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13.달날. 갬

조회 수 1081 추천 수 0 2010.09.29 17:47:00

2010. 9.13.달날. 갬


오지 않는 잠으로 뒤척이다 벌떡 일어났습니다.
새벽 4시,
마당을 서성였지요.
산마을이 안개에 잠겼는데,
하늘은 별 초롱했습니다.
지나간 삶이 영화처럼 눈앞으로 흘렀습니다.
많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한편 적지 않은 일들이 생각대로 되었습니다.
누구의 생인들 그렇지 않을까요.
모든 생의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내 삶'을 가만히 안아줍니다.

가마솥방 전기공사가 있었습니다.
이제 먼지 날릴 일이 없다며 물건 다 들여놓으라더니
웬걸요, 신발 신은 채로 드나들고 자재 들어오니
어제 애썼던 일이 헛되었지요, 야속하게도.
그들로서야 무어라 말하더라도 잘 가늠해야 했거늘
사는 일이 어째 이리 늘 헐렁하답니까.
목수샘이 영덕으로 집짓기 위해 떠났고,
어른들이 이러저러 바깥일들을 할 때
공사현장에는 아이가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스위치와 전등, 그리고 플러그 위치를 일꾼들에게 설명은 해주었으나
사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의 처지가 다르니
때로 착오가 생길 수도 있지요.
마침 곁에서 설명을 잘 듣고 있었던 아이가
한 곳 한 곳 꼽으며 점검을 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합니다.
"저게 위치가 잘못됐더라구요..."
이만큼 키우니 제 몫을 제대로 하고 삽니다.
마을에선
젖었던 날이 여러 날이다 맑으니
빠르게 호두 터는 소리 컸지요.

불을 쓰는 일이며 어설픈 간장집 임시 부엌에서도
우리들의 밥상은 계속되지요.
어찌 어찌 다 살아지기 마련입니다.
없던 지혜도 때로 그럴 때 모습을 드러내고는 하지요.
호박이며 감자며 두부며
기름과 후라이팬을 전혀 쓰지 않고 요리를 합니다
(가끔 참기름을 쓰긴 하는군요).
달걀후라이 대신 수란으로,
감자볶음 대신 졸임으로,
두부부침 대신 조림으로
호박볶음 대신 덖음으로,
김치볶음 대신 불림찌개 들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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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13.달날.흐림. <고전 만화 50선>

어느 출판사에서 유명한 고전들을 만화로 만든 책을 엄마가 영동도서관에서 빌려오셔서, 보게 되었다. 엄마는 50권 중 10권을 빌려오셨는데, 고전이니만큼, 만화고전(?)인데도 책이 매우 두껍다.
난 지금까지 네 권을 읽었다.
하나는 한 채호 선생님의 「조선 상고사」이다. 이 책은 기존 역사관과 달리 한사군의 위치를 요동이라 말하고 역사 시대적 전통을 고조선-삼한-삼국-신라에서, 고조선-부여-고구려-신라로 우리 민족을 우리 역사의 중심에 두고, 만주도 옛 우리 땅임을 알린 책이다.
둘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올바른 사회의 건설을 꿈꾸며가상의 국가를 만든 책이다. 유토피아에서는 재물 욕심을 내지 않게 하고, 공동으로 소유하고, 모두 농사를 짓는다. 나도 이런 국가에서 살고 싶다.
셋은 플라톤의 「국가」. 철학자가 정치를 해야 하고, 계급을 정확히 나누며, 통치, 수호, 일반 계급의 할 일을 말하는 유토피아와 비슷한, 일종의 국가의 설계도이ㅣ다.
넷은 루소의 「사회계약론」. 사회의 계약과 자신과 인간관계, 여러 가지 정치, 사회관계 체제를 설명한, 프랑스 혁명의 원동력이 된 책이다. (또 인간은 자유롭다고 하기도 했다.)
이 네 권만 읽었는데도 내 마음이 달라진 것 같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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