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8.물날. 갬

조회 수 1027 추천 수 0 2010.09.18 02:53:00

2010. 9. 8.물날. 갬


잿불 화로의 불씨가 끊어져서는 집안이 망한다,
그런 말이 있지요.
옛적 불씨를 간수하는 것이 살림살이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불씨를 꺼트리는 소홀한 살림살이로는
한집안을 꾸려 나갈 수 없다는 말이었을 테지요.
오늘 손전화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듭디다.
꺼뜨리면 안 되는 불,
완전 그짝입니다.
쓰기 시작하니 그렇더란 말이지요.

가마솥방 천장과 창문 공사가 날을 받았습니다.
쇠날부터 와서 하기로 했지요.
처음 열흘이라 말했는데, 사나흘이면 된다 합니다.
나무날 저녁에 살림 일부를 치워내고
쇠날 이른 아침밥을 해먹은 뒤 마저 치워내자 하지요.

백로입니다.
이쯤이면 온 마을이 호두를 따지요.
절기를 모르고 지나다가도
장대들고 다니는 어르신네들 보면 백로에 이릅니다.
그런데, 호두가 익기는 하였을까요,
비 많았던 이즈음.
백로와 추석 사이 포도가 익는 때라고
포도순절이라는 고운 말로도 불리는 때이지요.
올 포도가 영 달지 않다 합니다.
이제 좀 맛이 들어줄라나요.
제비 강남으로 가고 기러기 돌아온다는데,
날이 요상합니다.
우리는 달골 호두나무 둘레 풀들을 베었습니다.
조금 더 두었다 따지 하지요,
손도 모자라고.
베는 서슬로 대문 둘레도 소나무 둘레도,
그리고 농기구 앞도 정리하였답니다.

‘9월 13일 3시 반에 oo에서 oo과 특강 있습니다.
전학년참석함 출석체크함’
한 사대에서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누가 와서, 무슨 이야기를, 얼마동안, 한단 말인가요.
그 이상의 정보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물어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물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거나 별난 사람이 됩니다.
혹 물음을 받기라도 하면 문자를 보낸 측에서 불쾌해합니다.
이게 제가 아는 한 지방대의 현재 풍경이고,
동시에 4년 내리 변하지 않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근자에 부실대학 발표가 있었더랬지요.
대학에서 정녕 무엇이 부실인지,
경영면에서만이 아니라 그 질에 있어서 부실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무슨 이런 일이 있는가요.
사범대란 곳이 익히 그렇다 들은 바가 없진 않으나
대학이란 공간에서 아직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이 있단 말인가요.
이런 일방적인 하달이라니요, 이 시대에.
순하디 순한 학생들을 데리고
교수가 아주 자기 맘대로 주무르는 짓거리입니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게 학생들이 보고 배울 것입니다.
그 교수는 어디서 보고 배웠을까요,
개인의 문제일까, 그를 길러낸 곳의 문제일까,
이쯤 되면 그 교수를 길러낸 대학이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딱 이런 정보만으로도 학생들이 다 모인답니다.
놀랍습니다.
학생들이 어리석어서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억압적이어서 그런 걸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는가?”


혹 타인과 갈등을 겪고 계신가요?
갈등을 겪으신 적은 있으신가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진정 해결을 하고 싶다면 직접 나서야 합니다.
내 손에 피 묻히기 싫다, 는 말이 있지요.
때로는 설혹 피가 묻더라도
그게 일을 해결하는 가장 가까운 길일 수 있습니다.
비겁하게 남 뒤에 서 있을 게 아닙니다.
그러다 시간이 가고 잊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특히 그것이 도덕적인 문제라면 더욱 그러할 테지요.
직접, 서둘러 해결하셔요,
그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소탐대실이,
이 경우라고 어디 무관한 말이겠는지요.
미안하다, 한 마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그 ‘때’와 ‘말’을 놓쳐 어마어마한 일이 되기도 합디다.
그런데도 ‘미안합니다’는 말은
졸음에 겨울 적 어마어마한 무게의 눈꺼풀처럼
아주 아주 무거워 들 수 없는 쇳덩이 같고는 하지요.
제때 제때 문제를 잘 해결해가는 지혜를 지니리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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