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7.나무날. 맑음

조회 수 887 추천 수 0 2010.10.18 01:12:00

2010.10. 7.나무날. 맑음


언제 구절초는 저리 넘쳤답니까,
읍내 나갔다 들어오는 길,
신우재 넘어오는 길이 환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식구들이 마당에 나가 감을 따먹었습니다.
달았지요, 기분 좋은 맛이었습니다.
가을입니다.

마을 어르신들, 우리 논의 벼가 실하다고 난리입니다.
으레 하는 말씀일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어느 분이랄 것 없이 다 인사이시지요.
“동네에서 젤 좋아!”
풀도 제대로 못 잡았는데,
나락이 굵습니다.
둘러보니, 다른 논들보다 월등히 그러합니다.
5년을 농약치지 않고 지었더니
드디어 땅심이 살아난 겁니다.
땅은 그런 겁니다.
땅, 저들이 키운 벼라지요.

된장집 보일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뒤란 보일러실에서 소사아저씨와 목수샘이 씨름을 했지요.
그래도 기계에 대해 좀 아는 이가 있으니
그런 게 살펴집니다.
하늘이 할 일도 있지만 사람이 또한 할 일이 있지요.
고맙습니다.

돼지감자밭에 잡초를 정리합니다.
곧 파낼 것입니다.
피드득나물이며 저 알아 자라는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씨 놓아 키우는 것보다
절로 자란 것들을 더 잘 거두고 싶어 하는 삶입니다.
뜯어다놓은 고구마줄기, 남은 것 마저 벗기고 데쳐
김치도 한가득 담았습니다.
배추김치 없이 가을을 넘기고 있습니다.

비슷한 류의 두 수업에서 발표가 있었습니다.
한 학생에 대한 두 수업의 평가가 판이합니다.
“페이퍼는 이렇게 쓰는 겁니다, 발표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한 수업은 대단한 칭찬을 듣지요.
칭찬과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학생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다른 수업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교사가 그 학생을 아주 못마땅해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발표자에게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그 학생이 하는 작업에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게지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얄 것인가,
잘 말해주는 예였습니다.

요새 아이가 하는 영어공부는
옛이야기를 읽어주는 카세트 테잎입니다.
웬만큼 자기 말이 되면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듣다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이는 테잎에 있는 효과음까지 고대로 재현하고 있었지요.
아이들은 참말 유쾌한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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