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8.쇠날. 흐리다 밤 비

조회 수 816 추천 수 0 2010.10.18 01:13:00
2010.10. 8.쇠날. 흐리다 밤 비


한로(寒露).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때입니다.
그래서 한창 타작을 하는 때가 이즈음이지요.
여름새와 겨울새가 제각기 제자리로 돌아가는 때이기도 합니다.
추어탕집이 북적이겠습니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고기라 하는 추어라 불리는 미꾸라지로
사람들은 양기를 보하지요.
좋은 시절입니다.

오후 내내 소사아저씨와 목수샘은
된장집 뒤 보일러실 안에 있었습니다.
파손된 온수기와 물통을 바꾸고 있었지요.
“따뜻해요?”
밤에 된장집 사람들한테 물으니
후끈후끈하다 했지요.

두어 달 전 고등학생들 독후감대회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여
학교를 다니지 않는 저야 고등학생이라도 한정될 게 없으니
주최측에서 권하는 책을 읽고 원고를 보냈지요.
오늘 등기로 온 상장을 받았습니다.
장려상이었지요.
거기 상품이 있었습니다.
도서상품권이 몇 장이나 되었습니다.
아이, 아주 신이 났습니다.
“원고료네.”
아이는 그것을 공동체식구들이 볼 책을 사는데 보태라며
살림으로 내놓았네요.
잘 쓸게요.

오늘 한 선생을 만났습니다.
학생 하나로 겪었던 한동안의 좌절에 대해 말하더군요.
“내가 학생들한테 그리 잘못했던가...”
자신은 최선을 다해왔다 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는지
저 역시 알지요.
“그렇게 좌절하다가도
내가 괜찮은 선생이라는 자부심으로...”
그런데, 그는 알까요?
좋은 사람에게 잘하는 거,
그거 누구나 하는 겁니다.
(아, 물론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들을 잘 못 챙기는 이들이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학생한테는 잘 못해주었잖아요.”
내가 예뻐하지 않는 학생한테도 공정할 수 있는가,
그는 그렇게 물어야 했습니다.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에게야 누구나 잘 하지요,
그런데 나한테 못해주는 사람에게 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날 잘 따르는 아이들에게 잘하기야 어렵지 않지요.
하지만 내게 우호적이지 않은 아이도 안아내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당신은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아,
언젠가 어떤 선생은 자신이 들은 최고의 찬사를 그리 기억하더군요.
강의를 갈 때마다 제가 반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일, 그거 쉽습니다.
미워하지 않는 거, 그거야말로 어렵지요.”
그래서 오늘 그 선생한테 던져준 마지막 말은 이러하였더랍니다.
“당신 괜찮은 선생 아니라니까, 하하.”
그래서 선생노릇이 어려운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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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8.쇠날.그저 그럼. <독후감 대회 장려상>


오늘, 노근리 사건 희생자유족회에서 편지가 왔다. 뜯어보니, 상장과 상금 3만원이 들어있었다. 내가 고등생들이 하는 독후감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것이다. 기념으로 도서상품권은 엄마를 주었다.

제271호
상 장

독후감부문 장려상

고등학교 제 학년 반
독학생 류옥하다

위 학생은 노근리사건 희생자 유족회와 충청리뷰에서 도내 고등학교
재학생들에게 인권존중과 평화애호사상을 함양시키기 위하여 개최한
제8회 노근리 인권 독후감대회에서 위와 같이 입상하였기에
상장과 부상을 드립니다.

2010년 10월 8일

사단법인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 정은용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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