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10.쇠날. 마른 비

조회 수 974 추천 수 0 2010.09.18 02:54:00
2010. 9.10.쇠날. 마른 비


‘질기게’라는 말을 참 자주도 쓰는,
비 내리는 밤입니다.
밤 달골에 들어서자
창고동 앞에서 반딧불이 하나, 목숨이 슬어져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도 날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삶이 갑니다.
우리 삶도 그러할 것입니다.

가마솥방 공사(라고 부르면 규모가 너무 큰 듯합니다만)를 합니다.
이른 아침 밥을 해먹고
인부들이 오기 전 우리들은 부엌 살림들을 빼냈습니다.
곧 사람들이 왔고,
천장을 뜯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씩 고개를 들고 보면 무너져 내린 부분에 덧댄
재미난 그림들이 군데군데 보이던 천장이지요.
오래전 6개월마다 어린이극단 물꼬가 무대에 올리던
공연 배경그림들 가운데 하나였더랍니다.
서울서 예까지 끌고 내려와 그렇게 다시 쓰이고 있었지요.
간밤에도 늦게까지 세간을 일부 치워내느라,
그리고 한동안 쓸 간장집 부엌살림을 차리느라 부산했더랍니다.
폐교될 무렵 과학실로 쓰이던 이 건물은
종도리에 쓰인 상량문에 따르면 1968년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무신년 오월 칠일 신시 상량’!
주말을 건너고 전기공사를 하러 사람들이 올 것이고
그 다음엔 이중창문을 달기 위한 작업이 있을 것입니다.
교육청에서 지원해주고 있답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녕 그만큼 중요한 것이 맞을까요.
오늘 한 벗이 물어왔습니다.
한 때는 그것 없이 그 사람이 없이 단 한순간도 숨을 쉬지 못할 것만 같아도
다 살아지는 걸 우리 압니다.
우리 삶에 중요했던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요.
그 중요도에 따라 열심히 해내려 했으나
완성했던 것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지 싶습니다.
그런데도 삶은 계속되지요.
더구나 그 중요했던 일이
사실 지나고 나니 그렇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오히려 그 중요한 순간보다
날마다 밥 먹고 걷고 자고 했던 그 일상이라 부르는 것들이
우리 인생을 더 크게
오히려 일상에서 평범한 어느 대목의 일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누구의 말마따나 그것이 우리 인생의 갈림길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어쩌면 진리인, 이 평범한 깨달음 앞에서
지금 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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