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4.나무날. 흐림

조회 수 1077 추천 수 0 2010.10.26 21:29:00

2010.10.14.나무날. 흐림


제자들의 추천서로 바쁜 날들입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대학교, 그리고 유학을 가며
필요한 서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때로 몇 줄의 글이기도 하고 장문의 글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외려 그 몇 줄이 더 어렵습니다.
혹 아이의 합격여부에 영향이 크기라도 하면 어쩌려나 싶어
온 마음을 기울이지요.
썼다 지우기를 얼마나 반복하는지...

곧 콤바인이 와서 타작을 할 겁니다.
류옥하다와 소사아저씨가 맨 윗다랑이부터 가장자리 벼를 베내고 있었고
오늘은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마지막 뻘논 절반을
종대샘이 베었습니다.
게으르다 자주 구박(?)하지만
힘을 쓸 일은 언제나 그이가 합니다.
모다 애쓰셨습니다.

늦은 밤 나나 무스꾸리의 노래 하나 흘렀습니다.
단지 굵고 검은 안경테와 긴 생머리 때문에
나나 무스꾸리라 불리던 20대가 있었지요.
프랑스 집들이 여는 파티에 가면
그들은 저녁을 먹다가 꼭 모두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때 즐겨 부르는 노래 가운데 이것도 대표곡이지요.
서정적인 노래라고만 알았던 그 곡이
백여 년도 더 된, 새로운 세상을 열었던 노래였다 합니다.
제목이 벚꽃 어쩌구 하는 것이었는데...
인류 역사에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자치정부를 세웠던
빛나는 두 달이 있었습니다.
1871년 3월 18일부터 5월 28일까지
당시의 부르주아 정부에 맞서 세웠던 이 정부의 역사는
이후 1917년 러시아혁명을 불러왔더랬지요.
뻬르 라세즈 공동묘지에는
이때 쓰러진 빠리 꼬뮨 전사들의 벽이 있습니다.
거기 시민들의 핏빛처럼
붉은 버찌 열렸다 지고 다시 열렸다 지고...

요새 제가 꾸는 꿈 하나, 4시간 노동!
'하루 4시간 노동, 4시간 지적활동, 4시간 여가!' 말입니다.
스콧 니어링의 책에서도 그런 구절이 있었더랬지요.
“생계를 위한 노동 4시간, 지적활동 4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4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그가 말하기 전 이미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역설한 구절이고,
80년대 학번들이 세미나에서 읽던
‘포이에르바흐에 관한 테제’였거나 ‘공산주의의 원리’,
아니면 ‘공산당 선언’의 한 언저리에서도 만났던 문장입니다.
“하루 4시간 노동,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진정 우리 삶을 고양시키기 위해 투자되는 시간”
참으로 강렬했던 부분이었지요.
러셀 또한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역시 이렇게 다루었습니다.
“현대의 생산 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전혀 없다....가계의 생산력 덕분에 인류는 과거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도 상당수준의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일부 꼼꼼한 저술가들은 하루 1시간씩만 일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계산에선 아시아의 상향을 충분히 차막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엔 하루 4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 같다. 모든 상인들이 그만큼씩만 일한다면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바라는 만큼의 물질적 편의를 충분히 생산 할 수 있다고 본다.”
심지어 몇 해 전, 이제는 하루 4시간이 아니라 1주 4시간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
그리고 그렇게 산 팀 페리스의 <4시간>도 나왔더랬지요.
물꼬가 상설학교로 문을 열었던 지난 2004년과 이듬해,
아이들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던 날들이었음을
그 시간이 흐른 한참 뒤 알아차렸습니다.
노동만 가득해서 자신으로부터는 지적활동을 위한 시간도 앗고
다른 이들과는 친교를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해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패이게 했음을,
어쩌면 정작 문제의 본질은 그 부분이 아니었던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공동체는 어떤 집단보다 ‘친교’가 중요하지요!
그것이 소통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진할 대로 자신을 소진하는
숱한 시민단체 현장활동가들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선한 일을 하던 그들이었으나 결국 지쳐 떠났지요.
저 역시 그들 가운데 하나였는지도 모릅니다.
물꼬에서 보낸 우리의 갈등 역시 그 연장이었지 않았는지...
하루 4시간 노동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리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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