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15.물날. 맑은 가을하늘

조회 수 1086 추천 수 0 2010.10.01 01:22:00

2010. 9.15.물날. 맑은 가을하늘


배추밭에 액비 세 말 뿌렸습니다.
아이들이 잘 누어준 똥오줌과 낙엽이며 섞어 만든 거름이 땅심 돋우어
올해도 사람들 겨울날 준비를 돕는 이곳 밭들입니다.

한 대학에 갔을 때였는데요,
마침 외국인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 선생님, 여기 웬일이세요?"
"어..."
한 사람이 식판을 든 채 아주 반가워라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이건 대충 아는 척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요.
아주 분명하게 알고 다가온 인사였습니다.
저렇게 생긴 사람을 어디서 봤더라,
대략 범주라도 짐작이 되면 좋으련만,
으윽, 난감해하는 사이 그가 다시 말합니다.
"물꼬선생님 맞죠?"
이건 아주 잘 알고 하는 인사잖아요.
에구, 모른다 시인해야 할 지점이었지요,
선글라스에 운동모 써도 알아볼 정도니,
학교에서 그런 복장으로 있을 일 거의 없지요.
하하, KBS 청주의 한 PD였습니다.
그렇겠지요, 우리는 카메라 뒤에 선 그를 잊어도
화면에 담는 그는 사람을 계속 보니 기억을 할 밖에요.
물꼬 안부를 물었습니다.
여전하지요, 산에서 사는 일.

관내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 담임샘의 연락이 있었습니다.
오래 서로 이야기만 듣다가
지난 봄학기 한 행사에서 마침내 만났더랬지요.
방학 때 학급 아이들과 같이 오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한 시설에서 3명까지(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4명까지 온 일이 있습니다),
원칙 하나 말씀드리니
셋 셋 나눠서 보내고 한 일정에는 자원봉사자로도 온다시지요.
대학 1학년 때부터 품앗이었고,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자리 잡은 뒤로
오랜 세월 변치 않는 논두렁인 우리의 김아리선생처럼
자신의 방학까지도 학급 아이들과 같이 뒹구는 훌륭한 이들이 있습니다.
곁에서 괜히 일 만든다 행정실장님이 살짝 눈치를 주시더라나요.
아이들 참가비를 형편대로 낼 수 있다 하니
더욱 좋아라셨습니다.
그래요, 적어도 돈이 없어 못 오는 일은 없도록 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그, 배나미선생님이십니다.

한 아이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아이 자라 이미 성인이니 사실 아이라 부르기는 적확치 않네요.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보육원에서 오래 자란, 연고 없는 아이입니다.
시설 아이들이 자리를 잘 잡기도 하지만
그 아이처럼 무기력에 빠진 친구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선한 마음을 놓치 않고 있는 그이지요.
어려움 앞에서 어떻게 힘을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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