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9.흙날. 밤사이 비 다녀가다

조회 수 963 추천 수 0 2010.10.18 01:14:00

2010.10. 9.흙날. 밤사이 비 다녀가다


하늘, 손닿을 곳에 구름들이 걸려있었습니다.
그리고 건넌산엔
찌익 찍 찢어 걸쳐놓은 구름들이
골짝 사이에 던져져 있었지요.

주말 아침 수행은 각자가 형편대로 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익지 않은 이들을 위해 습이 될 수 있도록
내리 하기로 했지요.
아이도 계속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닷새째!”
하루 하면 사흘을 해낼 수 있고,
사흘을 하면 닷새가 쉽지요.
닷새 지나면 이레가 거뜬하고
그렇게 스무하루만 하면 습이 될 수 있다 하였습니다.
아이는 그리 해본다지요.

아침, 아이랑 마을 한 바퀴 걸었습니다.
여기 살아도 학교 마당만 오가기 쉬운 생활입니다.
그것만도 생활 범주로 웬만큼 널찍해야 말이지요.
젊은 친구들도 모여 살던 한 때
그런 농담들을 했더랬습니다.
“사택이랑 본관 두어 차례 왔다 갔다 하면 하루가 다 간다니까.”
아침 수행 뒤 밥을 먹고 낸 짬이었습니다.
저들끼리 녹슬어가고 있는 마을회관 마당의 운동기구도 만져보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큰형님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둘러친 산들 한껏 바라도 보고
마을 안쪽 길을 걸으며
목발을 짚고 삽짝만 나다니시는 수야아저씨도 만나고
요새 통 보지 못했던 뱀할아버지도 마침 보고...
“있다 건너오셔요, 국수 한 그릇 하게.”
술깨나 즐기시는 양반이셨는데,
도통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하고 어지럽다십니다.
마당에 나와 있던 성길이네 아줌마도 인사 여쭙지요.
“허리는 좀 어때요?”
“장 그랴.”
마루에 걸터앉아있던 앞집 할머니 세 분께도
국수 말테니 먹자 했습니다.
다투어 얘기도 나누지 않던 두 분 할머니도
멀찍이 앉아서 국수를 같이 드셨지요.
“애들도 아니고, 누가 오면 난 안 간다 하고...”
그렇게 두 할머니를 놀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점심 동네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도 오셔서 점심 국수를 드시고, 즐겁게 집에 가고 저녁엔 광평에서 오시는 손님이 오셨는데,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도 하고 음식들도 주고받고 하고 정말 좋았다.’(세아샘의 방문자일지에서)

잠시 나는 짬이 퍽 좋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엔
홀로 사는 아저씨 한 분 댁에도 갑니다.
마침 식구 하나가 거기 볼 일도 있다 하기
같이 건너가지요,
후다닥 호박으로 부침개 하나 부쳐.
재혼을 하려했던 할아버지는
자식들 반대로 접어야했습니다.
“아이구, 저들이 모실 거야?”
나이 오십이 넘어 된 장남이 특히 반대했다 합니다.
그래서 홀로 밥을 끓여먹고 지내시는 할아버지이지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그 일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를 위하는 게(내가 아니라) 어떤 건지 잘 생각해야겠습니다.

이웃마을 유기농 농가 광평농장에서
식구들이 건너왔습니다.
아이가 머슴살이 가기도 하는 그곳이지요.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였습니다.
“올해는 (사과를)장대로 툭툭 털었어.”
“안 돼도 안 돼도 그리 안 되냐...”
올해 과수농사들이 그랬습니다.
그래도 포도즙이며 사과즙이며 실려와 부려졌지요.
늘 고맙습니다.

아, 오늘 류옥하다 선수 오마이뉴스 학생기자로 입성했습니다요.
4대강사업에 열세 살도 할 말 있다데요.

“13살 소년의 외침...'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린다고요?'
[주장] 나는 4대강사업을 ‘절대’ 반대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58642&PAGE_C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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