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3.물날. 흐림

조회 수 969 추천 수 0 2010.10.26 21:29:00

2010.10.13.물날. 흐림


“(산골로 들어가 살고 싶어도)자신이 없어서...”
“그냥 하면 되지.”
“그런데 그게 안돼서...”
자주 바깥 삶과 이곳의 삶을 견주게 되는 이들과
끊임없이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
각자 자기 욕심대로 사는 거지요,
너는 네 욕심대로, 나는 내 욕심대로,
서로 그리 사는 겁니다.
누가 더 많은 욕심을 가졌다 말다 할 것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길을 가는 거지요.
누가 누구의 삶을 뭐라 한단 말인가요.

아침, 아흐레째(자신에게) 아침수행을 끝낸 아이부터
낫을 들고 논으로 갔습니다.
콤바인이 일을 하기 전
미리 가장자리는 사람 손으로 나락을 베내야 합니다.
윗다랑을 끝내고 다음 다랑이로 가는 중이지요, 오늘.

택배 하나 들어왔습니다.
여러 가지 썩 괜찮은 옷들이 든 상자였습니다.
하나 하나 얼마나 손질을 잘해서 보냈는지,
방금 세탁소에서 나온 것도 있었고
울세탁이며 옷감의 질에 맞춰 관리에 신경을 쓴 품이 역력했지요.
그리고 편지 한 장,
미국 아이오아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소정샘의 어머니의 편지입니다.
'소정이를 통해 얘기 많이 들었다'고
'보내드리면 필요하게 쓰실 거라 했는데 이제사 보낸다'고,
그리고 '김 한 톳 넣었다'셨습니다.
어쩜 딸을 키워도 저리 잘 키우셨을까,
그랬던 어머님이시지요.
당장 우리 식구들이 잘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여럿입니다.
고맙습니다.

물꼬에서는 밥상은 할 만한 사람이 차립니다.
뭐 그래도 주로 하는 이가 정해져있지만, 원칙은 그러하지요.
그런데 한 날, 말만한 처자에 어른이 셋이나 있는데,
저녁 아주 늦도록 아무도 저녁 준비를 하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 대학에 강의를 하러 나갔다 어둑한 길을 달려온 참이었는데,
피곤으로 짜증이 배나왔더랬지요.
그러고 얼마쯤이 흐른 오늘,
어둑해서야 읍내에서 물꼬에 닿았는데,
식구들이 체스에 빠져 저녁준비에 손을 놓고 있길래
화가 좀 났습니다,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니고 차리면 되는 거라.
화수목 사흘이 시간에 좀 쫓기는 일들이 있는 학기라 더욱 그랬지요.
“나, 안할래.”
앞치마를 입었다가 도로 풀고 교무실에 와 앉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상을 차려왔지요.
그 가운데는 주스까지 한 잔.
“어마마마, 이 밥상 받으시고 화를 푸시와요.”
그래서 화 풀었답니다요.

기락샘은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합니다.
정부출연기관에서 하는 학회참석과
현지조사, 그리고 전문가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여정입니다.

대전에서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고교생 16명을 불구속 입건한 사건이 오늘 있었습니다.
소식에 늦은 산골이지만
더러 바로 바로 들을 때도 있지요.
지난 5월 중순께부터 6월 중순까지 한 달여 간 일어난 일이라 합니다.
"가해학생들이 미성년자인데다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고
폭력이 행사되지 않아서 불구속 했다." 지요.
이 분노를 어찌할 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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