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20.달날. 비 내리고 흐림

조회 수 1011 추천 수 0 2010.10.05 00:27:00

2010. 9.20.달날. 비 내리고 흐림


밤새 내린 비였습니다.
느릿느릿 아침을 열었습니다.
곧 갰으나 흐렸지요.
그 사이 또 빨래방에서 들어왔던 옷들로
바닥이 잔뜩 흩어진 옷방이었습니다.
이런 날 딱 정리하기 좋지요.

흐린 하늘 아래서 밭에 나갔습니다.
알타리무밭을 돌보고,
쪽파밭에 쪽파도 심었습니다.
멀리 남도에서 얻은 씨앗입니다.
여기서는 또 어찌 클지요.

내일부터 한가위 연휴.
하지만 오늘이 샌드위치 날이라
대개 쇠날 오후부터 이미 연휴는 이어지고 있었지요.
멀리 집지으러 가 있던 종대샘도
한가위를 쇠러 들어옵니다.
명절이 명절다와졌지요,
식구들이 죄 돌아들오니.

온 식구들이 장도 보자고 나간 길이었습니다.
산골마을에선 명절이 다가오면 목욕탕을 갑니다.
거기서 마을 사람들이 만나게도 되지요.
다른 이들이야 더러 바깥일들이 있지만
소사아저씨는 한 해 두어 차례 명절 즈음과 식구나들이를 빼면
거개 학교를 지키시니,
누구보다 소사아저씨를 위해 그래야지 싶습디다.
마침 아이 다리를 치료하고 있는 중이어
병원도 들렀더랬지요.
한데, 몇 가지 가져온 일까지 보고나니 시간 금새여
장은 또 낼 한 차례 더 나오지 하고 돌아왔네요.

벗의 연락이 있었습니다.
명절은 그런 겁니다.
마음도 누그러뜨리게 되고,
소원했던 관계들을 회복하지요,
꼭 친인척간, 가족들이 아니더라도.
그래서 명절은 한편 고마운 날이겠습니다.

영화 한 편 봅니다, 볼프강 피터젠의 <사선에서 In the Line of Fire>(1993).
1993년이니 오래도 된 영화이지요.
‘쉰들러리스트’와 ‘길버트 그레이프’와 ‘퍼팩트 월드’,
‘아버지의 이름으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얼라이브’, ‘카드로 만든 집’,
‘그린파파야 향기’, ‘블루’들에 묻혀 듣지도 못하고 지났네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어느 곳에서고 비루한 역과는 멉니다.
호호백발로도 젊은 여자와의 로맨스가 자연스러운 그이지요.
석양이 지는 황야에서 나른한 태도로 총을 잡던 그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 오래 해왔던 장르의 영화처럼 멜로역을 보여줬습니다.
이 영화에선 정의로웠지요.
그런데 힘 넘치는 정의가 아니어, 노쇠한 정의여 더욱 정의로왔습니다.
거장 배우와 존 말코비치, 그리고 엔리오 모리꼬네의 결합을 만난 것도
이 영화를 보는 큰 수확이었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454 2010.10.15.쇠날. 바람 많은 아침 옥영경 2010-10-26 1033
2453 2010.10.14.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0-10-26 1078
2452 2010.10.13.물날. 흐림 옥영경 2010-10-26 970
2451 2010.10.12.불날. 맑음 옥영경 2010-10-26 1016
2450 2010.10.11.달날. 맑음 옥영경 2010-10-26 965
2449 2010.10.10.해날. 맑음 옥영경 2010-10-26 930
2448 2010.10. 9.흙날. 밤사이 비 다녀가다 옥영경 2010-10-18 965
2447 2010.10. 8.쇠날. 흐리다 밤 비 옥영경 2010-10-18 817
2446 2010.10.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10-18 888
2445 2010.10. 6.물날. 맑음 옥영경 2010-10-18 892
2444 2010.10. 5.불날. 맑음 옥영경 2010-10-18 923
2443 2010.10. 4.달날. 흐리다 아주 가끔 햇줄기, 그리고 부슬비 옥영경 2010-10-11 1124
2442 2010.10. 3.해날. 흐리다 밤 비 옥영경 2010-10-11 1052
2441 2010.10. 2.흙날. 흐리다 저녁 비 옥영경 2010-10-11 1022
2440 2010.10. 1.쇠날. 맑음 옥영경 2010-10-11 921
2439 2010. 9.3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10-11 900
2438 2010. 9.29.물날. 하늘 한 켠 먹구름 섞인 옥영경 2010-10-11 1022
2437 2010. 9.28.불날. 맑으나 바람 많은 옥영경 2010-10-11 1027
2436 2010. 9.27.달날. 가끔 흐린 옥영경 2010-10-11 1071
2435 2010. 9.26.해날. 흐릿해지는 하늘 옥영경 2010-10-11 101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