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29.물날. 하늘 한 켠 먹구름 섞인

조회 수 1021 추천 수 0 2010.10.11 17:13:00

2010. 9.29.물날. 하늘 한 켠 먹구름 섞인


고구마줄기를 뜯어옵니다.
이 가을 내내 좋은 나물이 될 것입니다.
평상을 운동장 한가운데로 옮기고
가을걷이 한 것들을 말립니다.
호두며 고추들이며 익어갑니다.
어제는
표고목을 눕히고 물을 주고 표고나무를 세웠습니다.
벌써 올라와 있던 버섯을 따내기도 했지요.

방문객이 있었습니다.
잠시 마을을 나가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조은? 조은이라던데요.”
“종훈이? 아니면 조은이?”
“아니, 조은이라던데...”
잠시 와 있는 세아샘, 약속 없이 들어온 어른들로
당황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뭘 어째얄지 아직 이곳 일에 익숙하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조은이네!
이름을 말하면 널리 알만한 댁입니다.
세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같이 보낸 시간들이 길었지요.
그 댁 가까이로 물꼬가 이사를 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꼬의 오랜 논두렁.
요 예닐곱 해는 외국에 나가 계셨다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간간이 소식을 전해왔지요.
나중에 자리 잡을 어마어마한 땅을
강원도 어딘가에 보유하고 계셨더랬습니다.
이제 시골 갈 준비가 다 되신 걸까요?
트럭을 몰고 두 분이 다니시더랍니다.
지나다 들렀다는데, 그네가 맞는 건지,
아니면 종훈네인지...
종훈이도 우리 아는 이들이 셋이나 되는 걸, 어느 종훈네인지...
꼭 만나야할 일이라면 소식 주실 테지요.
여하간 사람들이
그렇게들 오늘 이후의 새로운 삶들을 설계하며 살아갑니다.
모다 꿈에 이르시길.

아주 어쩌다이긴 하지만 뭐가 안 되는 날이 있지요.
오늘 같은 날이 그러려나요.
보내기로 한 글이 뭔가로 엉키고...
제 때 처리하지 못하는 일은 일을 더합니다.
어제 오후 4시 15분에 고지서 하나 들고 은행에 들어셨더랬습니다.
마감일이 지나 인터넷지로로 안 되는 일 하나 있었지요.
그런데 공과금은 4시까지라네요.
“아니, 은행업무가 4시 30분까지인데...”
당연히 그런 줄 알고 갔지요.
그런 걸 들고 내 본지가 또 언제였던지...
오늘은 우체국 나갈 일 있어
다른 고지서도 같이 처리하자고 갔는데,
이런, 문제의 그 고지서는 어차피 게서도 안됐지요.
군재무과까지 들어가야 했고,
다시 그 곁의 농협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대해리를 나가지도 않고 교무실 안에서 가능한 일이었건만
때맞춰 못하고 보니 이렇게 번거롭게 되었네요.
이런 일 있고 나면 잘 챙길 테지요.

젊은 이들과 짧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대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강의였지요.
이 시대 취업을 위한 준비기구의 성격으로만 전략해버렸다고 하나
그래도 그곳에서 많은 사유가 일어나고 있다 믿고싶습니다.
거기서 듣는 이야기들이, 거기서 읽는 책들이,
무엇을 하건 좋은 바탕이 되는 인문학적 소양을 기른다고.
그래야 한다고 역설한 자리였지요.
그래서 교수는 또 얼마나 중요한 위치이겠는지요.
그들이 젊은이들을 키우는 사람입니다.
그런 무게로 교수들이 진정으로 좋은 스승들이 되시옵길,
가슴 뜨겁게 생을 충만하게 하는 스승이시옵길.

------------------------------------------------

2010. 9.29.물날.추움. <가을날씨>


요즘, 추석 끝나고 나서부터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이전에는 정말 정신이 바짝 들 정도로 더웠는데, 이상하게도 한 이틀 만에 갑자기 날씨가 추운날씨로 바뀐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웬지 가을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보통, 봄, 가을은 겨울과 여름 사이 날씨로, 약간 서늘하면서 따스한데, 9월 달은 내내 비가 내리고, 입추가 지나니 겨울날씨가 시작됐다.
에고~ 1년 중 나는 가을이 제일 좋았는데... 가을이 없어진 것 같아 무지무지 아쉽고 슬프다.
겨울옷도 빨리 꺼내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열세 살, 류옥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474 2010.11. 3.물날. 맑음 / 가을 단식 사흘째 옥영경 2010-11-16 1032
2473 2010.11. 2.불날. 깜짝 추위 / 가을 단식 이틀째 옥영경 2010-11-16 1043
2472 2010.11. 1.달날. 맑음 / 가을 단식 이레 중 첫날 옥영경 2010-11-16 975
2471 2010.10.31.해날. 흐림 옥영경 2010-11-10 986
2470 2010.10.30.흙날. 맑음 옥영경 2010-11-10 927
2469 2010.10.29.쇠날. 흐려가는 옥영경 2010-11-10 885
2468 2010.10.2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11-10 931
2467 2010.10.27.물날. 된서리 옥영경 2010-11-10 1024
2466 2010.10.26.불날. 맑음 옥영경 2010-11-10 1058
2465 2010.10.25.달날. 흐림 옥영경 2010-11-10 919
2464 2010 가을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0-11-06 1243
2463 가을 몽당계자 닫는 날, 2010.10.24.해날. 비 내리다 개다 옥영경 2010-11-06 1193
2462 가을 몽당계자 이튿날, 2010.10.23.흙날. 맑음 옥영경 2010-11-06 1191
2461 가을 몽당계자 여는 날, 2010.10.22.쇠날. 보름달 떴다가 깊은 밤 비 다녀가네 2010-11-06 1345
2460 2010.10.21.나무날. 맑다 밤비 옥영경 2010-11-02 1071
2459 2010.10.20.물날. 조금 흐린 옥영경 2010-11-02 1059
2458 2010.10.19.불날. 맑음 옥영경 2010-11-02 1053
2457 2010.10.18.달날. 맑음 옥영경 2010-11-02 995
2456 2010.10.17.해날. 맑음 옥영경 2010-10-26 1022
2455 2010.10.16.흙날. 맑음 옥영경 2010-10-26 11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