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2.불날. 맑음

조회 수 1016 추천 수 0 2010.10.26 21:28:00

2010.10.12.불날. 맑음


어제 온 탱자로 효소를 담았습니다.
달골에선 포도밭과 콩밭의 마른풀을 죄 훑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냐지만
몇 해 묵혔던 것을 내년 봄부터 쓰려하지요.
목수샘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짓는다 합니다.

마을에 콤바인이 와 있습니다.
저 윗마을 돌고개부터 해오던 추수가 아랫마을에 이르렀고,
이 주 흙날이면 떠난다는 소식입니다.
기계가 마을을 나가기 전 수확을 끝내야지요.
서두르게 됐네요.
어제 전화 넣으니 물꼬 논은 쇠날이나 흙날로 잡자 합니다.
낼부터 논 가장자리를 베야겠지요.

가마솥방에 난로를 놓습니다.
올해는 한 열흘 일찍인가요.
연통 7개 반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창을 다시 해 넣으면서
창에다 구멍을 뚫는 예전의 방식이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해보게 되었습니다.
굴뚝으로 연결된 옛 난로구멍을 복원해내었지요.
그곳을 치워내고 연통을 연결한 뒤 황토로 연결부위를 발랐습니다.
종대샘의 솜씨였지요.
그리고 불을 지폈습니다.
신통합니다.

지역도서관에 들렀을 적
서서 듬성듬성 책 하나 읽었습니다.
표지에는 Pierre Desproges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지요.
"말은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 모욕을 주는 것이 그 방법이다. 삶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분명,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광범위하게 가해자이고 한편 피해자일까요?
'정신에 고통을 주는 희롱은 육체적인 폭력 이상으로 마땅히 증오해야 할 범죄 행위다. 피해자가 올바른 정신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만드는 점에서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마리 프랑스 이리고양이 쓴 <보이지 않는 도착적 폭력>을 열면
서문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우리들 평범한 이웃 역시 일상화된 도착적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보통 정도의 신경증이 있는 사람들도
어느 순간 갑자기 도착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 있는데
화를 내는 것도 일종의 도착적 행위랍니다.
'신경증은 좀 더 심각한 행동방식인 히스테리, 공포, 강박증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또 이와 같은 일련의 도착적인 행동들은 미처 문제를 인식하기도 전에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모든 도착적 상황을 '관용'이라는 미덕으로 무마시키고,
그의 희롱과 폭력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한다 합니다.
"내가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그녀가 나를 미워하는 거야."
애티엔 샤티에 감독의 <타티 다니엘>(1990)에 등장하는 도착적 인물 노파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응처럼 말이지요.
아...
수년에 걸쳐 도착적 폭력을 행사하는
한 지방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여자 분을 본 적 있는데,
모든 학생들 역시 앞서 기술한 식의 반응을 하고 있었지요.
'도착적인 폭력의 가해자는 누군가에게 타격을 입힘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도착적 폭력자들은 상대방을 현혹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두려움을 갖도록 만든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그들이야말로 경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만큼 우월한 힘을 지닌 존재들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렇답디다.
'도착적 폭력의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어 있다. 물론 시대를 막론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며,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도록 과정을 조직하고 속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도착적 폭력을 가장 교묘하게 행사하는 사람들이 왕이 되고 지배자가 되고 권력자가 된다.
지금도 많은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거나 윤리와 도덕을 무시한 채 권력을 남용한다. 사회적 재산을 오용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심지어 국고를 가지고 사기 행각을 벌려 그 교활한 범죄 덕분에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런 도착자들은 어느 특별한 가정, 특수한 사무실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생활 영역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런 도착적 폭력을 어떻게 제어하고,
어느 선까지 관용의 자세를 취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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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불날.따스함. <헤로도토스의 「역사」>


오늘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청소년용 고전을 읽어보았다.
「역사」는 각 나라의 인물, 풍토, 환경을 담는 것이 1/3쯤 된다. 그리고 나머지 2/3는 ‘그리스 연합군 vs 페르시아’의 1,2차 전쟁을 담고 있다.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와 마라톤에서 싸우는 것과, 스파르타군 300명이 페르시아군 수만을 막은 것, 아테네를 포기하고, 살라미스로 도망치기도 하고, 해전에서 배수진을 치기도 한다.
내가 이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파르타의 대단한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운 그 정신이 제일 감동적이었다.
나도 이런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런 연대기를 썼을 것이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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