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14.불날. 비로소 가을이 시작되는 하늘

조회 수 1051 추천 수 0 2010.10.01 01:21:00

2010. 9.14.불날. 비로소 가을이 시작되는 하늘


가마솥방 공사가 이어집니다.
실제 작업으로야 지난 쇠날과 어제 오늘 사흘째.
그런데 부엌을 못 쓰기는 닷새째이지요.
현장 사람들이야 밥을 따로 해결하기로 하였지만
공사가 부엌이 아니라면 예서 같이 밥을 먹었을 겝니다.
밖에 나가있기도 하여 새참조차 모른 체하다
오늘은 빵을 구워(정확하게는 구워진 빵을 토스트기에 군) 잼과 내고
달걀을 삶았네요.
이중창을 달고 사람들이 돌아가고
저녁을 먹은 뒤 마당에 나왔다 가마솥방을 쳐다보는데,
아...
그 고웁던 창문이 어디로 가버렸나요.
그제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고래방 공사를 할 때
디자인을 했던 순천향대 양상현교수님이
왜 바깥 옛창은 그대로 두고 새 이중창을 안으로 달게 했는지,
공간이 좀 좁아지더라도 왜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했는지를 알았지요.
"무슨 유치원 만들 것도 아니고..."
그때 전체 다른 건물들과의 조화를 생각했더랬지요.
옛시절이 담긴 창을 빼내자
새 창문이 낡은 건물이랑 분위기가 뭔가 삐거덕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밀조밀하고 예뻤던 옛 창은
과거 속으로 가버렸지요.
그 덕에 오래 보지 못했던 상현선배가 그리웠네요.
"뭐, 좋구만, 따뜻해지고, 깔끔하고,
뭔가를 얻으면 뭔가를 잃기도 하는 거잖아요."
에고, 늘상 에미가 하던 말을
이제 아이가 하고 있습니다요.

아이가 오래 무릎에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볍기도 하고 딱히 그리 크게 아픈 것도 아닌데다
이태 전 다리가 절단될 위기까지 갔던 사고가 남긴 상처의
아직 기다려야 아무는 한 부위겠다 하고 시간에만 맡겼는데,
요 며칠 심각해지고 있었지요.
꿰맸던 자국이 남은 한 부위에
사마귀와 티눈이 섞여 나고 있다 했습니다.
5분이면 끝난다는 수술이었습니다.
어떨 땐 상황보다 걱정이 크고
또 어떨 땐 걱정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어째 이리 잘 못 맞추는 겐지, 원...
괜찮아, 나아질 거야, 하며 손사래를 치는 어미 말에
어쩌다 아플 때도 참고 지나간 아이에게 좀 미안했더랬지요.

아침, 급히 달려갈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지방 한 읍내 외곽도로를 가는데,
차량 왕래가 그리 많지 않은 길이지요.
하여 사람들도
신호등을 도시 한가운데 만큼 지키지 않는 일 빈번하였습니다.
마침 바쁜 걸음에 앞차를 따라
노란불이었다 우겨봄직한 시간차로 건널목을 건너는데,
아뿔싸, 경찰이 불러 세웁니다.
뒷차를 세워 범칙금을 부과하는데,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요,
약속한 시간이 5분을 남겨두고 있었으니.
경찰을 불러 면허증을 주고 다시 달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일에 대한 사정을 헤아린 경찰서에서
경고만을 주고 면허증을 돌려주었지요.
원칙을 위배한 경찰을 탓하시려나요?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게 그런 유들이가 있는 게지 합니다.
고마웠고, 기분도 좋았지요.
티켓 그거,
돈도 아깝지만 기분 퍽 나쁘거든요.
적어도 한동안은 노란불에 물고 들어가는 일 안하겠지요.
(어느 지역에 가서 그랬다 말할 수 없습니다요!)
그렇게 굳힌 돈이라고 인사를 하고팠던 한 공간에
선물 하나 들여보냈더랍니다.
그러라고 그런 일 있었던가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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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14.불날. 더움. <고전만화 50선-2>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전만화 50선을 봤다. 오늘은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을 읽었다.
「군주론」은 군주가 어떻게 하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만든 책이다.
보통 사람들은 군주는 선해야 한다고 했는데 마키아밸리는 군주들을 관찰해보니 ‘그렇지 않다’라고 결론을 지었다. 마키아밸리는 군주는 여우와 늑대의 기질을 이용해야 하고, 착하지 말고,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착해보여야 하며, 악은 한꺼번에 행하고, 선은 찔끔찔끔 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국가를 얻고 나서 행하여야 하는 것, (예를 들어 그 나라에 상주병을 주둔시킨다거나...) 군대의 종류와 좋은 점을 말했다. 군대는 용병<지원병<혼성군<자국병사 순으로 좋다 하였다.
책은 자세하지만, 나는 여기까지 설명하겠다.
아~ 내 맘에 쏙 드는 책이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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