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1.쇠날. 맑음

조회 수 920 추천 수 0 2010.10.11 17:14:00

2010.10. 1.쇠날. 맑음


시월 첫아침은 문태준의 시로 왔습니다.

나는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나는 중심
코스모스는 주변
바람이 오고 코스모스가
흔들린다 나는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코스모스가 흔들린다고 생각할 때
중심이 흔들린다
욕조의 물이 빠지며 줄어들듯
중심은
나로부터 코스모스에게
서서히 넘어간다
나는 주변
코스모스는 중심
나는 코스모스를
코스모스는 나를
흔들리며 바라보고 있다

- ‘흔들리다’ 전문-
 
10월 식구들 첫모임이 오전에 있었습니다.
거둘 게 많은 달이니 서로 같이 챙길 일도 많지요.
주마다 한 차례 한데모임이 있고,
아침마다 모임도 있으나,
마침 식구들이 다 있는 아침이어 앉았더랍니다.

밭에서의 겨울준비는 어찌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
비가 길어 늦었고
이제 밤 공기 너무 차서 무는 잘 크지 않고 있습니다.
배추밭은 고치는(?) 중이지요.
박차고 더 오르지 못하는 애들은 다시 빼내고
다른 큰 모종들로 바꿔 심고 있습니다.

세아샘이 이번 학기를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수행도 하고 일상적인 훈련도 하고 공부도 좀 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전태일’을 읽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데요.
표고장 버섯 따내고 썰고 말리기가 이어집니다.
한편 시절 지난 가전기기들을 사러 고물차가 마을에 왔습니다.
짐만 되고 있던 컴퓨터들을 다 빼냈지요.
화장지 두 꾸러미에 팔려가는 그들이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물어봐, 뭐 줬냐고?
그 아저씨는 짜다고 다들 아깝대요.”
아이가 좇아들어오며 동네 할머니들 얘기를 전합니다.
이런 기웃거림도 산골동네의 재미라지요.

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들어와 대학 강단에 서시는 분이
고교생인 아이를 결국 독일로 돌려보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흐름대로 하면 너무나 잘해낸다는 그 아이는
멘사 회원이기도 하다 했지요.
성격도 고운 그라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에 적응할 수 없었던 까닭이 무엇이었을까요?
왜 그런 아이들이 이 나라에서 살기가 힘든 걸까요?
부모 그늘에서 커야할 어린 나이가 아니니,
잘 보냈다 맞장구쳐드렸습니다,
마치 이민 가는 이들에게 잘 생각했다 격려하는 것처럼,
과거엔 떠나는 이들에게
그래도 우리가 이 나라에 남아서
올곧은 가치관을 지켜내야 한다 역설했더랬습니다만.

늦게야 호박 우르르 쏟아집니다.
고추농사가 망했다는 댁에서
호박 하나 이천 원씩 내며 그리 재미가 났더라지요.
그 호박 예선 뒤늦게야 나와
밥상에서 온갖 가지 요리로 오르고 있습니다.
하늘 고맙지요.

종대샘, 영덕의 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졸며 말며 가벼운, 오래된 영화 하나 돌아갔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The Color of Money>(1986, 7?),
폴뉴먼과 톰 크루즈가 나오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지더라도 다음에, 또 다음에 한다 했습니다.
그 대사 하나 얻으려고 늦은 밤 영화가 끝나도록들 앉아있었지요.
<내일을 향해 쏴라>와 <스팅>,
잊혀지지 않는 영화들을 들고 왔던,
두어 해 전인가 세상을 떠난 노장을 만나는 즐거움,
그게 꼭 영화여서만은 아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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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 1.쇠날. 추움. <최제우의 「동경대전」>


오늘은 고전만화 50선 중, 최제우의 「동경대전」을 읽었다.
「동경대전」이란, 이슬람의 「코란」이나, 기독교의 「성경」같이 천도교, 즉 동학의 가르침을 적은 종교서적이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가 하느님인 ‘한울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아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다.
하나는 ‘인내천’사상. 즉 남자나 여자, 상민이나 양반이나 모두 하늘 아래 평등하다는 사상으로서, 조선시대에는 파격적 주장이었다.
둘은 모든 사라이 한울님을 따르고, 옷가지를 단정히 하며,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학의 주요 주장이다.
그리고 기연과 불연, 예를 들어 우리가 눈에 보는 것은 기연이고, 한울님 같은 분은 또는 우리가 아는 것도 일부, 눈에 안보이는 것은 불연이다. 그러나 불연도 기연이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음~ 어려우면서도 재밌었지만 조금 지루한 책이었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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