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9.나무날. 맑음

조회 수 1009 추천 수 0 2010.09.18 02:54:00

2010. 9. 9.나무날. 맑음


“어머, 감이다!”
어제 없던 감도 아니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렇게 길 가를 채우던 감들입니다.
그 감이 익는 것 또한
가을이면 그리 신기할 것도 없지요.
물론 그 첫 풍경은
해마다 보더라도 첫눈을 향한 호들갑마냥 감탄사를 부릅니다만.
그런데 비 잦았던 여름 끝물이라 반가움 더했지 싶습니다.
오늘 물한 길을 내려가다가 만났답니다.
언제 저리 익었더란 말인가요.
고맙습니다.

소사아저씨는 고래방 앞 뒤 풀을 벴습니다.
올해 마지막 잡초정리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풀은 이제 기세가 꺾였으니까요.
여름 그렇게 갔으니까요.

오카리나 연주자인 손방원선생님이 전화주셨습니다.
10월의 몽당계자에
오카리나 소리로 가을밤의 산마을을 수놓아주신다 합니다.
어느 여름밤도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셨던 당신인가요.
늘 고맙습니다.

어느 해 여름 아이들과 지은 흙집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집은 자리를 떠나 다른 용도로 쓰였고,
장순이집으로 지어주었던 것은 줄곧 벽체만이 있었습니다.
지붕을 만들어도 보자 싶기도 하였으나
몸집 큰 장순이가 들어갈 일 없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지붕도 없는 그곳에, 장순이 늘 들어가 있었습니다.
목수샘과 류옥하다가 거기 비닐하우스용 파이프와 비닐로
며칠 전 지붕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도 좋은지 꼬리를 흔들고 폴짝거렸지요.
이제 더는 거기 들어가지 않는 그의 옛집은
한켠으로 치웠답니다.
류옥하다가 해체를 해서
다른 뭐를 만들어본다나요 어쩐다나요.

“엄마 먼저 씻어요. 안 그러면 힘들어하잖아.”
너무 곤할 때 집을 들어서서 벽을 기대고 털퍼덕 앉으면
아이가 얼른 좇아와 엄마를 일으켜 세웁니다.
그렇게 앉았으면 한번 일어나기가 범보다 무섭지요.
결국 씻기야 하지만 널부러진 몸을 일으키기까지
곁에서들 한참 씻으라 씻으라 일으킵니다.
(그러고 보니 씻기 즐기는 울 아이한테는
그렇게 챙겨본 적이 없었네요.)
아이가 크니 어른을 그리 챙겨줍니다.
이런 맛으로 자식을 키우나 보지요.
소정샘이, ‘류옥하다 120%활용’이라더니
이건 숫제 그 퍼센트를 넘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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