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7.불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1074 추천 수 0 2010.09.18 02:53:00
2010. 9. 7.불날. 비 내리다 갬


비 질기고 질깁니다.
소사아저씨는 교문 안팎으로 물도랑을 치고 있었습니다.

한 시설의 전 원장님의 안부 전화를 받았습니다.
함석헌기념사업회의 후원명단에서 이름자를 보았다며
반가운 마음에 하신 연락이셨지요.
갈등들을 겪고 피폐해졌던 시간들이 있었고
아이들을 떠날 수 없었던 당신은
일하던 도시와는 정 반대편으로 가서 역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픈 무릎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쉬고 계시지요.
쉬어도 되는 당신입니다.
쉬어야 하는 당신입니다.
당신이 애썼음을 우리 다 압니다.
설혹 당신이 잘못한 일이 있을 지라도
그렇다고 당신이 애쓴 게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아직도 그 건은 당신의 꼬리를 따라 다닙니다.
그리고 가끔 당신이 애쓴 것까지 폄하하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당신을 위로합니다.
순간 침묵이 흐릅니다.
서로 울컥해진 마음들이었지요.
‘아직도 그 일이 당신의 가슴을 치고 있구나...’
하기야 저 역시 갈등의 시간을 겪은 게 언제적인데
아직까지 가슴이 떨리지요, 당시의 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고,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을진대...
당신도 저도 시간이 필요할 테지요.
여튼 그, 애썼습니다!

한 대학 휴학생의 전화도 받습니다.
등록금을 마련해준 친구가 있지요.
그 돈은 아직 고스란히 제 통장에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돈이지요.
결국 그는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등록금만으로 해결이 되는 게 아니었거든요.
책도 사야지 학회비도 내야지 재료비도 있어야지 생활도 해야지
결국 저는 그의 등록금을 내지 못했는데,
그는 한 번씩 사는 소식을 전해옵니다.
고마운 마음은 그런 건 갑습니다.

등록금 대출을 제한받는 30개 대학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전임 교수 확보율, 재정건전성이 기준이었지요.
대학 교육이 이뤄지기 힘든 곳이라는 말이고
이름만 대학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학자금대출제한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퇴출시키겠다는 의도겠지요.
경영이 문제이면 재단에 불이익을 줘야지
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시키는가 싶더니
역시 그 학교에 지원하지 말라는 뜻일 겝니다,
특히 시기가 수시모집 원서접수 하루 전이라는 것으로
그 뜻이 더욱 분명해지지요.
이 지역에 있는 영동대도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곳에 사니 이 지역 이름을 단 학교야 맨날 보았으므로
그 존재비중이 클 줄 알았더니
다른 지역에 살면 듣도 보도 못한 모르는 이름이었던 겁니다.
국고 공금횡령, 노후 아파트 30억 매입 기숙사로 이용,
교직원 임금갈취, 공금횡령 경력 있는 A처장 발탁한 부절절한 인사,
영동지역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부학과 아산캠퍼스 이전,
이렇게 시끄럽던 학교는 이제 퇴출 명단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효율성으로 접근하던 초등분교 폐지와 또 어떻게 다른 논리인지는 몰라도
작은 학교가 왜 의미를 갖는지 새겨봐야지 않을까도 싶습디다.
영동대만 해도 20여개 가까운 대학이 있는,
서울과 보다 가까운 곳으로 가서 경쟁하려 들게 아니라
오히려 이 지역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잘 찾아갈 수 있잖을까 싶데요.
물꼬에 손발보태는 이들도 많은 그 곳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들이 사기저하하지 않았기를.

교사양성기관의 양성자로서 문제가 많은 한 교수와
부딪힐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더냐, 변할 수 있지 않더냐고
지난 몇 해를 지켜보았으나
이제는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옳다고 여겨졌지요.
가까운 이들에게만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하는 부도덕에서부터
너무나 억압적인 수업하며
감정이 지나치게 실린 평가까지
무엇보다 강의에서 교수자로서 함량미달에 이르렀던 그를
허용하고 있는 기관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교수자보다 사대교수는 다른 품성을 요구하기 마련이지요.
보고 배우는 것은 무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똑똑한 것과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그의 사람됨에 대한 전반적 문제제기가 아니라
교사 양성자로서의 품성에 대한 문제제기임을 분명히 했지요.
적어도 그에게서 교사들이 길러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일어났던 일이었고,
오늘 그 건으로 담당기관과 2차 면담이 있었습니다.
문제제기한 사항을 명확하게 다시 짚었지요.
가관인 것은 정녕 당사자는 앞에 나오지 않고
다른 사람들 뒤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편 계자에 다녀간 한 부모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아이가 눈이 부어 돌아갔더랬지요.
그런데 전화 한통 넣지를 못했습니다.
꼭 이 일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이런 일에 끄달리고 있는 동안 아이들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랬겠지요, 우리들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으니.
그만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행복하지 않아서, 평화롭지 않아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천천히 매순간 행복하게 살아야지요.
그런데 이 일에 끄달리지 않겠다는 것은
이것을 통해 다른 일을 방해받지 않도록 잘 수습하겠다는 것이지
이 문제를 그냥 던져놓겠다는 건 아닙니다.
유쾌하게 해나겠습니다.
해당기관은 말도 안 되는 교수를 비호하고 나서고
그에게 수치와 모욕, 억압을 당했던 학생들은
호소를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곳에선 저 역시 그들과 같이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기도 했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언론으로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오지 않은 내일을 누군들 알겠는지요.
어디로든 일은 흘러갈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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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7.불날. 비 조금. <컴퓨터>

물꼬 컴퓨터는 정말이지 너무 너무 느리고, 용량도 작고, 모니터 크기도 작다. 그래서 진짜 정말 메인 컴퓨터로 쓰기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래서 내가 컴퓨터를 한 대 기부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격을 알아보았다.
보니, 모니터, 컴퓨터를 같이 사면 마우스, 스피커, 키보드를 꽁짜로 준댄다. 제일 싼 컴퓨터는 36만원. 거기에 11만원짜리 한글 2007을 포함하고, 이것저것 다 깔면 약 5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내 자산이 300만 이상이니, 무리는 아니겠지만 열심히 모은 돈인데...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실현되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귀가 넘 아프다. 다시 곰팡이가 생긴 건 아닌지...)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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