 게 아닐까 싶데요.
뭘 더 바란답니까요.

이른 아침부터 낯선 이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돌보던 아이를 오늘 내보내겠다 합니다.
그를 상담하고 치료하던 곳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친모도 아닌
물꼬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 아이 잠시 얹혀살던 집이었지요.
이를 어쩔 꺼나,
지금 멀리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도움을 청해봅니다.
권역 안이 아니면 예전같이 시설로 보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지역 안에서 해결을 해주어야 합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게 최선이겠건만
싫다 하니 이를 어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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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5.해날. 흐림 <아빠>


오늘은 아빠 집에서 돌아온 날이다.
내가 오면서 생각을 해보았는데 우리 중에 제일 불쌍한 것이 아빠 같다.
아빠는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혼자 있어야 되고, 맛있는 밥과 반찬을 못 먹고, 가족이랑 놀 수 없고, 집에 와도 아무도 안 반겨주고, 술도 혼자 먹어야 되고, 가족, 즉 형제 중 가장 가난하고, 진짜 찌들어지게 살은 것이 아빠다.
그렇지만 아빠는 가족이 있고, 집이 있고, 엄마, 즉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다.
불쌍해도 아빠는 마음을 다르게 먹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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